‘영원한 삶’ 향한 생명공학 연구 활발 … “종교 기반 흔들” 잇딴 경고음
“성경적 영생 메시지 선포하고 교회 공동체서 구현되는 모습 보여줘야”

‘에디슨 이후 최고의 발명가’로 손꼽히며 지난 30년간 미래 예측에서 80% 이상의 적중률을 보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엔 인간의 모든 질병이 극복됨으로써 인류가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시대가 온다고 예언했다. 그는 그때까지 생존하기 위해 각종 영양제를 하루 150알 이상 복용하고 있다.

“인간이 영생할 수 있다”는 커즈와일 박사와 같은 생각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라면서 마음껏 비웃을 사람이, 과거라면 몰라도 현대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유전자 기술의 계발과 인공지능의 위력을 접하면서 과학기술의 위대함에 두려움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주춤했던 유전자 관련 연구(차의과대학, 체세포복제배아 연구)가 정부의 승인을 얻으면서 종교계와 의학계 및 정부가 생명윤리 문제를 두고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의학계는 각종 규제를 철폐한다면 불치병을 해결하고 인간이 죽지 않는 방안을 연구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사진은 연세대학교에서 진행된 세미나로, 전문가들은 생명공학 기술은 가공할 수준이나 이기적인 영원한 삶은 행복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이번 달에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위원장:박상은 박사)의 ‘생명윤리정책 토론회’(11월 4일 웨스틴조선호텔)와 연세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소장:정재현 박사)의 ‘생명공학기술의 발전과 의학, 법학, 신학이 바라보는 영원한 삶’ 심포지엄(11월 8일 연세대학교)이 연이어 열렸다. 두 행사는 한국의 생명공학 연구가 얼마나 많이 진척됐는지를 알려줬으며 교회가 차별화된 메시지와 실천적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영생의 영역’마저 과학기술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고를 던졌다.

생명윤리정책 토론회에서 의료계는 “난자의 연구를 통해 불치병 치료 방안을 찾아낼 수 있으며 국내의료진은 이미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냉동 잔여 난자와 잔여 배아로 연구 대상이 한정되어 있는 규제를 풀어 비동결(신선) 난자 연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간의 DNA를 잘라 교정하거나 교체하는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기술’에 대해서도 국내 의료진의 수준은 세계적”이라면서 “이 기술을 통해 암이나 유전질환, 난치성 질환 환자를 치료하고 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유전자를 수정 제거할 수 있으며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도록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은 “국내의 생명윤리법 등 관련 규제 때문에 연구 및 기술적용이 더디다”면서 “이 때문에 난치병 기회가 사라지고 국가경쟁력에서도 뒤쳐진다”고 말했다.

‘…영원한 삶’ 심포지엄에서도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이 현실화되어 있음을 먼저 지적했다. 최초로 성인체세포복제에 성공한 사례인 복제양 돌리를 연구한 영국 로슬린연구소는, 생명체의 죽음이 ‘텔로미어(telomere)’라는 DNA가 줄어들 때 찾아온다면서 이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유전자조작에 해당하는 유전자가위기술은 미국의 경우 임상실험을 승인했고 중국에서는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인공장기 교체는 2013년 이래로 8명의 환자에게 이식된 바 있으며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하여 인공장기를 만들어 신체에 적용하는 바이오프린팅 기술도 연구 중이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영생을 향한 과학기술은 상당한 속도로 진척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교회는 인간이 신체적으로 죽지 않고 산다는 것이 과연 인간에게 행복이며 이를 진정한 영생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한 “현재 교회가 막연히 선포하고 있는 영생이 과학기술에서 말하는 신체의 건강과 장수를 말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유전자기술이 더 발전할 미래에 교회는 텅비게 될 것”이라면서 “진정한 영생의 의미를 선포하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구현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권면했다.

주제발제를 한 김소윤 교수(연세대 의대)는 “만약 인간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허용하신 영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면서 “이것이 하나님께서 허용하신 영생이라면 예수님을 믿음으로 죄사함을 받고 영생을 얻는다는 기독교 신앙에는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라고 반어법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논평을 한 방연상 교수(연세대연신원)는 현대의 생명연장 기술은 인류의 행복을 명목으로 하지만 그 근저에 자본주의와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적 결합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현대에 자본주의와 결탁해서 만들어진 통치권력은 생명권력이라는 이름처럼, 자본주의 노동력으로서 필요한 인간들을 계속해서 ‘죽지 못하고 살아있도록’ 만듦으로써 통치를 지속한다”고 갈파했다. 방 교수는 “우리 시대의 영생은 오히려 ‘죽지 않고 사는 삶’을 욕망하도록 만드는 생명권력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저항, 때가 이르렀을 때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갖는 삶을 일컫는 단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김명희 사무총장(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은 “질병은 단지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적 후생적 요인이 복합된 것이기에 유전자가위기술 등을 이용하면 병을 낫게 한다는 시각은 지엽적”이라면서 “인간은 염색체의 합체가 아니라 영과 육을 가진 존재”라고 말했다. 또 김 사무총장은 “유전자 기술이 완성된다고 해도 이를 사용할 수 없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소외는 계속될 수 있다”면서 “인간의 영생은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에 대한 가치관 확립과 연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인철 교수(연세대 교목실장)는 교회에서도 더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며 사후에도 그 축복이 지속되어 영생한다고 가르친다면서 “그러나 진정한 영생은 가치있는 삶, 예수님처럼 사는 삶임을 설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패널들은 삶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것이기에 공동체적 관계가 없는 영생은 오히려 불행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정부와 자본의 이해관계로 인해 각국에서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생명공학 연구를 제어하기 위해 UN 등을 통해 국제적 합의안이 도출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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