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섭 목사(대대교회)

창조세계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다
‘생태공화국’ 순천만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울려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어

▲ 공학섭 목사(대대교회)

순천만 갈대밭은 190만평, 갯벌은 690만평이나 되어 그 규모만으로도 대단한 자연생태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순천만의 생태계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진가를 아는 사람들은 순천만을 ‘생태공화국’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순천만을 생태공화국이라 부르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먼저 순천만에는 강과 바다가 있다. 다른 지역에도 강과 바다는 얼마든지 있지만 순천만에는 확실히 차별화된 요소가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은 직강화 공사로 수초들을 제거했기 때문에 강물의 정화작용도 제대로 안되고, 고기들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없다. 그러나 순천만으로 흘러오는 강은 자연 그대로 유유히 흐르고 있다. 이사천과 동천이 합류하는 지점이 순천만인데 강줄기가 워낙 자연스런 곡선을 이루어서 모양도 예쁘지만, 강의 길이가 두 배가 크고 긴만큼 다양한 생물들을 수 없이 품고 있다.

▲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강줄기의 부드러운 곡선.

바다도 남다른 점이 있다.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양편 기둥이 되고, 두 기둥 사이에 가로 놓여있는 장도와 여자도가 바람을 막아주니 호수처럼 잔잔하다. 순천만은 생김새가 거대한 호리병 모양처럼 아름답기도 하지만,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기수지역인 탓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지금은 개체수가 줄었지만 숭어 떼가 어찌나 많았는지 어구가 발달되지 않을 때 뗏목을 띄우면 그 위로 짚 다발만한 큰 숭어가 튀어 올라왔다 한다. 여전히 매년 2~3월이 되면 밤에 불을 켜고 실뱀장어를 잡는 사람들이 강줄기를 따라 장사진을 친다.

생태공화국 순천만은 끝없이 펼쳐진 갯벌이 장관을 이룬다. 순천만의 갯벌은 규모도 거대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한 생명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바다 생물의 70%가 갯벌에서 산란을 한다. 이는 강물이 육지에서 발생한 영양염류를 모아 육지와 가장 가까운 갯벌에 풀어놓음으로, 알이 성장하고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이 먹을 수 있는 영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 순천만 갯벌은 마치 에덴동산처럼 태초에 창조된 생명들을 건강하게 보존하고 있다.

또한 갯벌은 육지에서 내려오는 온갖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갯벌은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독소를 걸러주는 콩팥과도 같다. 갯벌은 수심이 얕고 게다가 썰물 때면 뭍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햇빛을 충분히 받는다. 따라서 갯벌에는 무수한 식물성 플랑크톤과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육지에서 내려온 유기물을 먹어 치움으로써 정화기능을 수행한다. 갯지렁이들은 갯벌을 들락거리며 산소를 유입시킴으로 갯벌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갯벌은 많은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 지구온난화를 예방해 준다.

갯벌 속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다. 뻘과 모래 속의 유기물을 먹고 사는 꼬막, 낙지, 맛조개, 키조개는 물론 갯지렁이, 농게, 칠게, 짱둥어 등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농게는 뻘 속에 구멍을 내고 산다. 절대 남의 집을 침범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만 산다. 툭 튀어나온 두 눈과 끈적끈적한 점액질을 온몸에 바른 모습을 한 짱뚱어는 생김새는 우스꽝스럽지만, 외모와는 달리 깨끗한 갯벌에서만 산다. 지구상에서 생산력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 하구갯벌이다. 생태공화국 순천만이 바로 그런 곳이다.

▲ 색깔이 일곱 번 변한다하여 ‘칠면초’라 불리는 이 식물의 군락은 순천만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물감과도 같다.

순천만 갯벌에는 칠면초들이 갈대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용산전망대에서 시선을 약간 왼쪽으로 틀면 빨간 칠면초 군락이 보인다. 1년 동안 일곱 번 색깔이 변한다하여 칠면초라 부르는데, 칠면초는 염생식물로 바닷물이 살짝 잠기는 곳에서 잘 자라며 물에 잠기는 정도에 따라 붉은 색이 약간씩 달라진다. 파란 갈대밭과 빨간 칠면초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빨간 칠면초 군락에 흰 두루미 한 마리가 앉으면 군계일학처럼 돋보이고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생태공화국 순천만에는 산과 들과 평야가 있다. 이것들이 순천만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순천만 바닷가에는 산에 사는 노루, 산토끼, 청설모, 멧돼지 같은 짐승들이 놀러 오는가하면, 주변 산에는 바다에서 서식하는 게들이 소풍을 간다. 심지어 마을 민가까지 찾아오는 게들도 있다.

▲ 순천만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사람과 더불어 평화롭게 공존한다. 그래서 순천만은 생태공화국이다.(권남덕 기자 촬영)

순천만에는 중원 뜰과 인안 뜰이라 부르는 두 개의 큰 평야가 있다. 땅이 비옥하여 쌀 수확량도 많지만, 미질 또한 최고를 자랑한다. 게다가 순천만 주변의 들과 평야에서는 대개가 친환경 농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태계의 순환이 원활하다. 미생물들과 지렁이 그리고 작은 벌레들까지도 생태공화국의 가족들로 어우러져 살아간다. 특히 생태공화국의 중요한 구성원인 새들에게 대해서는 별도의 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음 지면을 이용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생태공화국 순천만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 핵심멤버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순천만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순천만과 유사한 생태지역들이 많지만 사람들이 가까이 사는 곳은 드물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예를 들어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생태계의 보고라고 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오래 전부터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다. 그에 비해 순천만에는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다. 사람을 주축으로 하여 다양한 생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 바로 순천만이다. 하나님이 처음 만드신 에덴동산의 구조를 갖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순천만을 생태공화국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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