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시인)

낙엽도 다 져 버렸다. 연말을 맞는다. 연말을 맞아 뒤돌아보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허탈감, 박탈감, 열등감, 자괴감 같은 것이 든다. 아니, 새해를 준비하는 압박감마저 찾아온다. 연말을 맞는 마음도 그렇거늘, 우리의 개인적 종말이 다가오면 얼마나 공허한 마음이 들겠는가. 그러나 사도바울은 자신의 삶이 전제와 같이 부어지고 떠날 시각이 가까웠다고 고백하지 않는가(딤후4:6). 자신의 생에 종말 앞에서 아무런 박탈감이나 자괴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존재가 전제로 부어졌다는 것이다. 전제란 구약에서 모든 제사를 드리고 난 다음에 마지막에 포도주를 붓는 예식을 말한다. 왜냐면 지극한 만족감과 희열, 행복감에 젖어서 포도주를 붓는 것이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포도주를 붓는 전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생명을 전제로 드렸다니 얼마나 위대한가. 내가 스스로 잘하려고 노력하고 성공지향적, 과업지향적 목회를 하니까 연말이 되면 박탈감과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저 은혜지향적인 목회를 하면 모든 것이 은혜일 뿐이다. 은혜 안에서 헌신하는 삶을 살면 매 순간순간이 전제라고 할 수 있다. 그대는 전제의 삶을 살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가. 아니면 성공지향적인 삶에 매몰되어 한숨짓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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