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선교비전, 전인교육으로 구체화

국제적 인재 양성 더불어 한국인 정체성 강화 위한 다양한 경험·교육과정 적극 감당

▲ 교과목 통합수업에서 영양소 검출 실험을 하는 학생들. 한 가지 주제를 통해 국어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습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심학교의 획기적 교육방식이다.

시작은 그랬다. ‘더 나은 길은 없을까?’ 예수전도단(YWAM)의 청소년 제자훈련 프로그램인 ‘킹스 키즈(king’s kids)’ 사역자들이 머리를 맞대며 제기한 질문이었다. 훈련기간 변화되는 아이들 모습은 놀라웠고, 결단과 고백은 감동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세상과 맞서기에 아직 아이들은 약했고, 훈련을 마치고 나면 사역자들이 더 이상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깊이 고민한 끝에 우리들이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습니다. ‘학교를 세워보자!’”

시냇가에심은나무학교(이하 시심학교) 교장 서원석 목사는 학교 설립의 발단이 된 15년 전의 상황을 이렇게 추억한다. 그 마음들이 모여 2002년 대안학교 설립을 위한 기도모임을 시작했고, 그 기도가 쌓여 4년 후 예수전도단 학교설립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터를 다지는 3년 세월이 더 지난 2009년 3월에 마침내 시심학교가 충남 천안에서 정식 개교했다.

▲ 선교를 위한 학교를 지향하는 시심학교는 학생들이 타문화관과 접촉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준다. 사진은 쿠알라룸푸르캠퍼스에서 학기를 보내는 학생들의 모습.

 교사들이 꿈꾸었던 학교는 ‘선교하는 학교’였다. 학생들이 선교를 배우고, 선교사로 살아가도록 세우는 학교를 만들고자 기도하고 준비했다. 여기서 선교란 물론 풀타임 사역자로서의 섬김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삶을 하나님께 바치고 어떤 형태로든 하나님나라와 복음전파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사역을 통칭하기도 한다.

“한국 선교사들은 혈혈단신으로 사역하는 게 익숙하지만 선교사역은 본디 팀으로 전개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찾아왔던 선교사들의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어요. 복음사역자들 주위에는 의료인, 교육자, 재정지원자들까지 다양한 선교동역자들이 필요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다양한 능력을 갖춘 전문인 선교사와 후원자들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죠.”

시심학교 학생들은 일찌감치 선교현장을 경험한다. 매학기 방학을 전후해 2~3주간 실시하는 현장체험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 선교현장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빈민지역과 농어촌을 찾아가 공부방 지도 일손 돕기 등의 활동을 하거나, 의료기관과 복지기관 등에서의 봉사활동 혹은 특수학교 학생들과 자매결연이나 공동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삶의 지평을 넓힌다.

국외적으로도 매 학년 아웃리치 형태의 선교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이들을 가슴에 품는 기회를 가진다. 특히 고1 시절을 보내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캠퍼스와, 고3 막바지에 찾아가는 호주 멜버른캠퍼스는 학생들이 선교비전을 구체화하는데 큰 자극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일상적인 교육과정과 활동들을 통해 선교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간다는 점이다. 연중 3학기로 편성되는 시심학교의 매 학기 첫 주는 YDTS라 불리는 제자훈련으로 편성되고, 하루 수업일정은 말씀묵상으로 개시된다.

도덕 과목의 연장선상에 있는 ‘빛과 소금’ 수업은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운 바를 양로원 고아원 등을 찾아가 실천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으며, ‘타문화이해’라는 특성화교과는 학생들이 아직 정식으로 마주치지 못한 세계를 미리 접촉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 도덕 과목을 확장한 ‘빛과 소금’은 아는 바를 실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학생들이 농촌마을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시심학교는 기독교학교이고 국제화학교인 동시에 한국학교이고 대안학교임을 표방한다.

모든 교과과정은 한국 공교육의 표준을 기본으로 한다. 아이들은 ‘한국인’으로 자라고, 모국 언어와 역사를 기반삼아 사고한다. 또한 아이들은 다양한 주제와 수업방식을 통해 전인적으로, 창의적으로 성장한다. 졸업생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세계 유수의 대학에 진학하면서도 기독인인 동시에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은 학교의 뚜렷한 지향점 덕택이다.

이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사들은 지난 8년 간 ‘최선’이라 부를 그 이상의 헌신을 했다. 스스로 사재를 털어 학교를 세우는데 공헌했으며, 캠퍼스를 천안에서 전북 진안군 마령면의 산골마을로 옮겨올 때도 기꺼이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아이들과 고락을 함께 하는 길을 택했다. 학교가 몇 차례 재정위기에 몰렸을 때 박봉을 감수하며 탈출구를 마련한 것도 교사들이었다.


고마운 교사들의 은덕을 온 몸으로 겪은 아이들은 결코 게으를 수도, 빗나갈 수도 없었다.
학부모들 또한 교사들이 결정하는 학교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어주었다. 학생들의 학비를 어떻게든 낮춰주려 애쓰고, 빈약한 살림 가운데 목회자들과 선교사들의 자녀에게는 파격적인 장학혜택까지 준다는 시심학교의 소식을 접한 여러 후원자들의 정성도 답지했다.

이제 교사들의 소망은 딱 한 가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학교도 행복하다. 행복한 학교가 더 행복한 교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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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수업 통해 ‘재미있는 학교’로

시냇가에심은학교 개교 이래 가장 골치 아픈 고민은 신입생들이 초기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제도권교육과는 다른 낯선 교육체제를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 법인데, 익숙한 도시를 떠나 생소한 시골생활을 견뎌내는 것은 더 큰 고역이다.

그 걱정을 해결할 방법이 드디어 마련됐다. 초등학교 5, 6학년과 중학교 1, 2학년에 해당하는 중등과정을 올해부터 서울 방배동에 신설하는 캠퍼스에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단순히 장소만 바꾼 것이 아니다. 수업방식을 비롯한 교육체제 전반이 완전히 새롭게 변모한다.

변화의 핵심은 교과목 통합수업이다. 하나의 주제 아래 다양한 교과내용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수업 형태로 학생들에게 더 재미있는 교실, 더 실감나는 공부를 선물한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나만의 교과서’나 코칭교육 등을 병행해 개별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도모한다.

▲ 시냇가에심은나무학교 학생들은 제자훈련을 겸한 수련회로 새학기를 시작한다. 사진은 수련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장거리 행군 모습. 아이들은 하나님나라와 복음을 위한 좋은 동역자로 자라난다.

 이를 위해 시심학교는 영동대학교 교육학과 최선일 교수의 도움을 받아 3년 동안 통합수업 실시를 위한 준비과정을 충실히 밟았고, 지난해 마지막 학기에는 실제로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통합수업 중심의 학기를 진행하며 경험과 자신감을 축적하기도 했다.

서원석 교장은 “오전에는 교실수업 위주로, 오후에는 도서관을 비롯한 현장에서의 체험을 통해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보는 실습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려 합니다. 교과목도 시험도 없는 획기적인 교육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시심학교는 서울캠퍼스가 조성되면서 네 개로 늘어난 캠퍼스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태국 인도 등 여러 선교지에 같은 비전과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계속 세워가려 모색 중이다. 규모를 키우자는 게 아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을 선물하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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