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탈종교 시대, 옛 노트는 버려라

‘종교없는 인구’, 전 연령·지역서 크게 증가 ‘충격’ … 다양한 원인 분석, 전략 수정 불가피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 결과 개신교 인구가 10년 전에 비해 121만명이 증가해 조사 이래 최초로 1위 종교에 올랐다. 조사 신뢰도 논란이 있긴 하지만 개신교 인구가 증가했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탈종교화 현상부터 시작해 저출산, 독신과 이혼 증가 등 개신교회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점들이 조사 결과 곳곳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연속기획을 통해 통계청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한국교회에 영향을 미칠 사안들을 주제별로 살펴보고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번 통계청 조사 결과는 개신교는 물론 다른 종교들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탈종교화 현상이 수치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종교가 있는 인구는 2155만 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43.9%를 차지했는데, 이는 2005년 52.9%에서 9%나 감소한 수치다. 반면 종교가 없는 인구는 2005년 47.1%에서 2015년에는 56.1%(2749만 9000명)로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10년 사이에 9%나 되는 인구가 종교를 포기한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서 ‘종교 없음’이 종교 인구를 앞지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종교 인구 감소는 성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남녀 모두 감소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종교가 없는 남자는 2005년 50.7%에서 2015년에는 60.6%로 10% 가량 증가했다. 여성 역시 2005년 43.6%에서 51.6%로 8% 가량 증가했다. 성별 종교 인구 감소는 종교가 있는 인구와 비교했을 때 더 확연히 드러난다. 2015년 기준으로 종교가 있는 남자는 39.4%인데 비해 종교가 없는 남자는 60.6%에 달했다. 2005년 49.3%(종교 있는 남자), 50.7%(종교 없는 남자)에 비해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여성은 그동안 종교가 있는 비율이 더 높았으나, 2015년에는 반대로 종교가 없는 비율이 더 높았다. 여성은 종교가 있다는 비율이 1995년 54.2%였다가, 2005년 56.4%로 조금 높아졌고, 그러다 2015년에는 48.4%로 대폭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나이가 적을수록 종교가 없는 비율이 높았다.<표1> 종교가 없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로 자그마치 64.9%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10대 62.0%, 30대 61.6% 순이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종교가 없는 비율은 63%에 달해, 전체 평균 56.1%에 비해 높았다. 최근 개신교계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고령화 현상이 이번 조사에서 여실히 확인된 것이다.

30대 이후로는 연령이 증가하면서 종교 인구가 많아져 70대에는 종교가 없는 인구가 41.8%로 가장 적었다. 2005년과 비교해 종교 인구 비율이 가장 크게 감소한 연령은 40대였다. 40대는 2005년에 종교가 없는 인구 비율이 43.5%였지만 2015년에는 56.8%로 13.3%나 증가했다. 이어 20대(12.8%), 10대(12.5%) 순으로 종교가 없는 인구 증가 비율이 높았다.

연령별 종교 인구 감소 현상은 연령별 사회활동 참여인구와도 연관지어볼 수 있다. 30대의 사회활동 참여인구는 2010년과 비교했을 때 4.9%나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어 40대(3.4%), 20대(2.6%) 순으로 감소폭을 보였다. 비슷한 연령대에서 사회활동 참여인구와 종교 인구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둘 사이의 연관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지역별로는 광주광역시가 종교가 없는 비율이 61.6%로 가장 높았다.<표2> 이어 충청북도가 60.0%, 전라남도가 59.3%로 뒤를 이었다. 그 외 강원도(58.7%), 충청남도(58.4%), 제주특별자치도(58.0%), 인천광역시(57.9%), 세종특별자치시(57.8%), 경기도(56.7%), 대전광역시(56.2%) 등이 전체 평균 56.1%에 비해 종교가 없는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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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현상, 전방위적 대응 나와야”

한국 사회의 탈종교화 현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015년도에 펴낸 ‘한국인의 종교’ 보고서에서도 종교인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 보고서에는 10년 전인 2004년 조사에서 종교인 비율이 54%였지만, 2014년 조사에는 4%가 감소한 50%로 보고됐다.

당시 한국갤럽은 종교인 비율이 감소한 것은 젊은층의 종교인 비율이 두드러지게 감소한 데 주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젊은층의 탈종교 현상은 이번 센서스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40대 이하부터 ‘종교없음’ 인구가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탈종교현상의 원인을 유추할만한 조사항목이 이번 센서스에 포함되어 있다. 20세 이상 분야별 사회활동 참여 인구를 묻는 질문에서, 종교단체가 2010년 10.6%에서 3.1% 감소한 7.5%로 조사됐다. 반면 2010년 5.8%에 불과했던 문화단체는 9.2%로 3.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사람들이 종교를 찾는 이유를 보편적으로 마음의 안정과 위안으로 꼽는다. 그런 측면에서 20세 이상 성인이 종교단체가 아닌 문화단체에 참여해 사회활동을 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문화활동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꾀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종교를 필요로 하지 않은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상대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시대 사조, 여기에 종교의 세속화, 종교 내의 갈등과 분열 등이 탈종교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젊은층의 탈종교화는 장기적으로 종교인구의 고령화, 나아가 종교인구의 급속한 하락을 가져오는 요인이기 때문에 교회 차원의 전방위적인 분석과 대응이 요구된다.
 

▲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탈종교화 현상이 확인되면서 그 원인과 향후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움직임이 많다. 사진은 청어람ARMC, 한국복음화협의회, 한국교회탐구센터가 1월 5일 공동 주최한 ‘개신교는 과연 약진했는가’ 주제의 특별포럼 장면.
탈종교화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유럽은 물론이고 기독교 배경의 미국조차 자신의 종교가 없다고 말하는, 비종교 인구가 과거 10%에서 최근에는 20%대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탈종교화 현상과 관련해서도 2000년 이후 우리 사회에 확장되고 일상화된 포스트모더니즘이 탈종교화를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 많다. 신동식 목사(기윤실 정직윤리운동 본부장)는 “대중매체에서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들이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이것을 확장해보면 공동체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런데 교회는 함께 있는 곳이고, 공동체다. 일상화된 포스트모더니즘이 공동체를 떠나 홀로 살고 싶은 욕망을 확장시켰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에 대한 상실감도 탈종교화에 큰 몫을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교회 문제에 교회가 교회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각종 통계에서 개신교가 여러 종교들 중 가장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대형교회와 교단의 세속화, 목회자에 대한 실망 등으로 예배에 출석하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가 증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는 5일 한 특별포럼에서 “개신교는 수치상 증가분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조심스럽게 반성을 하고, 수적 증가보다 질적 성숙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탈종교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의 필요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충족시키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다원주의 사회에 사람들의 필요나 동기, 욕구는 굉장히 다양해졌다. 이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과거지향적이거나 획일화된 방식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정 교수는 지난 해 11월 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가 발표한 ‘평신도의 교회 선택과 교회 생활 만족도’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를 예로 들었다. 정 교수는 “조사 결과 연령별로는 20대, 직업으로는 블루컬러 계층, 소득별로는 저소득층이 교회에 대한 불만이 크고, 교회를 떠날 의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문제들에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탈종교화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해 신앙의 공공성도 강조했다. 교회들이 자칫 신앙과 삶을 분리시키려는 경향이 있는데, 도리어 교회는 개인 삶의 모든 영역에까지 관심을 갖고 논의하는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교회가 그런 부분들에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런 어려움을 당했을 때 교회에 나가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 되더라 말하지 않겠느냐”며 교회들이 20대의 팍팍한 현실이나, 블루컬러와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구체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극복하기 위해 성도들이 변증적 신앙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동식 목사는 “성도들이 일방적인 가르침에 있다 보면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맥을 못 춘다”며 “성도들로 하여금 변증적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대책도 탈종교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종교를 가진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데 교회들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영 교수는 “천주교나 불교는 이미 고령층의 종교가 돼 버렸고, 개신교도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령층 인구들이 신앙 안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교회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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