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를 존경하며 후임은 존중하세요”

목회관은 ‘틀림’이 아닌 ‘다름’의 문제 … 교회론 확립으로 갈등 극복해야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한국교회는 새로운 갈등 상황과 마주했다. 1970~80년대 부흥기에 개척한 교회들이 리더십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원로와 후임 목사의 갈등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장로와 안수집사 등 중직자의 갈등으로 확대되고 결국 교회 분열 사태까지 이르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출범한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위원장:전병금 목사·이하 한목윤)는 원로와 후임의 갈등이 앞으로도 한국교회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문제를 고찰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표회를 2월 16일 열었다. 발표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서 싣는다.<편집자 주>

▲ 2000년대 들어서며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이 교회분쟁의 새로운 요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한국교회는 이 갈등을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를 주제로 16일 발표회를 열었다. 발표회 현장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해 많은 교회들이 원로와 후임의 갈등을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목윤은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를 주제로 발표회를 열었다. 주제에서 드러나듯 한목윤 발표회는 원로와 후임 목사의 관계성에 집중했다. 발제자들은 원로와 후임이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을 △심리적 △목회적(신학적) △정치적 상황으로 분석했다. 이어 원로와 후임 그리고 성도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제시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가 기조발제를 하고, 백장흠(한우리교회) 손인웅(덕수교회) 원로목사가 원로목사의 입장을 설명하며 후임목사와 관계가 틀어지는 실제적인 문제들을 발표했다. 후임목사 입장은 강준모(남성교회) 최성은(남서울교회) 목사가 발표했다.

교회론 확립으로 갈등 극복해야

주제발제를 한 김승호 교수는 원로와 후임 목사의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를 목회 철학과 방식의 차이, 불안과 조급함의 심리적 상황으로 분석했다.

김승호 교수는 1970~80년대 목회자들은 대부분 교회의 부흥과 성도 개인의 신앙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목회 철학과 방식이 ‘교회 내부’로 쏠려 있는 것이다. 이후 교회의 사명에 대한 인식변화로, 후임 목회자들은 지역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선교와 봉사를 강조하고 있다. 원로 목사와 달리 목회관이 ‘교회 외부’에 중심을 두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목회 철학과 방식의 차이를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서로 비판하는 것이다. 교회의 부흥과 사회적 책임을 새의 두 날개처럼 상호보완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승호 교수는 원로와 후임 목사가 서로의 목회관을 상호보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리적으로 원로목사의 상실감, 후임목사의 조급함”이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원로목사는 20~30년 목회사역을 내려놓으면, 심리적으로 엄청난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후임목사가 그 상실감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임한 후 교회를 대대적으로 바꾸면, 원로목사는 상실감을 넘어 반감을 갖게 된다. 원로목사가 반감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목회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이다. 후임목사가 원로목사의 목회철학을 부정하는 말을 하거나, 강대상부터 교회조직까지 급격히 바꾸려는 행동이 그것이다.

원로목사가 은퇴의 상실감을 계속 교회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방향으로 표출할 수도 있다. 이때 후임을 담임목사로 인정하지 못하고, 후임과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백장흠 원로목사는 “문제는 교회론이다. 교회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의 교회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원로와 후임 목사 모두 주님과 교회를 위해서 사역한다는 본질을 기억해야 한다.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준모 목사는 교회론의 확립과 함께 “주님의 공동체의 화평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결단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로의 공로와 후임의 권위를 세워라

교회론이 확고하면 심리적인 상실감도,  자신을 내세우려는 조급함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죄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감정에 휘말리고 만다. 교회를 어려움에 빠뜨리지 않으려면, 원로와 후임 목사는 어떤 결단을 해야 할까.

발제자들은 원로목사가 숙고해야 할 사항으로 다음을 제시했다.
△은퇴 이후에 급격한 환경변화와 복잡한 심리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은퇴 후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역을 미리 준비하라.
△후임에게 리더십을 이양했음을 항상 기억하라. 특히 성도들이 교회문제를 상의할 때를 조심하라. 자신이 은퇴를 했다는 것을 명심하라.
△담임목사와 교회를 위해 사랑으로 기도하라. 후임목사가 건강한 목회를 하는 것이 곧 자신의 목회에 열매를 맺는 것임을 인식하라.

후임목사는 손인웅 원로목사가 말한 격언을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손 목사는 30대 후반에 덕수교회 담임으로 부임했다. 20년 동안 원로목사와 함께 사역했고, 지금 원로가 되어 후임과 함께하고 있다. 그 경험을 통해 손 목사는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은 그 우물을 판 사람의 수고를 생각해야 한다’는 격언을 후임목사에게 전했다.

후임목사가 숙고해야 할 사항으로 발제자들은 △원로목사에 대한 성도들의 존경과 향수를 기뻐하라. 좋은 목회자가 사역을 했고 그 덕분에 교회가 건강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원로를 존경하라.
△급격한 변화는 목회에 독이다. 교회의 역사와 상황과 원로목사의 목회철학을 충분히 파악하고,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라.
△성도는 후임목사에게 이전과 다른 차별성을 기대한다. 동시에 이전의 목회를 계승하기를 바란다. 이런 성도들의 이중적인 기대감을 이해하고, 자신의 목회철학을 어느정도로 어떻게 언제 반영할 것인지 고민하라.

원로와 후임 목사의 개인 갈등으로 성도들까지 분열하면, 교회 분쟁으로 확대된다. 발제자들은 성도들도 원로목사의 상실감과 고독감을 이해하고, 후임목사가 큰 부담감을 갖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목회자에게 은퇴 이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원로와 후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정적 문제이다. 이날 한목윤 발표회는 관계성에 집중하고, 재정으로 은퇴 목회자가 겪는 어려움과 이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은 다루지 않았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연구와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어느 원로목사의 고백

“화합 노력이 도리어 분열 불렀다”

숨쉬는 것만으로도 부담 … 울며 기도할 뿐

“원로목사가 숨쉬는 것만으로도 부담이라고 하더군요.”
서울 A교회의 ㄱ원로목사는 마음이 무겁다. A교회를 후임목사에게 물려준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교회만 생각하면 애끊는 마음뿐이다.

“새벽 3시면 일어나요. 자리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첫 번째 기도제목은 A교회의 부흥입니다. 자식보다, 제 목숨보다 더 소중했던 교회인데 어떻게 기도를 쉬겠습니까?”
생명보다 중요했던 목양지이었지만 ㄱ원로목사는 더 이상 A교회를 찾아가지 않는다. 교회 창립주일, 명절 때도 은퇴목사들이 모이는 교회로 간다.

ㄱ원로목사는 한국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1970년대 중반에 A교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30년 동안 목양일념으로 교회를 섬겼다. “교회 리더십을 은혜롭게 물려주는 것도 선임목사의 몫이다”는 생각으로 은퇴도 미리미리 준비했다. 남들보다 몇 년 빠르게 조기은퇴를 결행해 교인들과 주변에 칭송을 받았다. 은퇴 후에는 해외 선교지로 나가 후임목사가 마음껏 목회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제가 60대 초반에 모 신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당시 학위 논문이 담임목사의 목회 이양이었죠.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은퇴하고 후임에게 잘 물려줄 수 있느냐를 연구한 논문입니다. 제 연구의 결론은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원로목사는 후임목사의 비전을 펼칠 수 있도록 최대한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달랐다. 목회를 이양한지 3년도 되지 않아 교회에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젊은 목사가 원로장로들을 무시한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버릇없는 후임을 내보내고 GMS 선교사로 나가있는 원로목사의 아들을 담임으로 앉히자”는 말까지 돌았다.

이후 A교회는 후임목사파와 원로목사파로 나뉘어 갈등을 겪었다. 사태가 더욱 꼬인 것은 ㄱ원로목사가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나서고 나서부터다. 그는 양측의 화합을 위해 발을 들였지만, 오히려 양떼를 가르는 결과만 초래했다. 결국 A교회는 본당파(후임)와 교육관파(원로)로 나뉘어 예배를 드렸다.

“실수라고 하면 실수겠지요. 당시에는 교회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양측에서 모두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심지어 제가 숨쉬는 것만으로도 부담이라고 합니다. 제가 죽도록 충성한 열매가 이것밖에 되지 않나하는 자괴감으로 매일 새벽마다 울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A교회처럼 원로목사와 후임목사로 인한 교회 갈등은 셀 수 없이 많다. 충현교회 광림교회 등 대형 교회뿐만 아니라 작은 교회도 비켜갈 수 없는 것이 원로와 담임의 갈등이다. “후임이 온지 5년 안에 사달이 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니 한국 교회 안에 원로와 후임의 갈등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이들의 갈등으로 한국 교회 전체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로와 후임의 갈등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교인들 전체의 갈등으로 커지고, 결국 교회분열의 단초가 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 교회 쇠퇴의 원인이 되고 있는 원로-후임의 갈등을 해결할 열쇠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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