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인에게 진정한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사일런스>의 한 장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사일런스> 개봉
소설 <침묵> 원작, 진정한 복음의 의미 되물어

영화계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28년 동안 꿈꿔온 영화가 드디어 관객들을 찾아온다.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사일런스>가 2월 28일 개봉을 앞뒀다. 기독교인들이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할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기독영화의 바이블 <미션>의 뒤를 이을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영화 <사일런스>는 소설 <침묵>과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출신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 신부의 실화에서 출발한다. 페레이라 신부는 에도 막부 시대에 선교 활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선불교로 개종한 뒤 불교학자가 되어 일본인 아내까지 얻었다. 가톨릭 예수회의 지도자였던 사실이 무색하게 배교 후 그의 행보는 놀랍도록 파격적이었다. 1636년 <기만의 폭로>라는 책을 통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역설하면서 가톨릭교회를 비판해, 지금까지도 종교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의 배교를 믿지 못한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그를 찾으러 떠난 선교를 통해 진정한 믿음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독교인들의 신음에도 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는가? 하루가 멀다 하고 죄를 지었다가 회개하기를 반복하는 파렴치한 인간도 목숨 걸고 신앙을 지키는 이들과 함께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나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다른 이의 고통에는 눈을 감아도 되는 것인가? 17세기 두 신부의 고뇌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로드리게스 신부가 그를 박해하는 이노우에, 우여곡절 끝에 만난 페레이라 신부와 나누는 진리에 대한 논쟁은 가볍게 의식했던 신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일런스>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영화 내내 배경음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미션>이 내용뿐만 아니라 엔니오 모리꼬네의 사운드트랙으로도 유명했던 반면, <사일런스>는 현장음과 효과음, 기독교인들이 부르는 찬송 외에는 배경음악이 없다. 배경음악이 주는 긴장감이 아닌 오히려 조용한 ‘침묵’은 역설적이게도 숨이 막힐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59분에 달하는 상영시간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택시 드라이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디파티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소설 <침묵>을 보자마자 영화화를 결정했고, 15년 동안 각색 작업을 거쳐 <사일런스>를 완성했다. 그 열정을 인정받아 2016년 전미비평가협회 각색상을 수상했고,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촬영상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캐스팅 면면도 화려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스타덤에 오른 앤드류 가필드, <테이큰> 시리즈로 친숙한 리암 니슨,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의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았다.
진정한 복음의 실천은 무엇일까? 평생을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신앙을 보인 17세기 신부의 모습에서 우리는 또 다른 얼굴을 가진 예수님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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