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품제목:everlasting love(영원한 사랑) 대나무살과 무명실, 2016, 110x73x2cm

■황혜성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원을 수료했다. 가와시마 텍스타일스쿨, 베를린 국립예술대학 대학원을 거쳤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현재 온누리미술선교회 아트비전 회장으로 섬기고 있다.

황혜성의 작품은 대나무살 조각을 무명실로 결속시켜 밀도 있게 작업한 십자가 오브제 작품이다. 작품을 제작하는 데 쓰인 주재료는 대나무살이다. 대나무 본래의 용도와 전혀 다른 새로운 감각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을 가진 십자가 작품으로 재현했다. 오브제를 사용함으로 초현실주의 조형적 영역뿐만 아니라 강한 영성까지 결합되어 조소와 회화, 공예의 모든 예술 영역에 두루 접근해 그야말로 총체적 작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나무살 십자가는 언뜻 보기에 투박해 보이지만 세밀히 관찰하면 주홍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앉아 있는 듯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있는 실타래가 만들어낸 분할된 면의 공간감과 얇게 쪼갠 대나무살의 날선 듯 까칠해 보이는 형태적 덩어리감이 다소 낯설지만, 실상은 ‘십자가를 관통한 하나님의 사랑은 영원하다’라는 단순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얇게 쪼갠 대나무살을 한 가닥씩 연결하여 켜켜로 쌓고 동여매고 결집하고 또 연결하는 힘든 작업을 통해 커다란 덩어리 주홍 십자가 조형물로 밀도 있게 완성했다. 가히 압도적인 공간감을 연출한 입체 작품이다.

2000년 전 참혹한 형벌 방법으로 쓰인 십자가 형틀이 현대 기독인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상징성과 장식성을 지닌 기호가 되었다. 기독미술인이라면 한번쯤 다루는 친근한 소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나무살 십자가 작품이 예외적이고 특별한 이유는, 십자가를 표현하는 기법과 재료의 차별성 때문이다. 통 대나무를 쪼개서 만든 대나무살을 퍼즐 맞추기를 하듯 무명실로 연결하고 실을 감는 고된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완성한 아이디어가 경이롭다. 모든 작업 과정 중에 의도한 십자가 형태감을 유지하면서 팽팽하게 연결하는 과정은 잠시도 방심 할 수 없는 고된 반복적 작업이다. 주재료인 대나무살을 접착제 없이 오직 무명실만으로 의도한 조형성을 추구하기까지 작가의 성실한 작업 근성과 야무진 손재간에 찬사를 보낸다. 결국 작가의 십자가 사랑이 빚어낸 인내와 수고로운 땀의 결과물이다.

이런 일련의 고난이도 과정을 거친 대나무 십자가는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을 보기만 해도 십자가 고난에 동참하는 것 같은 간접 체험 효과가 있다. 작가는 힘든 십자가 제작 과정 속에서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나비 형태의 조형성을 슬쩍 보여 준다. 작가는 나비를 통해 십자가는 고난뿐만 아니라 부활의 소망이 있다고 암시한다. 고치에서 숨겨두었던 날개돋이를 하며 푸른 하늘을 훨훨 나는 나비 같은 존재가 되기 바라는 생명의 숨결이 들어 있다.

또 삐죽삐죽 튀어나온 뾰족한 대나무살은 상대방을 찌르고 고통을 주고 상처를 준 우리의 죄성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그러나 작품 속 십자가 속살을 좀 더 심도 있게 관찰 한다면, 그 찌르는 대나무살은 서로 보듬고 끌어안으며 회복 되고 마침내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작품 전체가 짙은 주홍색 덩어리로 색채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과 은혜를 경험하게 하는 시각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보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지체로써 서로 연결되어 하나가 될 때 부활의 소망을 지닌 참 그리스도인이 된다고 한 땀 한 땀 수고로이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곧 부활절이 다가온다. 부활절에 영원한 십자가 사랑을 깊이 묵상하며 감상할 수 있는 소망적인 작품이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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