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꿈으로 피어나다
이미경의 회화는 함축된 도시 조형 이미지로 산뜻하고 신선하다. 작가가 그려낸 작품세계는 색채가 있는 피아노 건반처럼 보이는데, 경쾌한 색채 리듬감이 강하게 눈길을 끄는 힘이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도시는 고유의 특정 이미지를 제시하면서도, 다양한 색채 미학적 작업으로 고요하지만 역동적인 운동에너지를 보여준다. 작품을 처음 대하는 사람이라도 다양한 색채와 절제된 도시 이미지에 매료된다. 작가는 현대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 최소 단위의 추상적 선과 면의 기호만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하던 익숙한 형태감이 아니라 작가만의 세계를 표출한 것이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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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작가는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국내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경인미술대전 입선, 서울미술대상전 특선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여류화가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형태는 절제하고 색채에 의한 밀도를 강조했다. 색의 진출성과 후퇴성의 착시 현상적 운동감과, 팽창성과 수축성에 의한 면적감을 의도하면서 작가만의 조형적 도시를 재창조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화면 가득 마치 오디오 음향 파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에너지가 충일한 조형성을 형성해 박진감, 생동감의 감흥이 새롭다. 알록달록 다양하고 활달한 색선의 반복과 리듬감 있는 구성은 작가의 어린 시절 색동저고리에 대한 향수가 모티브가 되어 추억의 감성이 녹아 있다. 그래서인지 어딘가 한국적 정서가 묻어나기도 한다. 또한 색선과 무채색선을 혼용한 화면은 난색과 한색의 적절한 배열과 함께 정감 있는 푸근한 도시로 보인다. 색채에 대한 편식 없이 모든 색을 골고루 사용하는 무모성과 대담성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화면은 단순한 구도로 조형적 도시와 시원하게 열린 하늘 공간으로 2등분 하여 형의하학적인 공간에서 형의상학적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공간 이동 할 수 있는 구도다. 감상자에게 도시 지향적 삶을 벗고 안식과 평안이 있는 본질적인 초월 세계, 즉 하늘나라를 꿈꾸며 공감하게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미니멀한 형태와는 상반된 몇 가지 감성적 요소들이 관찰된다는 점이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냉랭함 속에서도 자연이 주는 친근하고 정겨운 것들을 애써 끄집어내려는 시도들이 감지된다. 참새, 구름, 드넓은 하늘 등 일상 속에서 무심히 스치고 지나칠 수 있는 자연의 현상들이 작품 속에서 관찰 되는데, 이는 도시 한 복판에서 작가가 포착한 서정적 기호들이다. 자연의 현상이나 참새라는 매개체를 사용하여 자연 회귀적 감정을 이입한 점이 놀랍다.
화면에 자주 참새라는 부재를 사용하여 자연과의 교감을 꾀한다. 또 작가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형의상학적인 공간을 날고 싶은 꿈과 절대자를 향한 기도하는 마음을 암시한다. 작은 참새 한 마리로 은유된 초월적 자아가 꿈꾸는 또 다른 세계로 떠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보인다. 날개는 있으나 멀리 날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텃새와 같은 작가 자신, 혹은 감상자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작은 날갯짓으로나마 회색 도시를 떠나 꿈꾸는 영성세계로 이동하는 감성적 작동을 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정형화 된 도시로 묘사한 세상이라는 거대 조직 앞에 작은 참새로 물질문명과 맞서는 존재로 울울한 숲처럼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의도를 표현했다. 감상자 또한 도시 한 모퉁이에서 신앙인다운 굳은 의지와 절개로 온갖 시련을 극복하며 주님이 예비해 놓으신 하늘 도성을 향한 여정을 가게 만든다. 날마다 순교하는 순교자 같은 힘든 여정이지만 결국 최후 승리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고통과 아픔의 이 세상 집 떠나 본향을 향해 마음껏 나는 꿈을 꾸게 하는 작품 감상을 통해 오늘 하루쯤은 우리의 영원한 집 하늘 도성을 묵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서양화가, 여류화가협회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