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국제이주자선교포럼, 이주민 시대 한국교회 역할 모색

박찬식 소장 “이주민사역은 보편사역…다양한 선교전략 필요”
네팔인 사역자 “택하신 사람 자신감 회복 돕는 신앙교육 중요”

2016년 6월 기준으로 한국 내 이주민 수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300만명이 넘어서고, 2030년에는 500만명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주민 500만명은 국내 인구 대비 10%에 달하는 것으로 심화된 이민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특히 이주민들 가운데 귀화자와 영주권자, 장기 체류자들의 증가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사회적으로는 민족간 문화간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한국교회 입장에서는 타종교인의 증가가 커다란 선교적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열린 제10회 국제이주자선교포럼에서는 2030년 500만명 이주민 시대에 필요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다양한 방면에서 모색해 눈길을 끌었다.

▲ 5월 29일 명성교회 월드글로리아센터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이주자선교포럼에서 박찬식 소장(기독교산업사회연구소)이 발제하고 있다. 국제이주자선교포럼은 이주민 선교 역량 확대와 함께 사회적 약자인 이주민의 삶을 돌보는데도 관심을 쏟아왔다.

포럼에서는 먼저 향후 한국교회 이주민 사역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박찬식 소장(기독교산업사회연구소)는 우선 이주민의 한국 내 정주화(定住化)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 내 외국인 이주민들이 한국교회의 일원으로서의 의미가 크게 증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한국교회 전체가 다문화 다민족 사회의 시각에서 조명되어지고, 이주민 사역은 더 이상 특수사역이 아니라 보편사역으로 점차 인식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소장은 그러면서 외국인 이주민들을 효과적으로 선교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복음전도와 함께 교육, 문화, 사회적 봉사활동 등 교회 밖에서의 다양한 선교전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에 대한 목사와 장로 안수, 다문화적 시각에서의 주일학교 교육, 외국인 교회의 노회 가입 등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문화 시대에 맞게 교단적으로도 교회 시스템 개정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이주민들의 정주화 현상이 늘고 국내 이주민들의 생활여건이 개선되는 추세에서 이주민 교회의 자립 문제도 현실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그간 한국 내 이주민들은 대부분 기독교인 비율이 낮은 국가들에서 온 이들이고 사역자들이 만나는 이들 또한 거의 초신자들로 그들을 전도하고 양육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고, 또 어느 정도 양육되면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국 내 이주민교회를 만들고 자립해 가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포럼에서는 다문화 시대를 맞아 선교적 교회의 중요성과 역할도 모색했다. 이준성 교수(풀러신학교 선교학)는 “유럽에 중남미 사람이 550만명이 살고, 로스앤젤레스에는 221개 언어가 사용된다”며 현 시대에 선교는 더 이상 지역 개념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찬가지로 선교는 소수의 전문적 선교사들이나 선교단체가 하는 일이 아니라, 모든 지역교회들이 본질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이며 교회의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리적 제한이 사라진 글로벌 다문화 시대에 “건강한 선교적 교회는 그 규모에 상관없이,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살고 있는 그 지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민 사역자의 시각으로 한국교회 이주민 선교 사역의 개선 방향을 진단하기도 했다. 김해이주민선교교회를 섬기고 있는 수베디여거라즈 목사(네팔)는 먼저 한국교회가 많은 선교사들을 파송하고 단기선교 경험은 있지만, 이주민 선교에 참여하고자 하는 성도들은 이주민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일부 전문 사역자들은 관심을 갖고 이주민들을 연구하고 있지만, 직접 이주민들과 맞부딪히는 대부분의 봉사자들은 전혀 이주민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문화적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주민을 섬기는 일보다는 신앙성장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이주민들을 사회적 약자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이주민들에게 ‘너희들은 하나님이 특별히 택하신 자’라는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신앙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일주일 내내 노동 현장에서 시키는 대로 일했던 이주 노동자들이 교회에 와서도 딱딱한 분위기를 경험한다면 쉽게 마음 문이 열리지 않는다”며 사역자가 달란트대로 교회 내에서 자유롭게 사역할 수 있는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럼에서는 이외에도 다민족교회, 이주민교회 자립, 비즈니스모델 등 다양한 주제로 발제와 논찬이 진행됐다.

국제이주자선교포럼은 2008년 첫 번째 포럼을 시작으로 매년 다양한 주제로 이주민 선교 전략을 논의해 왔다. 이사장 유종만 목사(시온성교회)는 “1992년 시작된 한국의 이주민 선교가 25년 역사를 갖게 됐다”며 “이주민 선교 1세대가 세운 교회와 단체들을 어떻게 2세대에게 건강하게 이양하고, 이주민 교회들이 자립하고 세계선교까지 감당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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