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회서 안건 재청 실패...총무후보 자격 탈락 위기

충청노회가 김영우 목사의 목사직과 공직 정직을 요구한 총회지시를 거부했다.

충청노회(노회장:허기성 목사)는 6월 16일 기산교회에서 제136회 1차 임시회를 열고, 총회에서 5월 23일 통지한 ‘총회결의 위반자 처리 지시의 건’을 논의했다. 이 지시는 총회의 결의를 따르지 않은 총신대 총장 ‘김영우 목사의 목사직과 공직 정직을 위한 권징절차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총회는 김 목사를 치리하고 6월 20일까지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김 목사에 대한 권징을 진행하지 않으면, ‘제99회 총회결의에 따라 충청노회원의 총회 공직을 즉시 정지시키고 노회의 총회총대권을 5년 동안 정지’하겠다고 통고했다.

충청노회는 총회지시를 처리하기 위해 16일 오후 2시 목사회원 51명, 장로회원 18명 등 69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회를 열었다. 당사자인 김영우 목사도 회무 시간인 2시 30분 회의장에 들어왔다.

회무는 개회선언 후 서기 홍성렬 목사가 총회의 지시 공문 내용을 회원들에게 설명하며 시작했다. 노회장 허기성 목사는 회원들에게 “총회결의 위반자 처리지시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할 것인지 결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회원이 “안건상정을 동의한다”고 말하자, 곧바로 김영우 목사가 발언을 요청했다.

▲ 충청노회 임시회에서 김영우 목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총회는 충청노회에 김 목사의 목사직과 공직 정지를 지시했지만, 노회원들은 총회의 지시를 사실상 거부했다.

김영우 목사는 “목사후보생 시절부터 50년 가까이 충청노회에서만 목회를 했다. 노회원들의 지원으로 총회에 진출해서 기독신문 주필과 총신대 재단이사 그리고 총장까지 섬기게 되어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진행된 총회와 총신대의 갈등 상황을 설명하면서, 부당한 총회 지시와 결의를 따르지 않은 것이고 이에 대한 사법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항변했다. 김 목사는 “저를 처벌하라는 공문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치리를 하더라도 죄증에 대한 사실 여부를 따져야 하지 않는가. 이번 공문은 지금 우리 회원 중에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분이 있는데, 그 문제로 이렇게 공문을 내려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목사가 언급한 ‘중요한 일을 앞둔 회원’은 총회총무에 입후보한 정O모 목사를 언급한 것이다. 김 목사는 이번 총회지시가 총무에 출마한 정 목사를 압박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자신을 치리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영우 목사가 항변하며 강하게 무죄를 주장하자, 노회원들은 흔들렸다. 총회 지시 사항을 안건으로 올려 처리하자는 “동의”가 나왔지만, 누구도 “재청”을 하지 않았다. 결국 정회를 하고 증경노회장들이 모여 해결방안을 논의했지만, 어느 회원도 김 목사를 징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노회장 허기성  목사는 오후 4시 20분 회원들에게 최후 통보를 했다. “동의가 나온 후 1시간 넘게 안건 상정에 대한 재청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안건 상정에 재청하는지 3번 묻겠다. 재청하지 않으면 이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결정하겠다.”

허기성 노회장이 3번 연이어 “총회결의 위반자 처리의 건에 대해 재청하십니까?”를 물었지만, 노회원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허 노회장은 “이 안건은 부결됐습니다”라고 선포하고 고퇴를 쳤다.

그제서야 몇몇 회원들이 아까 재청이 나왔었다, 일단 안건을 상정하고 무기명투표를 해보자 등 때늦은 발언이 나왔다. 노회장은 이미 결의했음을 주지시키고 임시회 폐회를 선언했다.

한 임원은 “김영우 목사가 임시회에 불참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제 참석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회원들이 지난 정기회에서 김 목사를 총대에서 떨어뜨렸지만, 김 목사가 있는 자리에서 치리 안건에 동의 재청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청노회가 총회 지시를 거부하면서 당장 총회총무에 출마한 정 목사는 총회임원회에서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할 위험에 처하게 됐다. 실제로 충청노회 임시회가 열리기 전에 만난 한 총회임원은 “충청노회가 김영우 목사를 징계하지 못하면, 정 목사는 총무후보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 외에도 현재 총회 공직을 맡고 있는 총대들도 당장 정직당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 목사는 “김영우 목사측과도 이야기를 해서 지혜롭게 이 문제를 처리할 것으로 알았다. 노회원들이 김 목사를 치리하는 것에 큰 부담을 가진 것 같다. 회원들의 결정을 따라야지 어떻게 하겠나”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김영우 목사는 폐회 후 일일이 노회원들에게 악수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 목사는 “노회원들에게 감사하다. 본의 아니지만 나 때문에 노회가 어려움을 당하게 되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노회는 사람 죽이거나 목회를 어렵게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상 정치도 협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총회도 일방적 지시를 하고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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