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광민 목사(기독교통일전략연구센터 대표, 숭실대 객원교수)

▲ 하광민 목사(기독교통일전략연구센터 대표, 숭실대 객원교수)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7년이 지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경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동족의 상잔으로 남북 양측에서 25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민족 최대의 슬픈 역사이다.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물리적인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전쟁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들도 윗세대가 남겨놓은 미움과 분노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국전쟁의 가장 큰 피해를 본 집단을 꼽으라면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을 겪으면서 남북한 교회의 물적 피해와 인적 피해는 어느 종교보다 크고 깊었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에 반공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승만 정권 시절부터 군사정권까지 한국교회는 반공주의를 외쳤고 반공과 신앙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이르렀다.

반공 역시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전쟁의 상처가 너무나 큰 탓일까? 상처가 아물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려야 할까?

육체적 상처는 시간이 가면 낫지만 관계에서 오는 상처는 양측이 만나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거치기 전에는 대를 이어 답습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받은 식민지배의 상처가 그러한 예이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는 전쟁을 통한 상처이기에, 덮어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지도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화될 뿐이다. 남과 북은 대를 이어 그 상처 주위를 머물면서 상처를 되새김하는 실정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복음을 곱씹어본다. 하나님께서 당신과 원수된 우리를 위해서 그의 아들을 주셔서 당신과 화목하게 하신 것이 복음의 핵심이다.(롬 5:10) 회복된 우리는 “화평케 하는 자”(마 5:9)의 사명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세상을 향하여, 분단의 상처를 가진 이 민족을 향하여 화평케 하는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가?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복음의 사명을 맡은 교회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면, 한국교회는 분단의 상처를 싸매고 화평케 하는 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가장 많은 상처를 받은 교회가 복음의 능력으로 일어서서 상처를 준 북한을 향해 용서하고 화해를 주도할 때, 하나님의 평화가 이 땅에 임할 수 있다.

상처 많은 이 땅에 평화가 오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은 서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갈라져서 만나지 못하고 체제경쟁과 군비경쟁만으로는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없다. 남북이 만나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상호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평화가 가장 큰 안보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이제부터라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이념중심의 논쟁에서 벗어나서 복음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자. 복음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이론을 견책할 수 있다. 둘째, 평화를 만들기 위해 남북교류에 교회가 앞장서자. 신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민간교류 활성화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합동교단이 이에 앞장선다면 평화를 만들어가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한국 내에 이미 와서 통일을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을 더욱 끌어안자. 탈북민들의 복음화율이 다른 종교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한국교회에 꾸준히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가 좀 더 낮은 자세로 우리에게 찾아온 미래의 통일주민(탈북민)과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는 실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3만 명의 탈북민을 품지 못하는 한국교회가 2400만 명의 북한 주민을 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으로 누구보다 상처를 입은 한국교회, 이제 복음으로 민족의 치유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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