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과 고민에 귀 기울이며 교회 정착 이끌어
예배 통해 진정한 회복 경험, 리더로 세워나가


대학생들과 연인들이 모임이나 데이트를 위해 자주 찾는 대학로와 마로니에 공원이 위치한 혜화동. 언제나 젊은 청년들이 바글바글한 곳이지만, 정작 전도를 하려고 말이라도 걸면 다들 손사래를 치며 물러서기 바쁘다. 3년 전인 2014년 7월 혜화동에 위치한 원남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당시 권기웅 목사에게 주어진 가장 까다로운 과제는 ‘청년 부흥’이었다. 거주지보다 상가가 밀집해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오랫동안 원남교회를 다닌 60세 이상 교인이 대부분이었고, 청년은 18명에 불과했다.

▲ 원남교회는 청년들이 중심이 된 젊은 영적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원남교회 청년들이 소그룹 모임을 통해 말씀을 배우고 함께 기도하며 교제하고 있다.

당장 청년부터 모으기 위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혜화역 입구에서 전도를 해보았지만, 대부분이 무관심하거나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교회를 방문했던 이들도 그저 ‘손님’으로 구경만 하다 가버리곤 했다. 왜 손님으로만 머물다 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당시 주일 오후 청년부 예배를 살펴보니, 10여 명의 청년들이 둘러앉아 예배 순서지도 없이 소그룹 모임 형식으로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권 목사는 “청년부를 되살리기 위해 우선 ‘찾아가는 전도’로 청년들을 교회로 초청하고, 동시에 예배를 예배답게 회복시켜 청년들이 교회에 정착하도록 해야 했다”며 직접 전도 현장에 뛰어들고 청년부 예배 개혁에 나섰다. 먼저 권 목사는 교회 인근 대학교(성균관대, 성신여대, 고려대, 경희대 등)을 다니는 대학생들의 거주지 주변으로 전도 장소를 옮겼다. 전도 방식도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을 고려해 단순한 방법을 동원했다. 손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들로 구성된 설문지는 먼저 청년들의 관심사에 대해 묻고, 이후 종교에 대한 관심과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를 알아보는 순서로 전개한다.

▲ 원남교회 청년들이 여름 수련회를 통해 해 복음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함께 나누고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청년사역은 그들이 직면한 아픔과 고통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교회 부흥을 위해 우리 교회로 오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안타깝게 여기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진정한 자유와 도전을 받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진실 되게 닿을 때 청년들은 교회를 스스로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교회를 찾았을 때, 교회에서 예배를 통해 진정한 회복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권 목사는 “청년들이 예배를 구경하는데 그치지 않고,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경외를 경험하며, 깨달은 바를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생활예배자’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며 당회에 청년부를 전담할 전임 사역자가 필요하다고 지원을 요청했고, 당회의 허락 하에 청년 사역에 헌신할 교역자가 세워졌다. 그렇게 청년 전임 사역자와 함께 권 목사는 직접 청년들을 찾아가고, 청년들의 고민과 고통을 깊이 들여다보며 설교를 준비하고, 청년부를 ‘기도하는 공동체’로 변모시키는 기도 운동을 불러일으키고, 수동적인 청년들을 능동적인 ‘리더’로 훈련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예배당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하나님께 마음을 털어놓고 하나님의 응답에 귀 기울이는 ‘기도’에서 비롯됐다.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조차 몰랐던 청년들은 목회자를 따라 무릎을 꿇고 기도제목을 놓고 함께 기도하며 기도를 배워나갔다. 이와 동시에, 청년들이 당면한 삶의 고민들을 주제로 하되 철저히 성경 말씀에 기초한 강해설교를 했다. 분명한 해석과 그 해석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적용이 담긴 설교로 청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청년 스스로 도전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 남교회 청년들이 노방전도에 나서 전도 설문지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처음에는 우연히 원남교회의 설문지를 받아들고 이야기를 나누다 호기심에 교회를 찾았던 청년들이 말씀과 기도를 통해 감동을 받아 한주 두주 교회를 나오다가 교회에 정착하게 됐다. 그렇게 3년 만에 원남교회 청년부는 18명에서 200명까지 성장했다.

단순히 양적 성장이 다가 아니다. 어느 때든 새벽에 원남교회를 찾으면 예배당에 무릎 꿇고 함께 기도하는 청년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지도자로 선택돼 훈련받은 청년리더들은 수동적 예배자에서 벗어나 전도와 심방에 직접 나서고 성경모임을 이끄는 능동적인 지도자로 성장해, 단순한 교재를 나누던 모임이 아닌 ‘영성의 공유’가 이루어지는 열정적인 공동체를 스스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교회는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이끌어지는 영적 공동체입니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말씀으로 삶에 고통을 이기며 새롭게 도전해 나가고, 사역자와 평신도 리더가 사랑 위에 쌓여진 권위로 공동체를 이끌어나갑니다. 이제 원남교회 청년들은 자신들의 고민과 고통을 넘어 이 나라와 통일한국을 위해 매일 뜨겁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에 교회 전체가 도전을 받고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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