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신앙대강좌

윤형철 박사  “종교개혁은 이신칭의 구원론 재발견한 순간 환희를 맞이하게 됐다”
이은재 교수  “종교개혁 중심 성과는 특정한 신앙고백 아닌 ‘복음의 재발견’ 이다”

“종교개혁의 환희를 가슴에 품고, 종교개혁자들의 고뇌를 이어 짊어지자.”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가 창립 12주년과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종교개혁의 환희와 고뇌’라는 주제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매일 저녁 8시 3일 간에 걸쳐 신앙대강좌를 열었다.

신앙대강좌는 10일 윤형철 박사(개신대학원대학교)가 ‘복음의 재발견!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적 가르침들, 그 환희와 고뇌’를 주제로 강연하여 문을 열었다. 윤 박사는 “역사는 ‘기억하기’를 통해 과거와 대화하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기억은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삶 가운데로 소환하여 우리 앞에 세우고 과거의 역사를 우리 이야기에 통합 시킨다”며 종교개혁의 역사는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윤 박사는 종교개혁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마르틴 루터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가 루터를 주목하는 지점은 루터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즉 자신의 ‘구원에 대한 열망’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그는 루터를 14세기 흑사병 창궐 이후 죽음의 공포와 내세의 삶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던 전형적인 중세의 인물로 소개하는 한편, 당시 로마가톨릭교회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연옥교리와 공로교리, 유물교리 등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데 혈안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법학을 공부하다가 죽음의 공포에 빠져 수도사가 되었다가 선임사제 슈타우피츠의 조언으로 비텐베르그 대학에서 학위를 받아 신학교수가 된 루터는 시편과 로마서를 연구하던 중 ‘이신칭의’ 즉 하나님의 의는 나의 의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을 통해 나에게 선물로 주어진 수동적인 의라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순간이 바로 ‘종교개혁의 환희’가 열린 순간이라는 것이다.

윤 박사는 “앞선 종교개혁자들에게 개혁의 핵심 의제는 구원론이라기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타락을 개혁하려는 삶과 교회구조의 개혁이었다면, 루터에게 종교개혁의 문제는 ‘구원론’의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즉, 종교개혁은 구원론의 프레임 자체를 바꾸었다. 특히 루터의 이신칭의론은 그리스도인이 살아가는 과정이 로마가톨릭교회의 주장처럼 죄인으로 시작해 마지막에야 의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때 법정적 칭의를 받아 의인이자 하나님의 자녀가 되며 그리스도께 연합되어 성령의 내주 역사로 점점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으로 자라나는 성화의 길을 걷는 것임을 일깨워줬다. “종교개혁의 구원론, 이신칭의 구원론은 구원의 확신과 영적인 자유, 그리고 기쁨과 감사로 드리는 예배와 삶을 가능케 했다. 즉 종교개혁은 이신칭의 구원론을 재발견한 순간 환의를 맞이하게 됐다. 오늘날 우리 또한 그 환희를 가슴에 품고 다시 한 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하나님의 칼이 되어 짙어진 어둠을 베고 복음의 빛을 비추어 나가자.”

▲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신앙대강좌에서 윤형철 박사가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적 가르침들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이어 11일에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종교개혁의 의미, 그 환희와 고뇌’라는 주제로 이은재 교수(감신대)가 강연했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의 중심 성과가 새로운 교회나 특정한 신앙고백의 설립이 아닌 바로 ‘복음의 재발견’이었음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당시 중세인들과 마찬가지로 루터는 하나님을 ‘의로운 재판관’으로만 봤기에 두렵고 회피하고 싶고 거부하려 했던 것이지만, 성경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주해하는 교수직을 맡으면서 ‘불의한 우리조차 의롭게 하시는 하나님’, ‘아둔한 인간을 징계하시지 않고 연약하고 부족한 이들조차 지혜롭게 하시는 하나님’을 만났다”며 인격적이고 관계적인 하나님임을 발견했을 때 참 은혜를 체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종교개혁이 오늘날까지 이어온 영향력 또는 추진력은, ‘만인사제직’을 주장하면서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 존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게 했고, ‘근원으로 돌아가자(ad fontes)’라는 표어를 통해 근원인 하나님 말씀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손아귀에 쥐어줬으며, ‘오직 믿음으로(sola fide)’를 통해 죄인들의 의를 말함으로써 자유에 눈뜨게 했다는 점 등 복음이 재발견된 것이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 당시와 마찬가지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여 하나님을 만나는 일에서 비껴나 있다면, 두려움과 불안의 유일하고도 영원한 해결자 되시는 하나님에 대한 논의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제언했다.

“교회를 다시 세우려면 말씀을 다시 세우는 수밖에 없다. 또한 교회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을 때가 교회다운 게 아니라,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고 그들을 파송하셨듯 세상의 자리로 찾아가 그곳에서 하나님 말씀대로 살고 노력할 때 공공성을 획득할 수 있다. 오직 하나님 말씀 앞에 무릎을 꿇고 깨끗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선을 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12일에는 배덕만 박사(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한국교회와 종교개혁 500주년 현실과 과제:그 환희와 고뇌’를 강의했다. 배덕만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개독교’라는 이름을 듣는 참담한 지경에 이른 상황은 소수 몇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연대 책임이 있다”며 “오늘날 한국교회의 침체는 사람들이 세속화 되거나 바빠져서가 아니라, 교회에 하나님이, 그리고 말씀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성토했다. 배 교수는 한국기독교의 특징을 신학적으로는 근본주의, 역사적으로는 이념적 반공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국제질서와 관련해서는 친미주의로 정의하며 “한국기독교는 종교개혁의 정신인 오직 말씀과 이신칭의 구원론을 깊이 받아들였으나, 일제침탈과 남북분단 등 역사적 사건들을 거치면서 사회와 괴리된 채 특정이념과 유착되면서 본래의 종교개혁 정신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경이 완전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으면서, 현실에서 이를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세상 누구도 성경의 가치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학적 차원에서 한국교회는 성경에 대한 존경과 신뢰의 전통을 강하게 유지하되, 변화된 시대 상황에 바르게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할 신학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윤리적 차원에서 한국교회는 기존 한계를 겸허히 반성하고 진정한 윤리세력으로 거듭날 것과 정치적 차원에서 한국교회는 특정 이념의 맹목적 지지세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적 예언자 자리로 속히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는 개혁을 기념하고 구경하는 자리가 아니라 교회를 개혁하려는 한국교회의 몸부림이자 개혁의 일환이어야 하며, 이 행사 후 모든 교회 조직들이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 바로 세우기 위해 개혁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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