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최근 나는 성대 폴립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많은 고심을 했다. 변이성 협심증, 혹은 비후성 심근증 증세가 있어 전신 마취 시 호흡 곤란이나 심근경색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수술실에서 전신마취를 받기 전 만감이 교차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마취에서 잘 깨어나게 되었다. 행여 마취의 부작용이 있었다면 나는 이미 장례식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번 수술을 계기로 순환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순환계란 심장으로부터 시작하여 혈관을 통해 몸 안의 피를 모든 지체로 순환시키고, 혈관으로 모든 기관을 네트워크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순환계의 발원인 심장이 고장 나 버리면 한 순간에 죽고 만다. 심장과 함께 혈관도 중요하다. 그래서 아무리 심장이 건강해도 심장을 싸고 있는 관상동맥이 막히고 뇌혈관이 터져 버리면 죽거나 불구가 되어 버린다. 또 순환이 막힌 곳에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종기가 나서 피와 살이 곪아가게 된다. 그래서 옛날에는 등창이 나서 죽은 사람도 많았다.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유기체적 생명공동체로 세워 주셨다. 그래서 성경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표현한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면 교회 내부의 순환계가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나는 지금까지 한국교회 생태계의 중요성을 부르짖어왔다. 생태계가 깨지면 인류의 삶이 위협을 받는 것처럼, 교회 생태계가 무너지면 교회의 생존 역시 사멸에 이르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 교회의 모습이 방증해 주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아무리 생태계가 보존되고 살아 있다 하더라도 몸 안의 순환계가 고장 나고 막혀 있으면 더 빨리 죽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교회와 총회는 어떤가? 얼마나 막히고 곪은 곳이 많은가? 순환계가 건강하기 위해 먼저 교회건, 총회건 모두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교회와 총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의식을 가질 때,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며 세워주고 덮어주면서 하나를 이룰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온전한 유기적 생명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물론 교회는 조직적 공동체이기도 하다. 조직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시스템이 있고 여러 가지 제도가 있게 된다.

하물며 거대한 총회이겠는가? 바로 이 조직과 제도 안에서 정치가 발생하고 온갖 주도권과 기득권 싸움이 발생한다. 그러나 아무리 방대한 조직과 제도가 있어도 그 조직의 머리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교회와 교단의 헤드십을 발휘하고 로드십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내가 헤드십을 발휘하기 위해 내 이권, 욕망을 앞세워선 안 된다. 교회와 교단의 공익을 위해야 하며 함께 상생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상대를 설득하며 교권도 조금은 나누어주고 더불어 손을 잡고 가야 한다. 무조건 나와 다른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하며 칼을 휘둘러 죽이려고 하니 순환계가 병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 교회 생태계에 신경을 쓰고 그것을 살릴 힘이 있겠는가?

더 나아가 우리는 개교회, 개교단 의식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공교회 사상과 킹덤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의식을 쇠퇴시켰던 것이 영국의 클럽교회 현상이었고 미국의 커뮤니티 교회 흐름이었다.

영국의 윌리엄스 변호사는 영국교회가 목회자의 개성과 취향에만 맞춘 클럽교회화 되면서 반기독교 세력의 전략적 공격을 막지 못하고 급격하게 무너져갔다고 지적하였다. 미국교회 역시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용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긴 했지만, 커뮤니티 교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개교회주의, 스타플레이 현상에 빠지면서 시대적 영향력을 상실했다. 당시 영국교회와 미국교회는 개교회와 개교단의 경쟁이 가능했다. 그때는 목회 생태계가 건강했고 기독교국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도토리 키재기만 하다가 교회 생태계가 파괴되고 교회들이 사멸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 역시 그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모두가 자기 성을 쌓는 ‘캐슬빌더’가 되려고만 한다. 그러나 공교회와 하나님의 도성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킹덤빌더’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교회끼리 네트워크를 해야 한다. 또한 이단을 막아내고 반기독교적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교단끼리도 연합해야 한다. 물론 세속주의와 혼합교리의 유혹으로부터 우리는 신앙의 순수성을 지켜내야 하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 그러나 교회 공익과 하나님의 킹덤을 이루기 위해서는 거대한 유니티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교회의 사멸을 막기 위해서 우리 모두 연합하여 교회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그것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교회 내부 순환계의 건강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교회의 막힌 혈관부터 뚫자. 교단의 곪은 것부터 도려내자.

그러나 선지자처럼 찢지만 말고 제사장의 가슴으로 꿰매고 약을 발라주며 밴드로 덮어주자. 그리고 함께 손을 잡고 연합하며 한국교회를 살리는 맏형교단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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