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사택 모두 불타 … 작은 농촌교회 ‘비상’
바쁜 주일 사역을 거의 끝내고 마지막 일정인 병원심방도 마쳐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허기녕 목사의 휴대폰이 바쁘게 울렸다. “목사님, 큰 일 났어요. 교회 쪽에서 연기가 솟아요!”
7월 17일 늦은 오후 함평 진양교회에 소방차들의 사이렌 소리가 요동쳤다. 치솟은 불길은 50여 평 예배당을 집어삼킨 것으로 부족해, 사택까지 옮겨 붙었다. 건물은 물론 집기 하나 건지지 못한 채 허 목사 부부는 모든 것을 허무하게 잃어야 했다.
“그나마 주일오후예배까지 모두 마친 상태여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감사했죠. 안타까운 것은 없는 살림에 아끼고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등 붙일 자리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허기녕 목사의 진양교회에서 28년 세월은 인고의 시간들이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 60만원 수준의 사례비를 받으며 생계를 해결하고, 아이들 교육을 시켰다. 그래도 밖으로는 곤궁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고, 더 겸손하고 활기차게 사역하려 했다.
20명 남짓한 교인들은 늘 순종적이었고, 가족처럼 정이 깊었다. 이웃 교회나 같은 노회의 동역자들도 마치 한 형제처럼 허 목사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깊었다. 그들을 떠난다는 것은 허 목사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폭우에 이은 누전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는 그에게 마지막 보루와 같은 부분을 앗아갔다. 대략 추산하는 피해액만도 8000여 만원, 예배당 건축을 다시 하자면 그 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작은 농촌교회가 혼자 힘으로 어찌 감당해볼 수 없는 규모이다.
당장 함평노회에 비상이 걸렸다. 허 목사를 아끼는 동료 목사 장로들이 서둘러 도울 방도를 찾고 있고, 각계에 도움을 요청하는 중이다. 허 목사와 진양교회 교우들도 우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당장 다음 번 예배준비 대책을 세우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나님의 뜻이 있으시겠죠. 지금까지 제 인생을 이끌어오셨고, 진양교회를 이 땅에 세우신 하나님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역사를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그 사랑의 손길을 기도하며 기다릴 뿐입니다.”
후원계좌:농협 677-12-140628(예금주:허기녕) 문의 010-2073-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