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생명나무-어린양, 95.5X65cm, 한지에 수묵채색 & Mixed media, 2013

■변영혜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수학했다. 13회의 개인전과 300여 회의 국내외 초대전 및 단체전을 개최했으며, 대한민국크리스천아트피스트(KCAF) 운영위원,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 심사위원, 광림미술인선교회 회장을 역임했다.

변영혜의 작품은 한국화로는 보기 드물게 다양한 기법이 두드러진다. 두 가지 이상 서로 다른 장르의 ‘뒤섞임’과 ‘혼합’ 구조로 실험성이 강하다. <생명나무-어린양>은 장지에 안료를 사용하여 묘사한 어린양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마치 날개처럼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일부를 콜라주 기법으로 배접했다. 위쪽은 하늘 사진, 아래는 푸른 초장 사진을 꼴라쥬 기법으로 배접하여 각양각색의 혼합된 화면으로 감상자의 눈이 호사스럽다.

1980년대의 대표적 사조인 신표현주의(Neo-Expressionism) 작가 데이비드 살리는 하나의 화면 안에 연관성이 희박한 여러 화면을 분할하는 수법으로 작품이 다소 난해했다. 변영혜의 화폭도 구상과 비구상,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수법은 유사하지만, 차이점은 화면을 비교적 종교 편향적 연관성이 있는 이미지로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작가와 감상자가 유추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화면 전체가 대담한 대각선 구도로 지상과 천상에 대한 원근감이 잘 드러나는데, 2차원의 평면에서 3차원의 입체적 원근감을 보여주며 마치 3D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호화로운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대각선의 ‘소점’에 설정된 어린양은 투시도 기법을 이용한 시선 집중을 유도하여 완성도가 남다르다. 성경은 어린양을 하나님께 바친 거룩한 제물이자 인간 구원을 위한 희생양으로 묘사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세상 죄를 짊어지신 예수님을 예표하고 있다. 어린양의 묘사는 한국화 표현 기법 중 구륵법으로 밀도 있게 묘사되어 친밀성이 보이고 나무, 초장도 선의 강약이나 농담에 의한 필력으로 생동감이 넘친다.

아치 형태는 고대 로마 때부터 발전하고 다듬어져 유럽의 수많은 교회를 건설한 기술인데 화면에서는 웅장하고 스케일 큰 작품으로 보이는 장치로 쓰였다. 어린양 뒤편은 오랜 세월을 견디며 풍성한 열매를 맺은 생명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어린양 되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인간 구원을 완성하시고 승리하셨다는 암시로 보인다. 어린양 앞에 펼쳐진 초장과 생명수 샘물은 감상자의 마음조차 시원하게 하는 생수가 흘러 넘쳐 온 대지를 적시며 흐른다. 예수님 보혈의 능력과 사랑이 지구촌을 덮는 것으로 보인다.

작업은 상하좌우에 장지에 복사한 <천지창조> 일부분과 세상과 천상을 나타내는 초원과 하늘 사진을 콜라주하여 퍼즐 맞추듯 화폭 안에 붙였다. 아치형 판넬 위에 장지를 여러 겹 배접한 후 채색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완성한 작품이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번거롭고 수고로운 작업들을 감내한 창작의 열정과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

여름내 땀 흘리며 지친 심신은 가을의 문턱에서 <생명나무>를 감상하며 본향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것 같다. 천고마비의 계절에는 독서뿐만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여유를 가져 본다면 내면의 열매도 풍성히 맺히지 않을까.
<서양화가, 기독 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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