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마친 주요 교단 … 교회 역할 고민 부족했다

▲ 주요 교단들은 올해 총회에서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개혁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 총대가 총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를 비롯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총회를 마쳤다. 각 교단들은 총회를 통해 중요한 현안을 처리하고, 시대와 사회 속에서 목회의 방향을 논의했다. 하지만 각 교단 총회의 안건과 결의들을 종합 평가하면, ‘산적한 교단 내부 현안처리로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본질을 회복해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길 희망했지만, 그 소망을 이루기에 역부족이었다.

각 교단 총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보면, 왜 한국교회가 현안처리에 급급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예장합동을 비롯해 기침, 기장 총회는 신학교 문제로 수년 째 힘들었다. 교단의 중추인 신학교가 총회의 지시를 거부하면서 ‘사유화의 위험’까지 대두될 정도였다. 이 때문에 각 교단들은 3~4일에 불과한 총회 회무시간 중에서, 신학교 안건만으로 1~2일을 논의할 정도로 역량을 쏟아 부었다. 이외에도 더욱 과열하는 총회임원 선거, 침례병원 파산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 계속 증가하는 이단 사이비 검증 요청 등 처리해야 할 교단 내부 문제는 많았다. 결국 대부분의 총회는 상정한 안건들을 모두 처리하지 못한 채 임원회로 위임시키거나, 기장 총회처럼 아예 폐회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교단 총회의 이런 현실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총회에서 급변하는 사회와 미래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와 관련한 안건은 동성애, 동성혼, 차별금지법, 종교인 납세뿐이었다. 동성애 및 동성혼 관련 안건도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결의도 “교회와 신학교에서 동성애자 색출”과 “동성애 옹호 행위 금지 및 동성혼 집례하면 면직 출교”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시골 교회들이 폐쇄의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총회는 “헌법대로”를 외치거나 “1년 더 연구하기로” 결의하는 등 목회현장과 괴리되는 양상까지 보였다.

동성애 반대운동을 펼치는 한 목회자는 “각 교단 총회에서 동성애 안건을 다룬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솔직히 실망했다. 최소한 교회와 신학교에 동성애자가 있음을 알고 있다면, 그들을 목회 차원에서 어떻게 회심시키고 탈동성애로 이끌 것인지 고민해야 하지 않나?”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동성애 문제도 이렇게 처리하는데, 다른 안건은 어떻겠는가.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한 교단도 있다. 기침은 총회 중 특별세미나 시간을 마련해 ‘종교인 납세’에 대해 실제적인 강의를 진행했고, 예장 통합과 합신 교단은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총회 조직의 전면 개편에 돌입했다.

시대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한국교회는 교단 내부 문제에 발목이 잡혀 미래를 위한 정책기능을 잃어버린 상황이다.

‘내우외환’ 교회, 돌파구 찾기 ‘골몰’
저출산·고령화 직격탄에 교세 줄고 교단 내부 갈등 수습에도 벅차, 변화 동력 못 찾아
총회 조직·기구 개편으로 미래 목회환경 준비 ‘안간힘’ … ‘본질회복’ 목소리 더 높아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을 비롯해 각 교단의 총회가 파회했다. 교단들은 총회의 내부 현안 처리에 집중하며,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추기 위한 대안 마련에 골몰했다. 무엇보다 올해 각 교단의 총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본질 회복’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총회를 파회한 각 교단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 총회가 교단 내부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미래지향적이고 대사회적인 논의에 힘을 기울이지 못했다. 각 교단들이 총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한 안건들을 살펴보면 현재 한국교회의 현실이 보인다.

계속되는 성도 감소 추세

한국교회 성도 수 감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각 교단의 교세현황보고를 검토한 결과, 예장합동 교단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교단에서 ‘성도는 감소하고 목회자는 증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도 지난 회기에 비해 교회 수와 목사 수는 증가했으나 전체 교인 수는 감소했다. 교회 수는 8843개에서 8984개로, 목사 수는 1만8712명에서 1만9302명으로 증가했으나 교인 수는 278만9102명에서 273만900명으로 2.09% 감소했다. 2014년부터 3년째 감소하는 추세다.

기장 총회 역시 성도가 감소하고 목회자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기장 교단은 교회가 1634곳에서 1624교회로 10곳이 줄어들었고, 세례교인은 16만3615명으로 7486명이 감소, 총 성도 수는 무려 2만4881명(24만0109명)이나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총 수입도 48억6000만원 감소했다.

교세가 줄어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 때문으로 분석됐다. 기장 총회 이재천 총무는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 교회의 성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현재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교단의 미래가 어둡다”고 보고했다.

교인 수가 증가한 교단도 있다. 예장고신은 성도 수가 46만1476명에서 47만3497명으로 1만2000여 명 증가했다. 예장고신은 적극적인 분립개척 운동을 성도 수 증가의 요인으로 분석했다.

현실로 닥친 고령화 악영향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는 성도 수 감소에만 그치지 않았다. 예장합동을 비롯해 기침 기장 등 모든 교단에서 고령화로 제직회를 열지 못하는 지방 교회 문제가 심각했다. 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교회 직원 70세 정년 연장’을 헌의했다.

예장합동 교단은 목사와 장로를 포함해 상근직의 정년 연장을 헌의했으나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 다른 교단은 목사와 장로의 정년은 그대로 하고, 권사 안수집사 서리집사 등 상근 직원의 정년연장을 헌의했다. 예장합신의 경우, 작년 총회에서 ‘고령화가 심각한 교회들은 사정에 따라 70세 정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결의를 했다.

기장도 작년 총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헌법위원회는 “현행대로”를 결정했고, 총대들은 목회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이번 총회에 다시 헌의를 했지만 결의를 하지 못했다.

급변하는 사회, 더딘 총회

교단 내부 현안에 골몰하면서도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추기 위해 총회와 교회의 변화를 모색하는 교단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예장통합과 합신은 총회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예장통합 총회는 3년에 걸쳐 기구 개편에 돌입한다. 정책기획기구개혁위원회가 다섯 차례 공청회를 거친 결과를 총회에 보고, 대다수가 통과됐다. 일단 총회장 1년 상근직이 처음으로 논의돼 교단 사업 및 연합 사업의 효율성을 추구하기로 했다. 또한 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재판국 제도를 개선해 재판국원을 대상으로 한 로비를 막고, 결과에 불복한 이들이 사회법정으로 가는 일을 차단했다.

총회 본부도 전격 재구성한다. 현행 행정지원본부, 6개 사업부서, 훈련원 체제를 5처 체제로 개편하고, 별정직원(사무총장 및 각 부서 총무 등)도 11명에서 6명으로 줄이는 등 조직을 간소화한다.

예장합신 총회 역시 전면적인 총회 조직 개편으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장합신 교단은 정치부 헌의부 전도부 교육부 등 전통적인 총회 조직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전면 개편의 핵심은 ‘총회 조직을 시대의 요청과 목회현장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정책연구위원회는 정치부 헌법수정위원회 헌의부 등 정치 관련 부서를 하나로 통합시키고 교육부를 크게 확장시켜, 다음세대 사역을 전문적으로 추진하는 부서와 목회자를 지원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정책연구위원장 김만형 목사는 “이 개편안은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대비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기에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목회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예장합신 총대들은 총회 조직은 물론 헌법과 규칙 모든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 작업이라며, 정치부와 1년 연구해서 보고하도록 결의했다.

도전받는 총회의 영향력

예장합동 교단은 3년 넘게 총신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제102회 총회에서야 화합의 단초를 마련했다. 예장합동 교단뿐만 아니다. 기침과 기장도 총회 지시를 거부하는 신학교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갈등의 본질은 교단 신학교에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총회와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신학교 재단이사회의 인식차이 때문이다.

기침과 기장 교단은 2년 넘게 침신대 및 한신대 재단이사회와 줄다리기를 벌였다. 양 교단의 신학교는 총회에서 파송한 이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총회 감사까지 거부하면서 교단과 분리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기장 교단은 작년 총회에서 총장 인준을 거부하고 이사 치리를 예고하는 등 강하게 대응했다. 다행히 침신대와 한신대 모두 이번 총회에서 교단과 화합의 길을 모색했다.

그러나 각 교단 총대들은 신학교 이사회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신대의 경우 이사 정원을 대폭 늘리고, 전체 이사의 2/3를 총회에서 선출해서 파송하는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각 교단은 도전받는 총회의 영향력 감소에 맞서 대응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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