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독교대안학교 운동 현주소와 과제 ①

기독교 대안교육 관심과 열망 반영 … 2곳 중 1곳 수도권에 집중, 국제학교 편중도 여전

대한민국 땅에 기독교대안학교가 설립된지 6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무너진 공교육의 대안으로 이들이 주목을 받았고, 전국 곳곳에 대안학교가 세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기독교대안학교는 국가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환경도 열악하다. 본지는 기독교대안학교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이들의 미래를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18년은 기독교대안학교 운동이 60주년을 맞는 해다. 1958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전인교육, 생태교육, 지역사회 교육, 공동체 교육 등 파격적인 교육을 실천했다.
본격적인 기독교대안학교 운동이 시작된 것은 1990년도 중후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설립된 기독교대안학교들은 현재 대부분 특성화학교 정책에 의해 인가를 받았다. 이를 기독교대안학교 제1차 법제화라고 부른다. 그 영향을 이어받아 기독교대안학교가 부흥을 맞은 것은 2000년이다. 당시 학교붕괴, 교실붕괴로 공교육이 무너지는 현상을 목도한 교육계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10년, 대안학교 설립 ‘핵폭발’

그렇다면 대한민국 땅에 기독교대안학교는 얼마나 있을까?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박상진 교수)가 최근 발표한 ‘기독교대안학교 실태조사’에 따르면 265개가 있다. 2006년 조사 때에는 전국에 59개 학교가 있었으며, 2011년에는 121개였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이종철 실장은 “5년마다 2배 이상씩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매해 평균 20여개 학교가 설립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표1>

기독교대안학교가 급증하는 이유는 “기독교적 교육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종철 실장은 “입시교육으로 고통만 안겨주는 현재의 한국교육에 대해 기독교적 대안을 찾는 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교회들마다 다음세대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기독교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기독교학교를 설립하는 단체는 교회가 절반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교회에서 설립한 대안학교가 44.6%에 달했다. 이어 영리·비영리 법인(24.6%) 특정개인(21.5%) 학교법인(6.2%) 순이었다.

예장합동 소속 학교 급증

흥미로운 것은 최근 5년 동안 교회가 설립한 기독교대안학교 중 예장합동 소속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종철 실장은 “2006년, 2011년에는 예장통합 소속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16년 조사에서는 예장합동 소속 교회에서 세운 학교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예장합동 소속 학교가 급증하게 된 이유는 총회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수원노회와 전남제일노회는 2012년 제97총회에서 ‘총회학원선교위원회’ 설립을 헌의했으며, 2013년 5월부터 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총회학원선교위원회는 특히 2015년 제100회 총회에서 ‘1노회 1기독대안학교 설립운동’과 ‘트로이카(교회-학교-가정) 선교운동’을 청원해 교단의 결의를 이끌어 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남서울노회 소속 열방샘교회(이빌립 목사)와 남북사랑네트워크가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기독교대안학교인 남북사랑학교를 개교했으며, 서울노회도 노회 차원에서 기독교대안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오륜교회(김은호 목사)도 영훈학원을 인수해 기독교학교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이종철 실장은 “최근 5년간 예장합동 소속 학교가 많아졌다”면서 “교단 차원에서 기독교대안교육 운동과 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노력 때문에 예장합동 교단 소속 교회의 학교 설립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경기, 국제학교 편중 여전

전북의 A기독교대안학교는 올해 서울캠퍼스를 개교했다. A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전북 농촌까지 아이들을 보내기를 꺼린다. 학생모집을 위해서는 수도권에 학교가 위치해야 한다고 판단해 개교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 박상진 교수는 “기독교대안학교의 건강성을 위해서는 편중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지목한 대표적 편중은 ‘수도권 편중’ ‘국제학교 편중’ ‘교회(장로교)설립 편중’ ‘통학·도시형 편중’ 등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독교대안학교의 대표적 특징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대안학교의 절반(50.2%)이 경기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14.3%)까지 포함하면 기독교대안학교 10곳 중 6~7곳은 수도권에 몰려있다. 특히 경기지역에서도 분당, 용인, 일산 등 신도시에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상진 교수는 “기독교대안학교는 정부지원이 없기 때문에 부모의 지출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적 여건이 갖춰진 가정들이 많은 지역에 학교도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방에 기독교대안학교가 드물다’는 것은 교육기회 평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기독학부모들은 기독교적 대안교육을 실시하고 싶어도 지리적 위치 때문에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이 박상진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수도권에 학교가 집중되어 있으면 학교간 충원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 자칫 기독교대안학교 운동에 찬물이 될 수 있다.

국제학교 편중도 기독교대안학교의 건강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학업을 강조하는 수월성과 국제성을 내세운 학교가 전체 265개 중 98개(37%)나 된다. 반면 탈북민이나 학교부적응과 같은 긍휼을 표방한 학교는 37개(14%)에 지나지 않았다.

박상진 교수는 “기존 공교육의 입시위주 교육이나 외국유학 준비학원 형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독교대안학교가 설립된 것”이라면서 “이러한 성향으로 편중되어 있다면 이는 기독교대안학교의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