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기연 총회와 한기총과 통합 동시 준비’ 결정

한기연 “고려 가치도 없어 … 12월 총회 예정대로”

한국교회 연합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엄기호 목사·이하 한기총)가 한국기독교연합(이하 한기연)이 아닌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과 통합을 진행하겠다고 결의했다. 이에 한교연은 한기연 총회와 한기총과의 통합을 동시에 준비하겠다는 아이러니한 결론을 냈다.

▲ 한교연이 회원 교단장 및 총무와 함께 한 간담회에서 한기연 총회 준비와 한기총과의 통합을 함께 준비하겠다고 결정하고 있다.

한기총은 10월 12일 서울 연지동 한기총 사무실에서 임원회를 열고, 5인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한교연과 통합하겠다고 결의했다. 비공개 임원회 후 브리핑에 나선 사무총장 최충하 목사는 “한교연과의 통합은 이전부터 계속 진행되어 왔고, 직무대행체제에서 통합 관련 논의가 중단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다시 한기총이 정상화되었기 때문에 한교연과의 대화를 이어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진위원 5인은 대표회장이 임명한다. 한기연은 실체가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통합을 논의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한교연은 다음 날인 13일 한교연 사무실에서 회원 교단 교단장 및 총무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애초에 임원회로 모이려고 했으나, 한교연 이름으로 임원회를 소집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의견 때문에 간담회 형식을 빌렸다.

이날 한교연은 한기연과는 6인위원회를 구성해 총회를 준비하고, 한기총과는 5인위원회를 구성해 통합을 준비하겠다고 결의했다. 또한 한기연 총회가 열릴 때까지 한교연은 존속하는 것으로 하여 현 상황에서 한기연의 존재를 부정했다. 앞으로 한교연 이름으로 임원회도 열 수 있는 명분을 만든 셈이다. 한기연이 주최하는 교단장 취임 감사예배도 참석하지 않고, 11월 17일까지 정관을 합의하지 못하면 통합은 파기된 것으로 간주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는 “아직 한기연이 정식으로 조직되지 않았다. 완벽한 정관을 만들고 총회 준비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한기총과의 통합 준비는 한기연까지 포함하는 논의다”라며 “한기연-한교연-한기총이 하나가 되어야 진정한 연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한기연 총회, 한기총과 통합, 한교연 단독 총회 등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한기연을 인정하지 않는 행보는 한기연 창립 과정에 있었던 불만들이 폭발하여 이미 마음이 떠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교연은 군소교단들은 한기연에 들러리밖에 설 수 없고, 직원 승계 역시 100% 되지 않는 것에 줄곧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한기연 창립총회까지 거쳤고, 12월 초 정기총회까지 열기로 한 상황에서 한기총과 통합을 거론하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기연 측은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고려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지금 한교연은 한기연과 통합한 후 페이퍼컴퍼니나 마찬가지다. 결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서 “예장합동, 예장통합, 예장대신, 기감 등 주요 교단들이 이미 한기연 가입을 인준했기 때문에 군소교단들만 남는데, 그런 통합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한기연은 12월 정기총회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