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칼빈박물관에서 종교개혁 이후에도 발행된 면죄부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종교개혁 이후에도 면죄부를 구매하면 지은 죄가 없어진다는 것을 믿는 이들이, 그리고 믿도록 종용하여 뒤로 이익을 챙기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1517년 마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대학교 교회당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달며 로마가톨릭교회의 면죄부에 반박했던 그 역사적 순간을 떠올려 본다. 주지하다시피 루터 이전에도 타락한 로마가톨릭교회에 대항해 개혁을 외쳤던 존 위클리프, 얀 후스 등 많은 종교개혁자들이 지속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기존의 개혁운동의 핵심 의제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타락을 개혁하려는 움직이었다면, 루터 이후에 종교개혁은 ‘구원론’ 그 자체의 문제였다. 무엇보다 루터가 제시한 ‘이신칭의 구원론’은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살았던 이들에게 구원의 확신과 더불어 영적 자유와 환희, 기쁨을 선사했다.

종교개혁 이후에도 버젓이 존재하는 면죄부를 보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과연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값없이 주신 구원에 우리가 얼마나 감사하며 기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히 로마가톨릭교회만 비난할 때가 아니다. 많은 이들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당시 로마가톨릭교회만큼이나 타락했다고 말하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번영과 영광에 사로잡혀 성경의 권위 대신 목사의 권위를 앞세우고, 강단에서도 성경이 아니라 목회자의 세속적인 가치관이 선포되고, 목회자의 독선과 도덕적 타락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물질주의와 성장 성공주의에 빠진 한국교회 속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구원의 기쁨과 환희를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오늘날 기독교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구원의 참 기쁨’이다. 성경의 임재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예배, 그 예배의 회복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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