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1)내가 자연사진을 고집하는 이유

내가 목사가 된지 어언 40여 년이나 되었고 금년 12월이면 은퇴를 하게 된다. 지나온 40년 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인 일은 물론 설교를 준비하여 말씀을 전하는 일이었다. 매주일 한번만 아니라 서너 번의 설교를 해왔으니 원고지로 헤아린다면 적지 않은 분량일 것이다. 매번 좀 더 은혜로운 설교를 위해 준비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다.

만일 설교가 아닌 다른 어떤 작품 활동을 이렇게 했더라면 아마도 그 분야에 장인(匠人) 혹은 대가(大家)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제일 힘들어 하는 일은 설교를 준비하여 말씀을 전하는 일이다. 때로는 지난날 설교를 모아 놓은 파일을 뒤져 보는데 만족할 만한 설교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가식이 아니라 솔직한 심정이다. 설교는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할지라도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게 어쩌면 설교의 신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누가 설교에 장인과 대가가 될 수 있겠는가 싶기도 하다.

설교하는 목사이지만 내가 설교 못지않게 공을 들여온 또 하나의 일이 있다. 바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게 있어 한낱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설교준비라고 할 정도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물론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진에만 몰두할 수 없는 목사 신분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일은 주로 단체 여행이나 집회인도 혹은 해외 선교지 방문 차 먼 길을 다녀올 때 이루어졌다. 그 경우 카메라는 반드시 나의 분신처럼 함께하였다.

그런 내가 자주 듣는 질문은 ‘사진을 한지 얼마나 되었는가?’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어떤 것이냐?’ 등이다. 하지만 그 같은 질문에 늘 자신 있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그저 사진이 좋아서 뛰어들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게는 자신 있게 내놓을 설교가 없는 것처럼, 스스로 수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마치 ‘2% 부족하다’는 표현대로 아쉬움이 많은 결과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고 사진 찍기를 계속한다. 내가 특히 좋아하고 고집하는 장르는 나의 의도를 반영하는 작품사진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시고 지금도 섭리하시는 아름다운 자연을 담는 풍경사진이다. 타락한 인간은 자의적인 이성이나 감성이나 의지로 하나님을 보거나 알 수 없기 때문에 성경이라는 특별계시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툭하면 자연을 신격화하곤 하는 인간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사진들을 통해 이 자연을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이 얼마나 멋진 분인가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그 때문에 어디를 다녀오든지 다른 사람의 인물사진이나, 내 사진 심지어 아내의 사진조차 별로 없고 대부분 남겨오는 것은 자연사진들이다. 과거에는 아내가 이 대목에서 섭섭해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내 속내를 다 이해하고 때로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자연사진을 고집한다. 가능한 한 더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 싶지만 늘 부족함 때문에 그 갈증을 채울 길이 없다.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좁은 사진 한 컷에 광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 담아낼 수가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좀 더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시기를 기도했다. 지금까지 그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 마음으로 좀 더 아름다운 사진에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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