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양문교회, 안전사고 청년 위해 전교인 기도
기적같은 회복 경험하며 따뜻한 공동체로 성장

전주 양문교회(김환수 목사)에 처음 나온 새 신자들 중 상당수가 예배당을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찾는 얼굴이 하나 있다. 유력한 정치인도, 재력 있는 부자도, 이름난 연예인도 아닌 뜻밖에도 평범하고 앳된 총각이다.

백기철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청년은 양문교회의 자랑이자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어려서부터 양문교회에서 신앙을 키우며 자라온 그는 교회가 온 동네에 뿌리는 전도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교회에서는 찬양팀 리더, 중고등부 교사, 청년회 회장 등으로 전방위적 활약을 하며 온 교우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한 사람을 향한 지극한 정성과 보살핌이 전주 양문교회를 수많은 이웃들이 즐겨찾는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었다. 사진은 잔치를 기다리며 교회당 앞에 긴 줄을 이룬 주민들의 모습

하지만 8년 전 백 씨의 처지는 온 교회의 근심이자 기도의 제목이었다. 본당 영상장비를 손보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9미터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급히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지만 그는 여러 날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했다. 심각했다. 병원에서는 최선의 경우가 ‘2살 이하의 지능을 가지고 식물인간으로 살게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사고가 난 것은 부임하고 3년 차가 될 무렵이었어요. 예배당 건축 문제로 교회가 오랜 시간 홍역을 치렀고, 이후 전임 원로목사님이 갑자기 쓰러지신 터라 제가 부임할 당시 교회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지요. 겨우 분위기를 추스르던 차에 또 큰 악재가 터진 것입니다.”

▲ 한 젊은 성도가 예배당 벽에 그려놓은 양문교회의 따뜻한 풍경화

김환수 목사는 교우들을 매일 저녁 예배당으로 소집해 합심으로 기도했다. 특별새벽기도회도 열었다. 장로, 권사 등 중직자들은 하루 3교대로 기철 씨의 병상을 지키며 간호와 기도를 이어갔다. 이들에게는 하나님의 각별한 은혜 말고는 아무 것도 기대할 게 없었다. “힘차게 찬양을 인도하던 그 모습 그대로 돌아오게 해주세요.”

그런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고가 난지 딱 일주일 만에, 특별새벽기도회가 마칠 시간을 즈음해 그의 의식이 돌아온 것이다. 걱정했던 사지마비나 지능저하도 나타나지 않았다. 뜻밖의 결과에 경악한 의사들은 연신 CT며 MRI를 찍어댔지만 어떤 이상도 찾지 못했다.

건강을 회복한 백 씨는 이후 대학생활을 무사히 마친 것은 물론 ROTC 장교로서 씩씩하게 군복무를 해내고, 올 가을에는 자신의 소망대로 전주 시내 한 기독교학교에 취업했다. 여전히 교회의 궂은일들을 도맡아 해내며 어른들을 잘 모시고, 후배들을 멋지게 이끄는 일꾼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백 씨 한 사람에게만 특별했던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다. 성도 한 사람을 향해 보여준 온 교회의 지극한 정성과 애정은 교우들 모두에게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소속감을 심어주었다. 자연히 믿음의 헌신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기도의 능력에 대한 확신 위에 온 교회가 우뚝 섰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기도를 대신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기적이 평범한 일상이다’ ‘내가 기도하기 시작할 때 하나님은 일하기 시작하신다’ 등의 슬로건을 되뇌며 양문교회 가족들은 매일 기도운동에 힘쓴다.

▲ 이웃들에게 대접할 삼계탕을 준비하고 있는 양문교회 성도들.

한편으로 양문교회는 교인들이 힘을 모아 정기적으로 동네 어르신 수백 명을 교회당으로 모셔다가 삼계탕을 비롯한 각종 음식을 극진하게 대접하는가 하면, 한 겨울 연탄나눔 사업 등으로 불우이웃들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며 지역사회의 칭송을 듣는 교회로 거듭날 수 있었다.

건축으로 인한 부채 해결은 물론이고, 예배당 입구 쪽에 자리 잡아 미관을 해치던 폐기물 야적장도 사들여 주차장으로 깔끔하게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주차장은 평소에 교회와 동네주민들이 함께 사용하고, 무료급식이 있는 날이면 줄지어 식사차례를 기다리며 오순도순 정을 나누는 통로가 되고 있다. 김환수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방식이지만 하나님께서는 부흥을 달라는, 건강한 교회가 되게 해달라는 저희의 간구에 놀랍게 응답하셨지요. 앞으로도 하나님의 역사를 바라보며 한 영혼 한 영혼을 소중히 돌보고 더 열심히 기도하는 교회, 더 겸손히 섬기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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