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쉼_익숙한 만남, 91.0*91.0cm, Acrylic&Pen drawing on canvas, 2016

최지유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5회 개최, 다수의 부스전, 단체전, 아트페어 참여 경력이 있다. 현재 임상미술치료사로도 사역하고 있으며 (사)한국미술치료사학회 (사)한국미술협회 (사)한국여류화가협회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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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유는 창조주가 만들어낸 자연물에 집중하는 작가다. 화폭에는 나무, 꽃, 열매, 나비, 덩굴 등이 등장한다. 소담한 나무와 열매, 응어리진 꽃다발, 덩어리 꽃과 덩굴, 곤충이나 나비 등 생활 속에 깊이 묻어 있는 자연 이미지를 탐색한다. 현대인들이 어디서나 접하는 물성이지만 놓치기 쉬운 사소한 자연물에 집중한다.

작가는 아르누보 영향으로 꽃이나 덩굴 따위를 사용하여 장식적 모양새를 새로운 관점에서 흥미롭게 표현했다. 아르누보 장르의 형태적 특징과 평면 화풍의 간결한 묘사에서 세련미가 느껴진다. 장식 패턴의 반복은 영속성 혹은 영원성의 암시로 보인다. 특별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트리 장식 같아 보여 낯익은 이미지다. 또한 추상적인 상징성을 띤 단순 미학은 소탈한 삶을 담고 있다.

과거 서민층 예술이던 민화적인 화법도 눈에 띄는데 여러 장르를 융합하여 한층 더 맛깔스럽고 고혹하다. 민화의 소박하고 우화적 익살스러운 위트까지 보인다. 작품에는 거미줄에 거미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보는 이의 동심을 자극한다. 작가는 도시의 화려함 속 냉소적 세련미보다 자연의 투박함이 더 따뜻하고 정겹다고 토로한다. “꽃과 자연물 소재가 등장하는 것은 나에게 가장 평온한 소재이고 표출”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인지 화면에는 자연에 대한 절실함이 농축되어 내면세계의 공허와 허탈을 채우며, 쉼과 회복을 공급하여 제3의 결과물 즉 생명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작업을 통한 생명 에너지의 경험은 줄곧 이 작품에 큰 힘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이 작품의 주제는 ‘쉼과 새로운 만남, 익숙한 만남’으로 ‘쉼’과 ‘만남’이 명제이다. 모든 생명체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끊임없이 반응하는 몸부림에서 아이러니하게 쉼이 떠오른 것이다. 생존세계에 대한 치열한 존재감은 쉽게 드러내지 않는 검정 테두리로 자신을 꽁꽁 숨긴 채 내면의 꿈틀거림을 철저히 절제하며 역동성을 표현한다. 감성에 따라 무채색과 유채색을 고루 사용하며 평온지대에 접근하기도 하고, 큰 식물 잎에서 나오는 꽃의 자태로 생명의 비밀스러운 환희와 조화를 꿈꾸기도 한다.

작품은 단색 면에 검정색 붓 펜을 사용한다. 작업에 몰입하기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기보다 저항하는 수법이다. 공간 제한이 필요 없는 붓 펜을 끼적이면 그 곳이 바로 작업실이었다. 인생 여정의 희로애락을 물감과 붓 펜만으로 자유롭고 의연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생동하는 기운과 꿈틀대는 에너지가 어떻게 삶을 향해 구원의 길을 열어 가는지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

삶이 작업이고 작업이 삶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고난의 파편들로 인해 고뇌하지만 진정한 ‘평안’과 ‘쉼’은 작품을 통해 얻어진다고 보여준다. 무던하게 가야 하는 작업의 길을 전능자를 의지하며 감사로 걸어간다. 만물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12월에는 최지유의 트리 같은 장식성이 내포된 작품을 감상하면서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가 오길 기대한다.

<서양화가, 기독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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