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교수(총신신대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 이상원 교수(총신신대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내달 2월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가는 말기질환자가 치료 효과가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특수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 병원이 환자의 자기결정을 받아들여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지원하는 법률이다. 이 법률이 말하는 말기질환자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를 뜻한다. 특수한 연명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과 같은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동 법률은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률이 아니다.

첫째,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중단시키는 행위인 반면에 동 법률은 단지 효과가 없는 치료의 중단을 허용할 뿐이다.

둘째, 동 법률은 특수한 연명치료는 중지시키고 있지만 말기질환자의 경우에도 영양분 공급, 물 공급, 단순한 산소 공급과 같은 일반적인 연명치료는 중지시키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혼수상태의 환자로부터 일반적인 연명장치를 제거하여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고무적인 규정이다.

셋째, 특수한 연명치료 중단의 대상을 치료효과가 없고 임종과정에 있는 말기질환자로 한정하고 혼수상태의 환자를 특수한 연명치료 중단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소극적 안락사를 차단하는 효과를 지닌다.

그러나 동 법률은 주의하지 않으면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률로 쉽게 전환될 수 있다.

첫째, 동 법률은 주치의와 전문 의사 1명의 결정으로 말기질환 여부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판단에서 오진이 나올 수 있다. 말기질환자로 오진하여 치료를 중단하면 바로 안락사가 된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에 대한 판단을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이 법률에서 특수한 연명치료 중단의 대상을 말기 질환자에서 일반 질환자로 살짝 바꾸면 이 법률은 바로 안락사 허용법률이 되고 만다. 벌써 이 법률을 일반 질환자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위험이 현실임을 반증한다.

셋째로, 언론과 일반 대중들은 이 법을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률로 오해하고 있다. 존엄사는 혼수상태의 환자로부터 일반연명장치를 제거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뜻하는 용어로 정착되어 있다. 따라서 동 법률을 존엄사 허용법률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넷째로, 동 법률은 환자의 의사표시방법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것을 제시하고 있고, 이 문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의식불명의 상태에 들어가는 경우에 환자의 가족들의 대리판단을 환자 자신의 판단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 자신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편의와 이익의 관점에서 판단할 우려가 있다.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일반연명치료와 죽어가는 환자에 대한 돌봄 곧, 통증완화를 위한 호스피스 치료를 성실하게 시행하여 환자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돕는 일은 중단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인들과 교회는 연명의료법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안락사 허용법률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함과 동시에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들에 대한 호스피스 통증완화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죽음을 소망 가운데 준비하게 하고, 따뜻한 돌봄으로써 환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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