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로 본 한국 선교사 은퇴 준비 현황과 대책 ② 은퇴와 노후대책 과제

선교훈련 과정서 ‘전 생애적 선교계획’ 수립 필요
… 공동적립금 마련 등 지혜 모아야

고령화 문제는 개인과 가정, 국가와 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과제다. 단순히 개인과 가정의 노력과 준비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인식과 배려, 정책과 실행이 뒤따를 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교사들 역시 마찬가지. 한인세계선교사지원재단(사무총장:김인선 장로)과 동서선교연구개발원 한국본부(대표:이대학 선교사)가 지난 해 말 실시한 ‘한국 선교사 은퇴와 노후 준비에 대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와 선교단체에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선교사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요청한 부분들을 정리한다.<편집자 주>

앞선 설문문항에서 한국 선교사들은 절반 가량이 선교사 은퇴와 노후문제 해결의 책임이 선교사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힘으로만 해결할 수 없으며, 파송교회와 선교단체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응답도 절반 가까이 됐다. 노후 준비에 대한 염려와 부담감을 드러낸 것이다.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와 선교단체들이 선교사의 은퇴와 노후문제 해결을 위하여서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가 어떤 분야인가’라는 질문에서 한국교회와 선교단체에 바라는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이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2.8%(112명)가 ‘최소한의 생활비 지원’이라고 응답했다.

앞서 선교사들이 은퇴 이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적인 문제의 해결이라고 응답한 것과 맥을 같이 한 것이다. 다음으로 26.4%(90명)의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와 선교단체들이 선교사 은퇴를 위하여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로 ‘안정된 주거시설(주택) 마련’을 꼽았다.

이어 ‘선교경험을 살릴 기회보장’이라는 응답이 15.5%(53명), ‘연금제도의 확충’이라는 응답이 12.6%(43명), ‘지속적인 케어와 멘토링’이라는 응답이 9.1%(31명), ‘건강 의료 보장’이라는 응답이 3.2%(11명) 순이었다.<표 1> ‘건강 의료 보장’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한국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비교적 잘 준비되어 있고, 건강에 대한 대책은 선교단체들마다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설문조사에서 선교사들은 은퇴와 노후대책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선교사들은 대부분 은퇴와 노후대책은 선교사 파송 때부터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선교사는 “은퇴 준비를 위한 다양한 접근방법에 대한 공지가 처음 훈련기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선교훈련 때부터 전 생애적 선교계획 수립을 요하는 부분으로, 거기에 맞게 선교사 시작 단계부터 은퇴 대책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교사 은퇴 문제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으며 교단과 파송교회, 선교단체가 책임감을 가지고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 선교사는 “선교사 은퇴 문제는 파송교회와 선교단체가 파트너십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선교사는 “한국교회의 현실에 급급한 나머지 선교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나고 있다”며 “교회와 교단본부가 같이 선교사 복지를 위해 교회 예산의 몇 퍼센트라도 공동적립을 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선교사 자신이 먼저 은퇴 문제를 책임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선교사는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교회, 교단, 파송기관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한 선교사는 “한국교회가 재정적 어려움 가운데 있는데 선교사들의 노후 문제까지 파송교회나 단체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파송교회나 단체에서 나 몰라라 하는 것도 너무 무책임한 태도이다”고 지적하고, “단체에서는 적절한 분담을 위한 좋은 정책을 수립하고 선교사는 은퇴 후 경제활동을 위한 세컨드 커리어 개발, 소셜 펀드 등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서 노후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며 역할 분담과 상호 협력을 제안했다.

이밖에 은퇴 준비가 효과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선교사는 “모든 선교 관련기관에 파송보다 선교사 관리와 노후 대책이 동일하게 그 이상으로 중요함을 인식하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 선교사는 “선교사가 미래나 걱정한다고, 믿음이 적다고 지적받을까봐 그러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이것은 선교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교단이나 교회, 그리고 단체들이 함께 거시적인 안목에서 토의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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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사역하는 예장통합 선교사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요. 교단 연기금 제도가 워낙 잘 돼 있어요. 69세 한 선교사는 한국에서 15년 목회를 하고, 몽골에서 10년 동안 연금을 넣었는데 지금 한 달에 170만원씩 연금을 타고 있다고 해요.”

이대학 동서선교연구개발원 한국본부 대표(사진)는 예장합동 출신 선교사들이 가장 많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연금제도와 노후대책은 타 교단이나 선교단체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선교사 은퇴와 노후 준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도 당면과제이자, 갈수록 부담이 커질 선교사 은퇴 문제에 대한 현황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설문조사 연구를 하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책을 수십 종을 읽었어요. 기본적으로 노후생활에 필요한 네 기둥은 재정과 건강, 주택,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기회 제공이에요. 선교사들 역시 마찬가지죠.”

그는 설문조사에서 “노후에 대해 걱정은 많이 하지만, 정작 노후를 고민할 여유가 없다”는 답변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선교비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교지에서 사역과 자녀교육 등으로 노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부터라도 노후준비를 하겠다며, 정보라도 달라는 요청이 3분의 1 가량이나 됐다. 선교사들은 노후준비 정보조차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후에 필요한 재정 마련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선교사들이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을 들 것을 제안했다.

“현 시점에서 국민연금을 25년 넣으면 한 달에 47만원 가량 연금이 나오고, 국민건강보험은 선교사들도 들 수 있어요. 요즘은 출입국 정보가 자동으로 통보돼,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은 유예가 돼요. 한 선교사는 두 달 치 건강보험을 냈는데, 아들 수술 때 큰 도움을 받았어요.”

그는 선교사 노후 대책은 장기적으로 선교 자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선교사자녀(MK)들이 장래에 선교사가 되지 않으려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부모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선교사자녀들 중 3분의 2 가량은 부모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선교사 노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선교사자녀가 제2, 제3의 선교사가 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파송교회와 교단, 선교단체가 인식을 바꿔 선교사 노후 문제를 책임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송교회들은 담임목사에 대한 관심의 절반이라도 가져주면 좋겠다. 최소한 파송할 때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을 넣어주거나, 노후 문제에 대해 파송 때부터 서로 확실한 합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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