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악행자의 위험 늘 잊지말아야”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의 정치철학에 관한 입문서라고 말할 수 있다. 한나 아렌트에 대해서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정치란 과연 무엇인지, 이상적인 공동체란 어떤 것인지, 그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통찰력있고 신선한 문장들로 가득찼다. 이 책은 아렌트를 쉽게 소개하는 동시에 2017년 촛불혁명의 의미를 자리매김하려는데 목적이 있지만, 수많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반성하게 하는 훌륭한 교과서이기도 하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아렌트는 유대인이며 여성 정치 사상가다. 그는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올바른 정치관을 바탕으로 전체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했다. <인간의 조건>에서 정치의 개념을 정립했는데 정치는 인간적 행위이며 인간이 공동의 생활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가르쳤다.

나치의 전체주의는 올바른 정치적 이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라고 할 수 있다. 아렌트에게 정치란 인간적인 현상이다. 즉 동물은 갈등이 있을 때 폭력으로 해결하지만 인간은 말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전체주의는 말로 해결하려는 방법을 무시하고 폭력과 이데올로기로 공동체성을 파괴하고 인간성을 말살한다. 나치는 유대인들의 법적 보호를 박탈했고, 도덕적 인격을 살해했고, 개성을 파괴한 뒤 죽음에 이르게 했다. 즉 게토를 설정하여 고립시킨 뒤, 어느 쪽을 죽도록 할 것인가와 같은 선택해서는 안될 것을 선택하도록 강요했고, 발가벗겨진 채로 짐짝처럼 실려서 며칠동안 기차로 옮겨지게 했다. 아렌트는 나치의 대표적 전범이었던 장교 아이히만의 재판을 관찰하고 ‘악의 평범성’에 대한 글을 썼다. 아렌트가 재판을 지켜본 결과 아이히만은 악마가 아니었고 좋은 가장이자 탁월한 공무원이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잔악한 행위를 서슴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저자 김선욱 교수(숭실대)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면 우리는 성실한 악행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속에는 늘 생각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렌트는 자기 민족인 유대인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대인의 잘못이란 공적 활동에 무관심했고 정치적 지위를 형성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유대인들은 기존 국가의 2등 시민으로 특별대우를 누리는데 만족했기 때문에 비참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막아낼 수 없었다.

인간은 ‘복수성’의 존재다. 키, 나이, 피부색과 같이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을 갖고 있는 동시에 독특한 ‘개성적인 부분’을 갖고 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존재하지만 인간의 복수성을 인정하면서 대화와 설득으로 갈등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전체주의 체제는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합리성과 논리성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현실을 여기에 맞추어 변화시키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은 거짓체제이며 거짓은 힘이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의 힘이 더 크기 때문에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사실을 정확히 포착하고 이에 기초해서 정치판단을 하라고 조언한다. (김선욱 저/한길사/값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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