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개혁사상 부흥운동 인사이트 (insight) 개혁주의 구약신학 ② 구약에 나타난 개혁과 부흥

부흥은 하나님만이 왕임을 고백하며 겸손히 살아가는 자에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

지난 기고에서 개혁이 창조세계 전체 가운데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주요한 언약개념들(원복음, 아브라함 언약, 모세 언약)을 통하여 살펴보았다. 이제 이러한 개혁의 개념이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어떻게 부흥으로 이어져 나갔는지 실례를 살펴본다.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야 했으나, 죄와 연약함으로 인해 계속하여 하나님을 배반하며 타락의 길을 걸어갔다. 이러한 역사 흐름은 사사기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사사시대가 끝나갈 무렵 두 번의 중요한 부흥의 실례를 목격하게 된다. 첫 번째는 사무엘에 의한 부흥이었고, 두 번째는 다윗에 의한 부흥이었다. 여기서는 다윗에게 허락하셨던 언약의 내용을 고찰하면서, 하나님의 통치가 개혁의 원리를 통해 부흥으로 나타나게 된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 김희석 교수 ·총신대학교 구약학 ·개혁사상부흥특별위 전문위원

다윗언약의 주제적 배경-한나의 노래와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께서 다윗을 통해 일으키셨던 개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무엘서의 전반적인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사무엘서는 총 5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사상적 기저가 사무엘상 1~2장의 ‘한나의 노래’에서 발견된다. 1장은 한나가 사무엘을 낳은 스토리를 보여준다. 2장 1~10절은 그 스토리가 갖는 의미를 기도문으로 표현하는데, 핵심은 겸손한 자를 높이시고 교만한 자를 낮추신다는 것이다.

기도문의 전반부는 한나와 브닌나의 개인적 대결구도를 보여주지만 후반부는 이를 국가의 리더십, 즉 왕의 직분에 관한 내용으로 발전시켜 나가서 하나님 앞에 겸손해야만 하나님 나라의 리더로 사용될 수 있다는 관점을 형성시킨다. 이 겸손의 관점이 사무엘서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적 시각이다. 엘리 집안을 낮추시고 사무엘을 높이신 사건, 사울을 낮추시고 다윗을 높이신 사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한나 기도문의 메시지는 이후 이스라엘 왕정 역사를 이해하는 기본적 역사관점이 된다. 이스라엘이라는 왕정국가는 인간 왕이 직접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왕으로 통치하시는 나라였고, 장차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온 창조세계 가운데 회복될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는 예표적 모델이었다. 따라서 이스라엘을 다스릴 인간 왕들은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에 복종하는 것이 인간 왕 자신의 건강하고 복된 통치를 구현하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고 실천해야 했다.

이는 창세기 1~2장의 창조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사람이 하나님의 대리통치자로 창조되었으나 진정한 통치자이신 창조주 하나님께는 온전히 순종해야 했고 그 순종이 선악과에 대한 금지명령으로 구현되었던 것과 맥락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순종의 원리가 타락한 인간의 죄성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창세기 3장 이후 사사시대를 지나 사울왕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계속해서 타락의 행보를 이어왔는데, 과연 이를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사무엘서의 다윗언약을 고찰할 때 하나님 통치 회복의 개혁이 어떻게 실천될 수 있을지 배우게 되며, 이 모든 언약을 이루실 예수님의 역사에 대해서도 더 풍요로운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다윗언약과 하나님 나라의 통치

다윗 일생의 초반기는 한나의 기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나님께서는 사무엘상 16~31장을 통하여 다윗을 훈련시키신다. 다윗은 사무엘을 통하여 왕으로 기름부음 받았지만, 실제로 취임하지는 못하였고 오히려 사울 왕의 핍박을 오랫동안 견뎌내야 했다. 이 기간은 다윗이 한나의 기도에서도 나타났던 하나님께 대한 겸손과 순종의 원리를 배우고 훈련받는 기간이었다. 이 과정을 거쳐 다윗은 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사무엘하 7장에 이르게 되면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친히 언약을 하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언약을 ‘다윗언약’이라고 부른다. 다윗언약은 원복음, 노아언약, 아브라함언약, 모세언약 이후 매우 중요한 구속역사의 맥락을 형성하며, 모세언약과 상호대조 및 발전의 곡선을 형성하면서 구속언약의 발전양상을 주도하게 된다.

다윗언약의 핵심 단어는 ‘집(히브리어 바이트)’이다. 이때 ‘집’이란 단순한 건물 정도가 아닌 ‘나라’ 혹은 ‘왕국’ 개념이다. 다윗이 하나님께 ‘집’을 지어드리겠다고 했는데, 그 때의 집은 ‘건물로서의 성전’을 뜻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하나님을 위해서 집 지을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집’을 지어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다윗은 당시 궁궐을 이미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 ‘집’은 ‘나라’ 곧 ‘왕조’라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다윗의 자손이 대대로 왕이 되어 나라를 통치하게 하신다는 뜻이다.

이 다윗언약의 내용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이스라엘을 다스릴 통치권을 주셨고(8절), ②전쟁의 승리와 그에 따른 위대한 이름의 명성을 약속하셨고(9절), ③다윗의 백성에게 한 장소를 주셔서 원수들의 침략을 결코 당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 주셨으며(10~11절), ④다윗에게 집을 주셔서 그 씨(후손)를 통하여 다윗의 나라가 견고하게 하시겠다고 선언하셨고(12절), ⑤그 다윗의 후손이 하나님의 집을 건축하게 될 것이라고 선포하셨다(13절).

마지막 다섯 번째 요소가 언약의 핵심이다. 요약하면 ‘다윗의 집이 하나님의 집을 건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님의 ‘집’을 단순한 성전 건물 수준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 성전을 포함하는 것이겠지만, 그 핵심은 ‘나라’ 곧 ‘왕국’에 있다. 다윗의 집이 왕국 개념이므로 하나님의 집도 문맥상 당연히 왕국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즉 다윗언약의 내용은 ‘다윗의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를 성취한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언약을 주시고 왕이 되게 하시고 왕조를 주신 이유는 다윗이 다스리는 나라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회복시키시려는 ‘개혁’의 목적 때문인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또한 14~16절에 나타난 다윗의 나라의 ‘영원성’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부자관계의 약속을 주셔서 하나님이 아버지가 되시고 다윗의 후손이 아들이 될 것임을 약속하셨다. 또한 다윗의 후손이 범죄할 때 사울처럼 물리쳐 버리시지 아니하시고, 징계 곧 양육을 통하여 그를 회복하고 견고하게 하사 반드시 다윗언약을 성취하게 하겠다고 선언하셨다. 다시 말해, 다윗의 나라는 결코 패배하지 않으며, 따라서 다윗언약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약속성취의 성실성을 본문 15절은 ‘은총’이라고 표현하는데, 히브리 원어로는 ‘헤세드’이며 ‘인자하심’으로 번역할 수 있다.

다윗언약의 신학적 함의-무조건성과 조건성의 이중주

사무엘하 7장의 다윗언약 본문에 나타난 신학적 특징은 ‘무조건성’이다. 언약의 성취가 사람의 순종이라는 조건에 달려있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성취하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러한 언약성취의 무조건성은 사무엘서 전체에서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 이미 살펴보았듯이, 사무엘서는 한나의 노래의 사상적 기저 위에 서 있다. 사람이 하나님의 통치에 순종해야만 쓰임받아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명기 28장의 축복과 저주의 목록 수준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한나의 노래는 명확히 사람의 순종 여부를 매우 강조하는 ‘조건성’의 측면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다윗언약은 사람이 실수하고 범죄하더라도 하나님은 언약을 성취해나가신다는 ‘무조건성’을 말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하나님의 통치 회복을 위한 개혁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람의 순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인데, 이러한 사람의 실천적 순종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첫째, 하나님의 시각에서 살펴보자. 무조건성, 즉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란 사람의 순종 여부에 달려있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무조건성이란 사람이 실패하고 범죄할지라도 하나님은 그를 변화시키셔서 결국 순종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이다. 즉 무조건성이란, 조건성의 반대어가 아니라 조건성을 주권적으로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인 것이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무조건적 언약을 주셨다는 것은 다윗 왕조가 불순종해도 괜찮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다윗 왕조가 하나님께서 순종하도록 만들어놓고야 말겠다는 하나님의 선언인 것이다.

둘째, 사람의 시각에서 살펴보자. 다윗은 언약을 받기 전 오랜 기간 하나님의 훈련을 받아 하나님의 통치 앞에 겸손히 순종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무조건적 언약을 하사받게 되었다고 해서 그 무조건성에 기대어 하나님의 왕권을 멸시하는 오만함을 자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무조건적 언약에 감사하면서 한나의 노래가 말하는 겸손의 태도를 더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 두 가지 요소들, 즉 다윗언약에 나타난 무조건성과 한나의 노래에 나타난 조건성은 다윗언약 수립 이후의 다윗의 삶에 동시에 등장한다.

필자는 이 현상을 ‘언약의 이중주’ 혹은 ‘개혁부흥의 이중주’라고 부르고 싶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결코 버리지 않겠다는 무조건성의 선율을 연주하셨다. 다윗은 자신이 왕이 아니라 하나님만이 왕이심을 겸손히 고백하는 조건성의 선율을 연주하였다. 이 두 선율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다윗은 자신이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받은 것을 알았기에 더 깊은 믿음의 순종으로 나아간 것이다. 밧세바 사건으로 나단 선지자가 다윗에게 심판을 선언했을 때, 다윗은 언약의 무조건성을 내세우며 용서해달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심판 앞에 엎드렸다. 이 때 하나님은 다윗을 심판하시지 않고 오히려 그를 용서해 주셨다. 다윗은 밧세바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를 하나님께서 데려가셨을 때,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고 하나님의 통치를 인정하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감당하였다. 하나님은 그러한 다윗의 모습을 보시고 밧세바와의 사이에 태어난 두 번째 아기를 ‘여디디야’라 부르시며 사랑해주셨다. 하나님은 다윗을 지키셨고 다윗도 하나님 앞에 겸손히 순종하려고 끝까지 노력하였다. 다윗이 이러한 신앙을 근간으로 이스라엘을 다스려 나갔을 때, 하나님의 은혜가 다윗과 후손 가운데 임하여 사사시대와 사울시대의 실패를 넘어서서 이스라엘 역사에 유구히 기록될 참된 의미의 부흥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결론:다윗언약에 나타난 개혁과 부흥

사무엘서에 나타난 다윗의 생애는 참된 개혁이 어떻게 역사 속에 나타났는지를 잘 보여준다. 개혁이란 단순히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개혁이란 우리를 향해 무조건적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고 그분 앞에 참되게 복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혁은 하나님의 통치를 온전히 인정할 줄 아는 믿음과 지혜를 가진 사람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자신의 사역과 비전을 주장하다가 하나님의 왕되심을 잊고 오만해서는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 자신에게 맡겨주신 사역과 비전이 하나님의 것임을 고백하고, 그분의 말씀 앞에 겸손히 엎드릴 줄 아는 사람이 개혁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개혁이란 하나님의 통치가 회복되는 것이며, 부흥이란 자신과 공동체 가운데 하나님만이 왕이심을 겸손히 고백하면서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자들에게 허락해 주시는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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