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기독미술평론>

제목: 마지막 유월절 만찬, 200×100cm, Oil on canvas, 2003

황학만 작가는 중앙대학교 서양화과와 대신총회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했다. 한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 50여 회의 개인전을 주최했으며 제1회 경기미술상, 제6회 이형전미술상, 제46,48회 일본현대미술협회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경기미술대전, 나혜석여성미술대전, 한국기독교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중앙대, 대진대, 세종대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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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만 화백의 <마지막 유월절 만찬>은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 정경을 인물의 표정과 눈빛, 명암의 대비로 성스럽게 묘사한 종교화로 보인다. 종교화는 주로 신, 또는 신적인격의 형상화가 주된 소재이므로 이 작품에서는 제자들과 만찬을 즐기시는 예수님이 중심주제다. 종교화는 고대로부터 시작해 르네상스 황금 시기에 대단한 걸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성당의 벽화나 제단화 등 성서의 극적인 장면이 수많은 대가들에 의해 정밀한 묘사로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4년간 작업하여 완성한 밀라노 ‘산타 마라아 델레 그리치 수도원’ 식당 벽화 <최후의 만찬>과 같은 장면이므로 낯익은 작품이기도 하다.

<최후의 만찬> 장면과 같은 소재지만, 그는 자신의 신앙적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작가가 성경적 절대 진리에 도달하려 하는 시도가 감상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그는 르네상스 시기의 인본주의 관점에서 다빈치가 그려낸 <최후의 만찬>과는 다른 시각으로 필연적 절대 진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나눈 최후의 만찬이란 의미보다는, 유월절 어린양 즉 희생제물이라는 관점에서 나눈 마지막 만찬이라는 것이 강조되기 바란다고 토로했다. 결국 관습에 따른 유월절 행사의 희생양이 바로 예수그리스도라는 것이 더 성경적 해석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인본주의적 구도가 아닌 신과 인간의 인격적 관계로 접근했다.

작가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으로 구원이 단번에 완성되었다는 것에 무게감과 비중을 두고 작품을 표현했다고 고백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양고기를 급히 먹은 후 비로소 바로의 압제에서 풀려나, 홍해를 건너 출애굽했다. 그 후 이스라엘 백성이 매년 지켜오던 유월절은 어린 양을 잡아 기념하는 날이었다. 그는 ‘희생양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복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화폭에는 2000년 전 예수께서 인류 역사상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제자들과 나누고 있고, 그 역사의 현장 너머에는 현재적 시점이 설정되어 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우리가 감당해야 할 고난을 잔으로 은유했다고 보인다. 화면의 6개의 잔은 예수께서 첫 번째 표적을 행하신 가나 혼인 잔치를 연상시키며 물 떠온 하인의 순종을 암시한다. 그렇다! 우리가 믿는 복음이란 구약시대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는 행위나, 물동이의 물을 입구까지 채우는 수고와 같이 모두 순종의 자세와 겸손한 태도를 요구한다.

사순절과 부활절 기간을 보내면서 우리의 신앙생활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는 종교적 작품을 감상하면서, 물 떠온 하인 같은 순종의 자세로 내게 주어진 작은 십자가를 달게 지고, 매일의 삶 속에서 소소한 감사를 깨알 같이 드리며 주님을 따르는 작은 예수가 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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