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교회 작은도서관 ‘씽크엘’ 지역 접촉 넓혀

“작은 수익도 나누며 진심어린 섬김 잊지않아”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의 한적한 주택가. 다세대주택들 사이로 쌀집과 상점과 카페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소시민들의 삶을 닮은 아담한 카페는 도서관도 겸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씽크엘’에서 주민들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8개의 테이블이 놓인 여느 동네 카페와 비슷한 분위기, 하지만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문화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포스터를 보며 다름을 느꼈다.

“엘은 하나님을 지칭하는 히브리어입니다. 하나님만 생각하자는 의미로 씽크엘(Think El)이라고 지었습니다. 씽크엘은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이자,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흘려보내는 도구이지요.” 환하게 웃으며 성광교회 이은식 목사와 이재은 사모는 말했다.

씽크엘은 성광교회 예배당 1층에 있다. 성광교회는 2010년 시작한 미야지구 재개발사업의 여파로, 현재 상가 건물에 예배당을 마련했다. 2013년 10월 성광교회 청빙을 받고 부임한 이은식 목사는 막막했다. 재개발로 성도들은 흩어져서 겨우 20여 명이 출석했다. 1층에 양곡도매상점이 자리 잡고 있어서 성광교회는 주민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복음을 위한 접촉점이 필요했다.

이은식 목사와 이재은 사모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던 작은 도서관 활성화 사업에 주목했다. 양곡도매상점이 떠난 1층을 성도들과 함께 직접 리모델링해서 2016년 9월 ‘씽크엘 작은도서관’을 개관했다.

단순히 책만 구비해 놓은 도서관이 아니다. 어린이가 책과 친근해지도록 돕는 ‘책 읽어주는 선생님’ 프로그램,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으로 시작한 ‘스페셜미 토요영어학교’와 ‘씽크엘 파닉스/스토리타임’ 그리고 ‘씽크엘 성품학교’와 창의력과 논리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오르다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 성광교회는 지역 속의 교회로 자리잡기 위해 도서관과 카페를 시작했다. 불과 2년 만에 씽크엘 도서관과 카페는 바리스타교육, 영어학교, 성품학교, 오르다교실 등을 진행하며 미아동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이 반응했다. 엄마들은 대부분 비기독교인이었다. 도서관을 성광교회에서 운영하고 성경적 세계관으로 교육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녀와 함께 씽크엘을 찾았다. 자녀가 책을 읽고 공부할 때 엄마들은 드림커피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엄마로서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마더와이즈, 천연재료로 비누 화장품 등을 직접 만드는 핸드메이드DIY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재은 사모는 초등학교 자녀를 둔 엄마로서 자연스럽게 부모들과 소통했다. 같은 엄마로서 자녀의 성장과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씽크엘에서 진행했다. 도서관을 개관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온라인 씽크엘 밴드에서 238명이 활동하고 있다.

▲ 성광교회는 씽크엘 도서관과 카페의 수익금을 모두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는 사역에 사용하면서, 복음으로 소통하고 사랑을 나누는 교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재은 사모는 밴드를 통해 씽크엘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알리고, 성광교회가 지역을 위해 펼치는 사랑의쌀나누기운동 삼계탕대접하기 같은 행사와 소식을 전하며 소통하고 있다. “이젠 주일이면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헌금을 주면서 성광교회에 가라고 보내요. 씽크엘이 좋은 일을 한다면서 행사에 적극 지원하고 음식과 물품 등 기부도 많이 해주세요.”

10여 년 전부터 문화를 이용한 전도가 주목을 받았다. 예배당에 카페를 조성하고 도서관과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회들이 급증했다. 현재 제대로 운영하는 교회카페를 찾기 힘들다. 성광교회 씽크엘은 무엇이 달랐을까.

이은식 목사는 씽크엘 사역 소식을 듣고 찾아온 목회자와 사모들을 만나면서 무엇이 다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돈과 진심입니다. 재정이 열악했지만 교회에서 운영하기에 씽크엘에서 작은 이익도 얻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씽크엘의 수익금은 모두 지역 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두 번째 ‘진심’은 목회자들이 꼭 기억해야 할 원칙이다. 이은식 목사는 “씽크엘은 예수님의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통로였을 뿐, 성광교회 성도로 등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이 목사는 더욱 당당하게 복음을 전하고, 어렵고 힘든 주민들을 진심으로 섬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계획요? 서울시에 ‘씽크엘 이룸’이란 단체명으로 마을예술창작소 사업을 신청했습니다. 사업에 선정되면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넓어지겠지요. 지금처럼 성도들이 교회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주민들에게 예수님의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것이 목표이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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