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개혁사상 부흥운동 인사이트 (insight) 개혁과 부흥-수레의 양 바퀴

세속화와 이교화의 문제에 직면한 한국교회, 잘못된 제도를 바꾸고 신앙 자세를 새롭게 확립해야

이 땅에 복음이 전파된 이래 한국교회는 세계 기독교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지표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교회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교회는 정체 내지는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교회는 전반적으로 성경에서 말씀하는 교회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교회로서 제 기능과 역할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세상 사람들의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김창훈 교수·총신대신대원 설교학·개혁사상부흥운동위 전문위원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교회는 이제 화려한 외관이나 그럴듯한 규모만을 자랑하고 거기에 만족하거나 도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냉철하게 반성하고 점검해야 하며 혁신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 한국교회가 가장 시급하게 할 일은 민족복음화나 세계선교가 아니다. 물론 그러한 것들도 무시되어서는 안 되고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은 내적 정비라고 판단된다. 한 마디로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1.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세속화와 이교화

오늘날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요약한다면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교회의 ‘세속화’와 ‘이교화(異敎化)’이다.

먼저,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교회의 세속화이다. ‘교회의 세속화’라는 것은 교회와 세상의 구별이 점점 없어져 가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의 ‘성공지상주의’와 ‘물량주의’ 원리가 그대로 교회로 유입되었다. 많은 교회가 양적인 확장을 교회의 최대 목표로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주님을 머리로 한 지체로서 교회들이 협력하고 서로 세워주어야 하는데 이제는 경쟁의 대상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일부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정치와 감투싸움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치적 실권을 잡고 이권을 챙기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하고 법적 소송을 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하는 추악한 모습들이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도된다.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고 세상에 희망이 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성공, 명예, 물질 등에 완전히 자유로울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현재 하나님 앞에서 살고 있고, 나중에 하나님 앞에 설 것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믿음이 전혀 없는 세상 사람들과는 최소한의 구별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한국교회가 직면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이교화이다. ‘이교화’는 기독교의 정체성과 독특성이 사라지고, 다른 종교와 구별이 없어져 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교회의 이교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기복주의 신앙과 신유나 기적을 최우선시 하는 신앙이다. 물론 성경에서 ‘복’은 참 중요한 개념이고, 성경은 복된 삶을 강조한다. 문제는 많은 성도들이 생각하는 복의 개념이 성경에서 말씀하는 복의 개념과 다르다는 데 있다.

시편 1편을 보면, 하나님의 말씀을 즐거워하며 묵상하고 순종하는 것이 복이라고 하였다. 산상수훈에 보면, 심령이 가난하고 온유하고 주님을 위해서 핍박받는 것이 복이라 했다. 하지만 많은 교회들이 다른 종교나 범신론적 샤머니즘이 강조하는 것처럼 자녀가 성공하고, 물질적으로 부유해지고, 세상에서 명예를 얻는 것 등이 최고의 복인 것처럼 강조한다. 심지어 그러한 복을 위해서 성도들에게 열심과 헌금과 봉사를 강요하기도 한다.

또한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신유와 기적을 신앙의 최고 목표로 삼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예수 안에서 얼마든지 기적적인 일이나 병 고침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이성과 과학과 의학이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을 체험함으로 신앙이 더욱 깊어지고 하나님을 더욱 감격적으로 섬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성경이 말씀하는 신앙생활의 본질은 아니다.

신앙의 최우선적 본질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이다. 그 주님으로 인해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경험하고, 여러 어려움 가운데서도 영광스러운 나라를 소망하며 주님 때문에 기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성도들이 기적적인 일들과 병 고침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목숨을 건다. 그러한 문제가 해결된다고만 하면 이단이라고 해도 상관하지 않고 찾아다니거나, 그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신앙을 버리기도 한다. 이것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라 일종의 샤머니즘이다.

2. 개혁과 부흥:수레의 양 바퀴

이와 같이 신앙의 본질과 핵심에서 이탈한 한국교회가 정체성을 회복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 크게 두 가지인데, 그것은 ‘개혁(Reformation)’과 ‘부흥(Revival)’이다.

개혁과 부흥의 정의

종교개혁자들은 교회가 교회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많은 제도와 전통들이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의 의도를 잃어버리고 왜곡되거나 악용되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수님 시대의 바리새인들이 고수했던 제도나 전통들도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을 놓쳐버리고 제도화되고 형식화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개혁은 성경에 어긋나 있는 잘못된 교리나 제도를 바꾸어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흥은 무엇인가? 그동안 부흥이라는 용어가 잘못 사용되는 경향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숫자가 많아지는 것을 부흥이라고 생각하는데 부흥은 일차적으로 ‘다시 살아나는(Re-vival)’ 것이고, ‘신앙의 생동감과 생명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제임스 패커의 부흥에 대한 정의는 인용할 만하다. “부흥은 성령에 의한 하나님의 사역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 영적으로 죽은 자들을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나고, 맥 빠지고 활기 없는 크리스천에게는 내적 삶을 갱신시킨다. …부흥은 교회를 생동력 있게 하고 크리스천으로 하여금 그 사회에 영적, 도덕적 충격을 준다.”

수레의 양 바퀴로서 개혁과 부흥

한국교회는 교회의 정체성과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 옳지 않는 교리와 잘못된 제도들을 바꾸어야 하고(개혁), 신앙의 내적인 자세를 새롭게 하고 주님을 향한 열정으로 다시 뜨거워져야 한다(부흥).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교리와 제도의 개혁과 영적인 부흥은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한 쪽만 진행된다면 그것은 온전하지 못하다.

영적인 부흥 없이 개혁만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독단적인 교조주의나 예수님 시대의 바리새인처럼 형식주의나 외형주의로 빠질 수 있다. 또한 개혁이 없이 영적인 갱신과 부흥만 강조되면 그 갱신과 부흥은 지속되지 못하고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개혁과 부흥은 수레의 양 바퀴처럼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기독교 역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건이며 오늘날 교회 회복의 원형인 16세기의 종교개혁을 통해 이미 확인되었다. “지상의 교회가 잘못된 길로 가고, 영적인 흑암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은 신실한 사역자들을 세우시고 교회를 쇄신하는 역사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개혁이었다. 따라서 종교개혁은 개혁과 동시에 영적 부흥이었다”고 종교개혁의 의미를 부여하였던 이상규 교수의 평가는 옳다.

나가면서

필자와 접근 방식과 개념은 약간 다르지만, 20세기의 탁월한 기독교 사상가인 프란시스 쉐이퍼의 말을 소개하면서 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 세대의 교회에는 개혁, 부흥, 그리고 건설적 혁명이 필요하다. 흔히 개혁(reformation)과 부흥(revival)을 대립적인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두 단어 모두 ‘회복하다(restore)’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있다. 개혁은 순수한 교리를 되찾는 것이고, 부흥은 그리스도인의 온전한 삶을 되찾는 것이다. 개혁은 성경의 가르침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고, 부흥은 성령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삶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교회사의 위대한 순간들은 항상 개혁과 부흥이 동시에 실행될 때 찾아 왔다. 다시 말해, 교회가 순수한 교리로 되돌아가고 교회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의 권능을 맛보며 살게 된 때에 온 것이다. 개혁을 제대로 수행해 오지 않는 상태에서는 진정한 부흥이 오지 않는다. 부흥 없이는 개혁도 완성될 수 없다. 이렇게 개혁과 부흥이 함께 진행될 때 우리 시대에 혁명적인 결과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개인의 삶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진보적인 교회에만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복음적이고 전통적인 교회에도 창조적인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개혁과 부흥의 실재가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알고 경험하기를 원한다. 즉, 순수한 교리를 되찾고 성령 충만한 삶을 사는 교회를 회복함으로 이 천박하고 어두운 세상에 교회가 보여주어야 할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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