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평안교회, 세대통합 사역으로 큰 효과
건강한 가족공동체 바탕, 선한 영향력 확대

“목사님이 우리 할아버지에게 큰 절을 해요!”

전주평안교회(김혜권 목사) 임직식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은퇴와 함께 원로장로로 추대된 송봉용 장로를 단상에 불러 세운 담임목사가 갑자기 그 자리에 엎드리며 절을 했다. 24년간 교회를 섬기고 동역해 준 고마움을 이렇게 표시한 것이었다.

당황한 송 장로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 그리고 교우들에게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일은 두고두고 회자가 됐다. 특히 어린 세대들에게 자신의 부모를 포함한 윗세대들 그리고 교회의 리더들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 큰 교훈을 주었다.

전주평안교회의 임직식에서는 다른 풍경도 나타난다. 새롭게 중직자들이 세워지는 자리에는 같은 직분을 먼저 감당해 온 당사자의 부모를 초대한다. 장로 임직식에는 아버지 장로가 아들을 안수하는 자리에 함께 서도록 하고, 권사 취임식에는 어머니 권사가 딸 권사에게 축복하는 순서를 마련한다.

▲ 전주평안교회에서 온 세대가 매주일 함께 모여 어울림예배를 여는 모습(

“저희 교회에서 열리는 모든 예배와 행사에는 대개 온 가족이 참석합니다. 열심히 지켜보며 그들의 가슴에 어른들을 더 잘 공경해야겠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믿음을 나도 잘 계승하고 싶다는 소망이 일지 않겠습니까?”

김혜권 목사의 말처럼 전주평안교회의 사역 대부분은 가족 단위로 이루어진다. 주일예배만 해도 장년예배와 주일학교예배가 구분되지 않고 ‘어울림예배’라는 이름으로 함께 열린다. 삼대 이상이 매주 나란히 앉아 예배하는 풍경이 여기서는 전혀 낯설지 않다.

어울림예배 하이라이트는 담임목사 축도로 예배를 마치기 전, 부모가 자녀들을 축복하는 순서이다. 다함께 둘러선 채 민수기 6:24~25절 말씀을 나누며 엄마 아빠의 따스한 손길이 아이들의 머리 위로 전해지는 이 시간을 통해 가족 간의 정도, 공동체의 결속력도 더욱 깊어진다.

일종의 세대통합예배라 할 수 있는 어울림예배 도입에 대해 처음에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이들은 제법 의젓한 태도로 말씀에 귀 기울였고, 찬양단 등에 함께 하며 적극적인 예배자의 모습을 보였다.

어울림예배의 효과는 여러 부분에서 나타난다. 예배시간에 전달된 메시지를 가지고 가족들 사이에 대화가 많아졌다는 점이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이다. 가족 간에 일상적 대화도 줄어드는 요즘 세태에 부모 자녀 간에 신앙을 주제로 깊은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특히 주일저녁 시간을 가정예배 시간으로 지정하고, 매일 온 가족이 함께 마음을 모아 간구할 공동기도문을 주보에 제시하며 전주평안교회는 가정을 영적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더욱 반가운 일은 어린 자녀들을 통해 부모가 신앙을 갖는 사례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어울림예배에서 배운 찬송으로 아침마다 출근길에 나서는 아빠를 축복한 것이 결국 전도로 이어진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모를 따라 교회에 나온 한 어린이를 통해 가족복음화가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가정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김 목사의 정신은 다른 면에서도 발휘된다. 네 자녀의 아빠이기도 한 담임목사가 손수 육아에 동참하는 모습은 젊은 아빠들이 대부분 아기들을 안고 예배하는 전주평안교회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 전주평안교회 임직식 도중 김혜권 목사가 원로장로와 다정하게 포옹하고 있다.

예배를 마친 후에 아이들의 손에 일일이 간식거리를 쥐어주며 축복하는 것도, 1년에 한 두 번씩은 아이들을 직접 인솔해 1박 2일의 여행을 떠나는 것도 다음세대와의 소통을 소중히 여기는 담임목사의 자세를 보여준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나란히 예배와 섬김에 동참하며 그 사랑에 보답한다.

내부적인 소통에 힘쓰는 모습만이 전주평안교회의 전부는 아니다. 예배당 1층을 카페와 도서관 및 모임공간으로 개조해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으로 개방하고, 카페 운영 수익금으로는 예수병원을 통해 불임여성들의 치료비를 후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 교인이 100명씩 늘 때마다 선교사 1가정씩을 파송하는 선교공동체를 지향하고, 장학사업과 구제사업에 사용하는 등 선한 사업에도 힘쓰는 중이다.

김혜권 목사는 “좋은 가정과 좋은 교회가 기초를 이룬다면 좋은 사회, 좋은 교회로 나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건강한 가족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역점을 두는 목회를 실천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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