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기독미술 평론>

제목:아프카니스탄의 23인, 162.2x130.3cm, Mixed media on canvas, 2007

강명순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쇼미에르에서 수학했다. 2011년 대한민국기독교미술상을 수상했고, 내설악미술관 초대이사장 역임했다. 현재 총신대 삼성문화센터에서 강의하고 있다.

 

강명순 회화는 인간을 탐닉하여 인체 묘사에 독특한 개성을 보여 준다. 그의 작품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누드를 묘사한 회화, 드로잉, 크로키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세기말적 분위기인 에로티시즘이나 관능적인 어떠한 표현도 버리고 인간 중심의 건강한 생명과 시대적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절대자를 향한 순교미학을 풀어낸다.

누드 묘사를 하면서 개인적인 내면세계가 아닌 시대 메시지를 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긴박한 시대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정직함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23인>은 2007년 7월 19일 온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탈레반 한국인 납치 사건을 주제로 그린 작품이다. 아프카니스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이동하던 23명의 단기 선교팀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피랍되어 심성민 집사와 배형규 목사가 피살된 끔찍한 사건이다. 그는 “매일 방송을 통해 사건을 접하면서 도울 수 없는 나의 무기력을 오열하며 작품을 그렸다”고 그 때의 참담함과 슬픔을 토로했다.

피랍 23명 중 2명이 피살되고나서 정부와 탈레반의 협상 결과 인질 21명은 단계적으로 풀려나 피랍 42일 만에 악몽은 종료 되었고, 9월 2일 청년들은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피랍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위험지역에서 선교하던 선교사들의 사역이 세상에 노출되었다. 그 때 복음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그들을 향해 세상은 냉담했으며, 심지어 기독교인들조차 비판을 했었다. ‘구태여 위험한 곳까지 갈 이유가 뭐냐’며 그들은 냉소했다.

누구랄 것 없이 불볕더위를 피해 피서를 떠날 그 때에 피 끓는 젊은 청년들과 목사는 한 영혼을 위한 아프가니스탄 선교를 택했다. 그런 젊은이들의 헌신에 도리어 세상이 돌을 던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는 “지옥 같은 피랍 기간, 무력의 총부리 앞에서 그들은 얼마나 비통했을까”라는 생각으로 눈물로 작품을 그렸다고 했다.

화폭은 눈물과 기도가 승화되어 순교자의 영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화면 가득 절규하는 배형규 목사는 영혼이 떠나 주님 품에 안기는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주님께서 배 목사의 벌린 두 손을 잡아 주고 있다. 가슴 뭉클한 순교자의 부활 장면이다. 그 옆에 웅크린 심성민 집사는 천사가 옹위하며 토닥이고 있다. 마치 스데반 집사를 맞이하는 천사 같아 보인다. 또 처절한 고통을 호소하는 젊은 청년들은 두려움과 고통 가운데 인간 내면의 갈등과 신앙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명순 자신도 50대 초에 암으로 투병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했으므로 그 체험적인 세계가 작품 속에 잘 녹아있다. 그를 살려 주셨듯이 젊은 청년들도 살려 주실 것이라는 믿음은 인체의 동세나 새의 날갯짓으로 은유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인간이다”라고 고백하는 그는 인체를 통해 ‘창조주의 아름다운 조화’를 깨달았기 때문에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의 작업은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 메시지가 대중과 지속적으로 소통 된다면 세상은 한층 더 밝아질 것이 극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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