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20)기나 긴 여행에서 짐이 점점 더 무거워질 때-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

한반도 다섯 배 크기인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남미 아르헨티나와 칠레 양국 간 1600여 km에 걸쳐 빙하와 호수와 산과 평원과 수목이 잘 어우러진 국립공원이다. 

2010년 첫 암수술을 마치고 4년이 지나면서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완치에 가깝도록 회복이 되자 생애 마지막 여행지가 될 지도 모르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단하였다.

한 달 전부터 장비를 미리 장만해 착용하고 새벽기도 후 산행을 하면서 체력을 준비했다. 마침내 2014년 2월에 안식월을 얻어 파타고니아 12박 여행길에 올랐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두바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칠레의 엘 칼라파테를 거쳐 푼타아레나스 공항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차량으로 비포장도로를 달려 3박 4일 만에 토레스 델파이네(Tores Del Paine) 국립공원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첫날 묵은 숙소는 펜션이나 호텔이 아니라, 4인 침대에 각 나라 사람들이 그대로 옷을 입은 채 하루 밤을 머무는 산장이었다. 날이 밝은 후 첫 일정은 8시간의 트레킹이었다. 토레스 델파이네 국립공원 전망대에 올라, 파타고니아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삼형제 산봉우리를 관람하는 여정이 이어졌다. 오늘의 상단사진 중 화강암으로 된 세 개의 산봉우리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토레스 델파이네는 그 높이가 무려 1000m에 이른다. 오랫동안 만년설에 뒤덮여 있다가 지구 온난화로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는 바람에 마침내 산이 통째로 베일을 벗고 그 웅장함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된 것이다.

오늘 사진 중 또 하나는 파타고니아 국립공원 안에 있는 높이 3405m의 피츠로이(Fizroy)산이다. 1834년 이 산을 발견한 영국 비글호의 선장 로버트 피츠로이(Robert Fizroy)의 이름을 따서 명칭을 정한 이 산은 세계 산악인의 로망이기도 하다.

피츠로이산이 보이는 전망대까지 가려면 엘찬텐(El Chanten)이라는 마을에서 10여 시간을 트레킹해야 왕복이 가능하다. ‘엘찬텐’이라는 이름은 인디안 원주민들이 피츠로이산의 정상에 흰 구름이 자주 덮이는 것을 보면서 ‘담배 피는 산’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엘찬텐에서 하루 밤 묵고난 후 이른 아침 10시간의 트레킹을 시작했다. 멀리 삐죽 솟은 피츠로이 산머리가 아침햇빛에 반사되는 광경을 지켜보다가, 마치 부끄러움을 타는 새댁의 얼굴처럼 붉게 물든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앞이 가려 전경을 다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계속해서 걷다 보니 작은 호수 하나가 나왔는데 그 주변 숲에 관광객들이 야영을 하고 있었다. 2월이었으니 서리가 내려 제법 추웠을 텐데 굳이 야영을 하는 이유는 일출에 붉게 물든 산이 호수에 반영되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전망대에 이르자 세계 5대 미봉이라고 인정할 만큼 아름답고 웅장한 피츠로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원래 파타고니아는 날씨가 심술궂고 바람이 거세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그날만은 바람 없는 코발트색 하늘과 하얀 면사포를 온 몸에 감은 신부마냥 흰 구름이 산허리를 휘감고 있었다. 산 아래에는 만년설이 녹아내린 빙하가 시내와 강과 호수를 이루었다. 그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는 식물과 뛰노는 생물들은 유네스코가 생물보호지역으로 지정할 만큼 아름답기만 하다.

물론 즐겁기만 한 여정은 아니었다. 파타고니아 국립공원 트레킹은 한 지점에서 여러 지점을 왕복하는 트레킹이 아니었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오르내리는 W트레킹 코스가 대부분으로 어떤 날은 10시간, 심지어 12시간 동안 평지와 가파른 산길을 반복해서 오르내려야만 하였다.

짐을 날라주는 포터(porter)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매일 사용하는 필수품을 담은 배낭과 카메라 장비까지 휴대해야 했기 때문에 짐이 더 많고 무거웠다,

어떤 때는 라면 한 개, 카메라 배터리 하나조차 무겁게 느껴져서 ‘다 내 버리고 달랑 몸 하나만 여행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여행 기간이 길면 길수록 가방의 숫자와 크기와 무게가 더해진다. 세상에 태어나서 죽음으로 가는 인생 여정보다 더 긴 여정이 없다면 짐이 가벼울수록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우리의 짐은 더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버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영혼의 포터가 되신 주님께 그 짐을 전부 다 맡기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에 비록 무거운 짐이 있어도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는 즐겁고 행복한 인생 여정을 걸을 수 있다는 비결을 확신하게 된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시 55:2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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