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사> 발간 통해 긍지의 복음사 복원 진력
“섬김 앞장 섰던 발자취 기억하며 사명 잘 감당”

경북 경산시 자인면 북사로3길의 자인교회(권희찬 목사)가 교회설립 120주년을 맞았다.

자인교회는 그동안 교회설립연도를 1909년으로 여기며, 이에 근거해 역사를 정리해 왔다. 실제 1924년 4월에 간행한 <경북교회사> 등 여러 사료집을 봐도 자인교회는 1909년 안의와 선교사에 의해 설립되었고 정재순 조사와 한기원 영수를 통해 관리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자인교회는 120주년을 맞아 미래를 이끌어갈 직분자를 세웠다.

그러나 몇 해 전, 교회부속 시설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폐지를 정리하던 중 일제강점기에 기록된 <자인교회약사>를 발견했다. <자인교회약사> 첫 부분에 자인교회 설립과 관련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명치 31년(1898년) 4월 15일에 설립되다. 단 설립시 형편 상세는 긴 역사 속에 숨고 말았도다 애재호.” 이 기록물에 따르면 자인교회는 1897년 대구·경북 모교회인 대구제일교회에 이어 이듬해 세워진 사월교회(1898년 4월 5일 설립) 다음으로 세워진 것이 된다.

<자인교회약사>는 자인교회 설립에 관한 최초의 기록물로, 성도에 의해 직접 기록한 것이어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약사를 기록한 사람과 기록연도가 알려지지 않은 점, 기록에 근거해 정리된 대구와 경북지역 초기 교회 역사와 마찰을 일으키는 부분이 있어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자인교회약사>에 근거해 올해를 교회설립 120주년을 기념하는 자인교회는 역사적·복음적 가치를 심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자인교회는 120년 역사를 정리한 <자인교회 120년사> 발간했다. 120년사에 수록된 내용을 살펴보면 꾸준하게 지역사회를 섬기며 영향력을 끼쳐온 것을 알 수 있다. 자인교회는 설립 초기 비슷한 시기에 세워진 당곡교회와 합병을 했다. 이 때 미래인재양성을 위해 덕숭학교를 설립했다. 덕숭학교 설립자인 배은희 목사는 평양신학교 13회 졸업생으로, 평생을 남다른 민족사랑으로 교육계몽운동에 앞장섰다.

자인교회는 유독 주일학교 부흥이 이어졌다. 급기야 단독으로 교회를 돌보는 조사까지 파송 받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일제의 압박은 만만찮았다. 1943년 2월 이후 75회 당회부터 창씨개명한 이름이 등장한 것을 볼 때 일제의 압박과 통제가 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제 말기에는 담임목사 사임 압박도 있었다.

일제강점의 긴 터널을 지나자마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이로 인해 전국 각지의 피난민이 홍수처럼 밀려와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내용이 자인교회 당회록에 기록될 정도였다. 자인교회는 피난민들을 위해 예배당을 개방했고, 극진히 섬기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었다. 이승만 정권 당시 주일선거 실시 반대에 앞장서는 등 시국이 어려울 때 주일성수와 기도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분열의 아픔도 경험해야만 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교회에 불거진 신학 논쟁 여파로 고려파 분립과 기장 분립 때 자인교회도 일부 교인들이 이탈했다. 1959년이 일어난 예장통합과 분리 과정에서 자인교회도 극렬한 내분에 휩싸였다. 특이하게도 자인교회는 신학 문제가 아닌 내부 갈등에 따른 것이었다. 100년 넘은 역사 가운데 가장 극렬하게 대립하는 역사와 대면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결국은 교회가 소유하고 있던 토지와 현금, 비품 등 모든 것을 반반씩 나누어 분립하면서 갈등이 끝날 수 있었다.

▲ 4월 15일 주일예배를 마치고 예배당 앞에 모여 단체촬영을 하며 교회설립 120주년 기념하는 자인교회 모든 구성원들

하지만 분열도 잠시였다. 분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66년, 자인교회와 자인제일교회는 부활절을 맞아 새벽기도회를 함께 드리면서 교류를 시작했다. 이러한 교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두 교회는 연합당회를 열거나, 친목회를 정기적으로 가질 정도로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자인교회는 오래 전부터 이웃섬김에 남다른 열심이 있었다. 자인교회는 1950년 1월 8일부터 성미를 시작했다. 성도들의 헌신으로 모은 성미는 보릿고개 시절 형편이 어려운 교인과 이웃에게 나눠주며 고통을 함께 했다. 추운 겨울에는 힘든 이웃에게 땔감을 나눠주기도 했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등 절기에는 군부대와 관공서를 방문해 위문행사를 갖고 있으며, 한 해도 빠짐없이 면사무소에 이웃돕기성금을 전달하는 등 지역사회와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자인교회는 4월 14일 120주년 감사예배 및 직분자 임직식을 가졌다. 5월과 8월에는 찬양음악축제와 전교인수련회 등을 개최해 지난 역사에 감사하는 동시에 교회사명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권희찬 목사는 “하나님께서 디자인하신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당회원들이 앞장서 제자대학을 하며 내실 있는 신앙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농촌지역으로 환경이 어렵지만 120년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교회가 되도록 사명을 잘 감당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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