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성도교회 박용곤 목사, 6년째 나눔활동
“즐겁게 봉사하고 시작하면 끝까지 계속해야”

▲ 박용곤 목사는 6년 동안 주민센터에서 커피봉사를 진행하며 복음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대사회적 이미지가 나빠진 탓에 지역교회는 전도에 애를 먹고 있다. 그래서 많은 목회자들이 커피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박용곤 목사(청주성도교회)는 6년여 동안 한결같은 커피봉사로 전도의 열매를 거두고 있다. 박 목사는 매월 둘째, 넷째주 목요일이면 청주시 흥덕구 봉명2송정동 주민센터에 나가서 민원인들에게 핸드드립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명절이라도 정한 시간이면 주민센터에서 정오부터 저녁 6시까지 커피로 주민들을 만난다.

박 목사의 솜씨는 전문가가 인정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고급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요즘은 한번 봉사할 때마다 250여 잔을 만들고 있다. 민원인 뿐만 아니라 근처 직장인들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찾아오고 있다. 박 목사는 한술 더 떠서 민원인들이 뜸한 시간이 되면 커피를 수십잔씩 들고 주변 상가를 돌면서 나눠준다.

박 목사의 성실함에 감동한 주민센터는 봉사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그의 사역을 외부로 홍보하고 있다. 민원인들도 박 목사가 커피를 내려주면서 교회 나오라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모두가 자원봉사자가 목회자라는 사실을 알고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 커피전도뿐만 아니라 청주성도교회는 사랑의점심나누기를 진행하고 있다.

사역을 3년여 계속했을 때 박 목사는 어느날 편지와 헌금이 든 봉투를 받았다. 지역의 한 식당 주인이 감동해서 보낸 것으로 편지에는 “제가 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교회에 나가게 되면 꼭 목사님이 계시는 청주성도교회로 가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 식당주인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교회에 출석하여 지금은 성실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커피를 통해 박 목사와 만나 신자가 되거나 교회를 출석하겠다고 약속한 이들이 적잖다. 지역주민들이 교회 앞마당을 청소해주거나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국화꽃을 헌물하는 등의 일도 다반사다.

주민센터의 봉사 외에 박 목사는 지역의 행사가 있을 때 요청을 받고 커피를 나눠주기도 한다. 이때 교회에 다니지 않는 많은 이들이 커피를 마시러 와서 자신의 고민을 하소연하거나 신앙을 떠난 경위를 설명하면서 위로를 얻기도 한다.

사실 박 목사는 전문적인 커피 교육을 받지 않았다. 애초 류현숙 사모가 핸드드립전문과정을 공부했으며 부부는 카페를 차려서 전도할 계획을 가졌다.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쳤고 가게 자리를 보고 자금대출까지 세웠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모가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하면서 꿈은 날아갔다. 대신 어깨 너머로 사모의 교육과정을 지켜본 박 목사가 아내의 못다한 소망을 이었다.

▲ 박 목사의 커피전도 소문을 듣고 온 목회자들에게 전도방법을 전하고 있다

박 목사는 뜻하지 않은 커피 봉사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다고 믿으면서 자비량으로 사역을 하고 있다. 한 교회 담임목사로서가 아니라 목사요, 성도로서 개인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원두를 싸게 구입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커피를 담고 제조하는 각종 장비들도 손수 만든 것을 쓰고 있다.

박 목사의 지역섬김은 사실 커피봉사 뿐만이 아니다. 박 목사는 청주성도교회에 부임한 첫 해부터 지금까지 21년간 지역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매월 두 번씩 마련하는 ‘사랑의 점심나누기’에 매회 150여 명이 찾아오고 있다. 교회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소화하기 쉽게 마련해서 드리고 식사를 전후해서 영접과 배웅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 교회 주차장도 항상 개방하는 등 지역 속의 교회로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의 애경사나 절기 때 음식을 넉넉히 해서 인근 노인정에 선사해왔다. 이 때문에 노인정에서 교회로 절기 감사헌금을 보내오는 일도 있다. 박 목사는 “지난 주에 보였던 어르신이 이번 주에 오시지 않으면 병중에 계시거나 소천하신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그렇기에 교회는 어쩌면 오늘이 그분을 뵙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교회는 1년에 두 번씩 개척교회 목회자를 초청해서 헌신예배를 인도하도록 하는가 하면, 개척교회 목회자가 전도훈련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참가비를 전액 후원하고 있다.

박용곤 목사는 “나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라면서 “베풀면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좋게 바뀐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그러나 커피 사역을 하려는 목회자들이 있다면 먼저 커피를 알고 커피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어떤 목적을 이루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즐거워하는, 좋은 것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먼저 커피를 만들어주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커피 사역을 하다보면 힘들 때가 있지만 한번 시작하기로 했다면 끝까지 멈춰서는 안된다”면서 “봉사는 철저히 봉사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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