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웨신대 전도학)

▲ 김선일 교수(웨신대 전도학)

작년 5월 세계 교회는 전혀 새로운 설교자를 만났다. 그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고 원하는 성경 말씀을 전하며 축복기도를 했다. 이름은 ‘브레스유 투(BlessU-2)’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회와 목회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이래, 세계와 사회 모든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봇물을 이뤘다. 교회 역시 앞서 ‘블레스유 투’에서 보듯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교회와 목회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교회는 4차 산업혁명을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식하고 있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교회도 기술의 발전을 모두 우려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하면서 시대와 소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현상인 ‘빅데이터’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빅데이터는 그동안 너무 방대해서 수집하고 정리해서 통계로 만들 수 없던 자료(데이터)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사회 현상과 사실들이 객관적 수치로 나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미국의 한 교회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빅데이터를 종합했다. 그 결과 수입, 연령, 임신 등 상황에 따라서 여성들의 이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교회는 이들 여성들을 대상으로 맞춤 홍보와 메시지를 전했다. 그 돌봄사역에 호응한 사람들이 교회에 출석했고, 18% 이상 성장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교회가 사역해야 할 대상의 필요와 처지를 설문, 인터뷰, 기도부탁 등과 같은 1차원적인 데이터가 아닌 소셜미디어, 구매기록, 검색기록, 관공서의 인구자료 등까지 빅데이터로 파악하며 사역의 선택과 집중화를 꾀한 것이다.

빅데이터 활용은 어렵지 않다. 구글트렌즈(Google Trends)나 네이버 데이터랩, 또는 공공데이터 포털 등으로도 교회 사역을 위한 빅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주 간단하게 구글 트렌즈에 ‘교회’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자. 지난 5년간 ‘교회’라는 단어를 검색한 월별 빈도수가 12월 중순부터 1월 초·중순까지가 항상 가장 높게 나타난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교회에 가장 관심을 보일 때가 바로 연말과 연초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명 가장 빈도수가 낮은 시기는 4~5월과 9~10월이다. 이때 사람들은 교회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교회들이 전도행사를 대부분  4~5월과 9~10월에 집중하고 있다. 빅데이터에 의하면, 11~12월 전도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이외에도 최근 한국에서 이혼율이 급증하는 시기를 살펴보니, 설날과 추석 이후 1개월 동안이라고 한다. 명절 이후 부부간 갈등이 고조되는 까닭이다. 명절을 앞두고 부부간의 긴장과 다툼이 시작되었다가, 명절을 보내고 잠재된 갈등이 이혼으로 점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이 시기가 교회의 가정사역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주력하는 다음세대 문제도 빅데이터로 점검해 봐야 한다. 빅데이터에 의하면 현재 20~30대의 주요 관심사는 갑질, (성별)혐오, 정의, 일의 스트레스, 육아의 병행, 소수자 등으로 나타난다. 갑질과 혐오, 소수자 등의 문제는 개인을 배려하는 정의와 공정함에 대한 요구가 점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교회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가지고 어떻게 그들에게 전해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

갑질문화, 일의 스트레스와 육아의 병행 등은 일의 신학과 일터를 위한 사역이 중대하게 부상함을 볼 수 있다. 아울러 교회 내 공동체 사역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빅데이터는 이렇듯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복음 사역을 의미 있게 전달하는데 유용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그 피할 수 없는 변화 앞에서 교회는 복음을 상황화하고, 사역적 지혜와 기회를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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