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목사의 상도동 이야기]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릴 때 용산에 있던 육군본부에서 군 생활을 했다. 강원도 102보충대로 간 병력이 서울로 차출된 것도 기적적인 일이었거니와, 그것도 군의 핵심인 육군본부로 왔다는 것은 ‘신의 아들(?)’과 동급으로 여기는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육군본부는 쉽게 말하자면 모든 병력이 실전에서 전쟁을 잘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군대에 지휘본부가 없다고 상상해보라. 끔찍하다. 영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세상이라는 현장에서 전쟁을 치르는 영적 군대이다. 그런데 이 영적 전투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주는 본부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감사하지 않은가?

한강대교를 넘어 상도터널을 나오자마자 첫 번째 골목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면 5층 건물 중앙에 십자가가 걸린 건물이 있다. 한국교회와 이민교회를 섬기는 본부역할을 하는 ‘한국교회정보센터’이다. 시간과 지역과 경제적 제한으로 목회에 필요한 자료를 접하지 못하는 목회자들에게 신선한 정보와 복음적인 설교를 위한 자료들을 제공할 목적으로 1986년에 세워진 기관이다.

한국교회정보센터는 당시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김항안 목사에 의해 설립이 됐다. 그는 한국교회에 최초로 교회 관리 프로그램을 제작 보급하고, 영상목회연구원을 설립해 최초로 교회 강단에 스크린을 설치하여 찬송가 가사와 다양한 영상을 보면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시작한 인물이다. 한국교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 예수초청큰잔치, 알곡초청주일, 전도특공대 등의 프로그램도 한국교회정보센터를 통해 소개되었다.

‘올해 내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비롯해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한 해를 맞도록 돕는 송구영신 예배 프로그램과 영상은 무려 22년 동안 제공되고 있다. 부활절에 이미 생명이 사라져버린 ‘삶은 달걀’을 나누는 문화가 아쉬워, 달걀 안에 씨앗을 심어놓고 그 싹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제작한 부활절 인조달걀처럼 신선한 아이템들도 개발해냈다. 이 싹이 다 자라면 첫 떡잎에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중 한가지의 글자가 새겨지는 신기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누가 상을 주거나, 크게 인정해주는 것도 아닌데 한국교회정보센터가 이토록 꾸준하고 열심히 사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항안 목사는 그 답을 복음으로부터 유추해낸다. “복음이란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를 위해서 행하신 일들을 아는 지식이기에, 목회자가 이 사실을 바로 이해하고 성도들에게 설교로 전달한다면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고, 듣는 자들의 믿음을 통해 삶이라는 상황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또 고민했다. ‘어떻게 ‘복음’이라는 보배를 ‘상황’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을까?’ 그래서 시작한 일이 한국교회 지원 사역이었다. 목회자들이 교회 안에서는 성도들을 잘 격려하고, 세상에 나가서는 영적으로 승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 한국교회정보센터가 주최하는 목회자의 날 행사 모습.

이미 100만 건이 훨씬 넘는 설교와 목회 자료를 소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자료실을 운영하면서 누구든지 활용하도록 개방하고 있다. 1996년에는 세계 최초로 6월 5일을 ‘목회자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고자 ‘목회자의 날 기념 목회자 부부 영적각성 대성회’를 주관하여 개최하는 일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목회자와 성도들 자녀들의 학업 및 영성을 위해 개발한 자기주도학습훈련과 영성캠프는 큰 호응 속에 <국민일보>로부터 2년 연속 기독교교육대상을 수상했다.

사실 누군가를 전심으로 섬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섬김에는 물질과 인력과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한두 번도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감당할 수 있었을까? 그 마음에 ‘섬김이 은혜’라는 의식을 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이처럼 은혜와 축복의 기회를 즐기자. 자신이 받은 은혜를 또 다른 사람들과 교회에 기꺼이 나누어주는 일에 동의한다면, 우리 모두는 축복의 유통업자가 될 수 있다. 서로서로에게 좋은 동역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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