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미션네트워크·목회사회학연구소 ‘사회적 목회 콘퍼런스’ 개최

‘사회적 목회’, 낯설다. 모순처럼 들린다. 그동안 목회는 사회와 구별된 ‘교회 안의 사역’을 의미했다. 성도들을 말씀으로 이끄는 목양이었다. 그래서 사회적 목회는 ‘동그란 네모’라는 말처럼, 결합할 수 없는 단어의 조합처럼 보인다.

역설이다. 2000년 후반부터 근래 10여 년 동안, 가장 주목받는 목회는 모두 사회적이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카페교회와 작은도서관운동이 큰 관심을 받았다. 김밥과 라면(분식점)을 목회에 접목시킨 교회도 나왔다.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며 다음세대 선교의 길을 모색했고, 문화단체와 엔지오를 설립하며 사회화에 적극적인 교회가 주목을 받고 있다.

▲ 굿미션네트워크와 목회사회학연구소가 7월 9~10일 사회적 목회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목회를 ‘교회 안의 목양사역’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과 사회로 복음을 확산시키려는 젊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많이 참석했다. 굿네이버스 이사장 이일하 목사와 손봉호 조성돈 교수를 비롯해 정성진 박원호 김동호 지형은 목사(왼쪽부터) 등 개혁적이고 사회참여적 목회자들이 강연자로 나서 “사회적 목회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목회는 대전환 중이다

굿미션네트워크(회장:한기양 목사)와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조성돈 교수)가 7월 9~10일 성락성결교회에서 ‘사회적 목회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교회가 세상을 섬길 때’라는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 250여 명의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참석했다. 여느 목회 세미나와 달리 청년들이 많았다.

사회적인 목회를 ‘일시적 현상’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이런 목회 방식은 어려운 목회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개척 교회와 작은 교회들만 시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많은 교회들이 카페와 작은도서관의 문을 닫았다는 증거도 제시한다. 기존 교회들은 전통적인 목회 방식을 지키고 있다고 반론한다. 사회적 목회는 한때 인기를 끌다가 사라지는 프로그램이라는 관점이다.

카페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사회적 목회의 결과물만 보면 프로그램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목회는 침체하는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신학적인 반성과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는 노력 속에서 나왔다.

선교적 교회론(미션얼 처치)은 교회의 존재 목적을 새롭게 했고, 목회의 지향점을 ‘교회 밖’으로 전환시켰다. 가정교회와 셀교회는 복음 안에서 공동체성(사회성)의 강화와 교회 밖으로 확장을 본질로 삼았다. 작은교회운동은 세속화에 빠진 교회를 거부하며 한 영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목회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사회적 목회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새롭게 인식한 목회자들이 마을과 지역과 사회 속에서 시도하고 있는 사역의 총칭이다. 지금 목회는 대전환하고 있다.

사회적 목회, 종은 울렸다

콘퍼런스를 주관한 목회사회학연구소장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간간히 ‘사회적 목회’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조 교수는 “사회적 목회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전의 목회 패러다임과 달리 교회 안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마을과 지역을 어떻게 좋은 곳으로 만들어갈까, 더불어 살아가는 연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세워갈까를 고민하며 사역하는 것이다. 신학적으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목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사회적 목회’라는 용어는 고유 명사로 의미를 부여받았다. 그동안 공동체 목회, 카페목회, 도서관목회, 마을엔지오, 선교 비즈니스 사역 등 프로그램으로 여겼던 목회 형식들이 ‘사회적 목회’라는 범주 안에서 의미를 갖게 됐다.

조성돈 교수는 이번 콘퍼런스의 중요한 목적을 하나 더 제시했다. “이미 곳곳에서 마을과 사회의 공동체성을 위해, 하나님 나라를 위해 목회하는 분들이 많다. 그 목회자들이 지금 하는 사역이 목회인가, 내가 목회자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 분들에게 이 시대와 사회에 맞는 목회이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사역이라는 것을 확인해 드리고 싶었다.”    

‘사회적 목회’에 대한 관심은 강연자와 발제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를 설립한 이일하 목사가 ‘NGO와 사회적 목회’란 주제로 강연을 했고, 손봉호 교수(기독교 윤리와 사회적 신앙인) 실천신대 박원호 총장(하나님 나라와 사회적 목회)이 강의했다. 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 김동호(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지형은(성락성결교회) 목사 등 개혁적이고 사회참여적인 목회자들이 강단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사회적 목회를 대형 교회들도 관심을 갖고 목회에 접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누리교회에서 선교적 교회를 연구하고 목회 접목을 추진하고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엔지오를 설립했고 정성진 목사는 자신의 목회 사역 35년을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의 두 날개에 바탕을 둔 사회적 목회”라고 정리했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는 한걸음 더 나가 사회적 기업들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목회는 교회 본질의 회복

사회적 목회 콘퍼런스에서 김동호 목사는 “하나님은 세상을 위해 교회를 만드셨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소명을 교회에게 주셨다. 한국교회는 부흥하고 성장하면서부터 하나님 나라를 잊었다”고 말했다.

이일하 목사는 “지역 사회에서 주민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주민들을 연합하는 데 교회만큼 좋은 곳이 있는가. 협력과 융합의 시대에, 교회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그동안 목회를 사회에서 구별시키고, ‘교회 안의 사역’으로 한정시킨 것이 오류였다. 한국교회는 전도환경이 좋은 시대에 크게 부흥했다. 그 부흥의 은혜를 사회로 흘려보내지 않고 교회 안에 가둔 결과, 교회는 사회에서 외면받는 척박한 환경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목회’는 이 시대 교회가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다.

조성돈 정재영 교수는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선교적 교회, 사회적 목회의 비전을 품은 젊은 목회자들이 일어나야 한다. 기존 교회들은 분립개척운동 등으로 새로운 교회를 일구려는 개척자들을 지원해야 한다. 그 교회들을 통해 지역공동체와 한국사회가 변화하는 놀라운 일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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