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비전교회, 이주민 신학교 세워 교육 진력
헌신된 사역자 배출, 다문화선교 현장서 ‘제몫’

▲ 윤대진 목사

주경야독(晝耕夜讀)은 옛날 말도, 우리 것만도 아니다. 하남시 천현동 비전교회(윤대진 목사)의 주일 오후는 주경야독의 현장이다. 주경야독의 주인공들은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온 20대의 이주민 노동자들. 일주일 내내 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피곤할 법도 하지만, 이들은 교수의 강의를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모습으로 수업에 몰두한다.

비전교회는 한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한 상가교회다. 교인들은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에서 온 이주민 노동자들이다. 비전교회는 여느 다문화교회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한 가지 중요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교회 안에 이주민들을 위한 신학교가 있다는 점이다. 2009년 4월에 개설한 아시아리폼드신학교(이하 ARTI)로, 이 학교는 2015년 첫 졸업생 4명을 배출한 이후로 국내외에서 이주민 신학교육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비전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윤대진 목사는 늦깎이 목사다. 하남시에 있는 한 대형교회에서 안수집사로 교회 내 세계선교회를 섬기는 가운데 이주민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을 느끼게 됐고, 이후 신학 공부를 거쳐 목회를 하게 됐다.

“1997년에 방글라데시로 비전트립을 갔는데, 지구상에 이렇게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에 와서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민 노동자들을 만나게 됐고, 어떻게든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윤 목사는 그때부터 앞뒤 제쳐놓고 이주민들을 섬겼다. 밀린 월급을 받아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쉼터를 만들어주고, 그들만을 위한 예배를 마련했다.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 밖에 예배처소를 마련하면서부터는 자신이 직접 설교를 했는데, 그때 당면한 문제가 통역이었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사역했던 선교사들을 수소문해 예배를 인도하게 하는 등 도움을 받았다. 그마저 어려울 때는 한국에 유학 온 이주민 학생들을 데려와 예배를 인도하게 했다. 매번 그러기도 쉽지 않아 현지에서 사역자를 초청하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준비된 사역자도 많지 않을뿐더러 한국으로 초청했을 시 학비, 생활비, 사역비 등을 다 감당하기가 어려운 노릇이었다. 그런 어려움과 필요를 놓고 기도하는 가운데, 윤 목사는 한국에 온 이주민들, 특별히 비전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이주민 노동자들로 신학을 배우게 하고 사역자로 세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윤대진 목사는 2009년부터 이주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신학교육을 실시해 큰 성과를 얻고 있다. 아시아리폼드신학교 제2회 졸업식 모습

“신학교를 세워 지속적으로 지도자를 양성한다면 저처럼 사역자가 없어 고민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어요. 또 이들을 교육시켜 국내 이주민 선교 현장에 파송하면 사역자들의 고민을 많이 덜 수 있을 거라 생각됐죠.”

윤 목사의 생각은 적중했다. ARTI 졸업생들은 한국에 있는 여러 다문화교회와 센터들에서 사역자로 살고 있거나, 고국에 돌아가 신학을 계속하고, 교회를 개척했다. 현재 비전교회 다문화 예배를 통역하거나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사역자들 역시 ARTI 졸업생들이다. 이외 재학생들도 여러 이주민교회와 센터의 요청을 받아 예배를 인도하고, 양육을 맡고 있다.

“지난 5월에 졸업한 한 학생은 이천에 있는 한 이주민교회로 파송했어요. 이천에 있는 캄보디아인들을 대상으로 토요일 저녁에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주일 오전예배를 인도하죠. 나중에 본국으로 돌아가서는 토착 교회를 개척하고, 종족 선교에 헌신하겠다는 각오예요.”

교회 내에 있는 신학교고, 교수진도 모두 자비량 사역자들이지만 윤 목사는 강의의 질을 지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09년 학교를 시작할 당시 교수 세 명 모두가 남아공과 미국에서 Ph.D. 학위를 받고 영어 강의가 가능한 이들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그 후로도 계속됐고, 노력의 결과물로 2013년에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만든 캄보디아장로교신학대학교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적 물적 자원을 서로 지원하고, 신학교 커리큘럼을 공유해 학점 인정도 가능하게 됐다.

▲ 주일학교 성경공부 모습

특별히 ARTI 학생들은 남다른 소명감과 열정으로 윤 목사는 물론 교수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밤 10시까지 일하고, 토요일까지 일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렇게 힘들게 일하면서도 주일 밤 8시까지 공부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은혜가 아닐 수 없죠. 경기도 마석에서 일하는 두 명은 10년 동안 한 주도 안 빠졌어요. 거기다 십일조는 물론 헌금 생활도 하죠. 다른 유학생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에요. 강의하러 오신 교수님들이 도리어 감동을 받고 헌금을 하고 가시곤 해요.”

윤 목사는 한국교회가 25년 가까이 이주민선교를 해왔지만 열매가 많지 않은 것은 바로 사역자를 양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주민들 대부분이 본국으로 귀환하는 상황에서 그들로 신앙을 이어가게 하고, 또 다른 선교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이주민들을 훈련시켜 ‘선교사’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윤 목사는 이 일에 특별히 중대형 교회의 관심과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이주민교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대형 교회들이 이주민 사역을 구색맞추기용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전념해야한다”며 “그럴 때 다가올 500만 이주민 시대를 감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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