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활영 선교사 회고록 <그의 나라, 그의 순례자>

필리핀 선교사 큰 획 그은 40년 사역여정 담아
“묵묵히 개척하며 겪었던 시행착오, 도움 되길”

▲ 김활영 선교사는 자신의 회고록 <그의 나라, 그의 순례자>에 실린 자신의 시행착오들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고록은 김 선교사와 김은홍 편집인(크리스채너티투데이 한국판)이 함께 집필했다.v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 김활영·장양백 선교사(GMS) 부부에게도 그런 때가 있다. 낯선 땅 필리핀 마닐라국제공항에 첫 발을 내디뎠던 1977년 3월 30일. 뜨거운 바람과 야자수 가로수가 선사하는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도 잠시, 그날 밤 갓난아기였던 아들 필립이 밤새 울었다. 급격한 환경 변화와 뜨거운 햇살이 아이의 눈에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아내는 아기를 부둥켜안고 울었고, 남편은 미안함과 막막함에 속으로 울었다.

파송 받은 지 2년이 못돼서는 향수병을 앓았다. 무자격 선교사라는 자격지심에 더해 고국의 산천이 지독히도 그리웠다. 울면서 만류하는 아내를 외면하고 김 선교사는 사표를 써서 파송교회로 부쳤다. 후원교회인 대구 동신교회는 충격을 받았고, 김창렴 담임목사는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있으라”는 으름장에 이어 직접 필리핀으로 날아왔다. 김 목사는 김 선교사를 “선교사들이 미국으로 도망갔는데, 너도 그렇게 할 작정이냐?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한국교회 선교에 기여하는 것이다”고 설득했다. 아내의 눈물어린 만류와 김 목사의 다독임은 김 선교사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김활영 원로선교사(76세)가 40년 선교사역을 되돌아 본 회고록 <그의 나라, 그의 순례자>(책도시BOOKCT 간)를 펴냈다. 책에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선교사의 삶을 살기까지의 과정,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의 40여 년 사역 이야기, 필리핀 선교에 대한 제언, 동역자들의 증언 등이 수록됐다.

그는 1977년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시작해, 2007년에는 말레이시아로 사역지를 옮겨 5년을 더 사역하고, 2012년 은퇴했다. GMS는 물론 한국 선교계의 원로인 그는 특별히 필리핀 선교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한국에서 파송 받은 최초의 필리핀 선교사였다. 그의 뒤를 이어 수많은 선교사들이 필리핀을 찾았고, 그 결과 필리핀은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한국교회의 중요한 선교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필리핀에서의 그의 사역은 오랜 사역기간만큼이나 깊고 폭넓다. 특별히 그는 연합운동에 힘썼다. 장로교 배경의 다른 한국인 선교사들, 그리고 미국 장로교 선교사들을 아울러 필리핀장로교회(PCP)를 세워 연합을 도모했다. 또 올바른 개혁주의 신학으로 현지인 지도자들을 양성하자는 생각으로 1983년 필리핀장로회신학교(PTS)를 세웠다. 보다 효과적인 선교를 위한 장로교단과 신학교 설립은 캄보디아 등 다른 선교지에서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그의 사역은 후배 선교사들과 한국 선교계에 뚜렷한 이정표가 됐다. GMS 조용성 선교총무는 김 선교사가 필리핀에서 연합을 도모하고, 부족해도 현지인 리더십을 세워준 것을 예로 들고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었지만, 그는 멀리 가려고 함께 더디게 갔다”고 평가했다. 동신교회에서 김 선교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이용범 선교사(알바니아)는 “선교사님은 평생 사역 기간 동안 늘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앞서 가셨다. 그 길은 사람들이 잘 이해해주지 않는 길이었고, 그 길은 험한 길이었다”며 “그러나 그 길이 필요하다고 확신하셨기에, 필리핀장로회신학교 사역과 총회세계선교회 설립, 전방개척 선교의 길을 가셨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회고록이 자신의 사역을 드러내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반면교사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장로교회를 세운 것이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어요. 필리핀 사람들이 스스로 교회를 세우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국교회 형태를 그대로 가져갈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선교사들도 예전에 내가 했던 사역을 반복하지 말고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선교전략을 바꿔 가면 좋겠어요.”

그는 회고록을 쓰면서 한국교회를 향한 소망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도행전에서 보면 성령이 임했을 때부터 선교가 시작됐다. 한국교회도 성령의 불이 붙었을 때 선교에 열심이었고, 교회도 부흥했다”며 “한국교회가 새롭게 성령의 충만을 사모하고, 그로 인해 한국교회에 선교의 열정이 되살아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서 문의 : 책도시BookCT 02-581-3488, 010-8865-7694, don@ct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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