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회개척은 미래다 ③이제, 상가는 잊으세요

‘상가 개척은 실패’ 확인 … 대안인 카페와 작은도서관 온전한 섬김 통해 자립기반 마련해야

김철수 목사는 청년시절에 소명을 깨달았다. 대형 건설회사의 스카우트를 마다하고, 첫째 아들이 돌을 지났을 때, 결국 신학교에 입학했다. 총신신대원을 졸업하고 부교역자 생활 10년차를 맞은 40살에 교회를 개척했다. 남동공단을 마주보고 있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연수1동, 월세 빌라들과 외국인노동자와 가난이 혼재한 그곳의 상가 지하에서 2009년 10월 교회를 개척했다.

“빌라들이 150미터 골목 옆으로 쭉 이어져 있어요. 그 골목에 교회가 5개 있었어요. 모두 저렴한 임대료와 월세를 내고 지하에서 개척한 교회들입니다. 우리(개척 교회 목사들)는 거기를 골고다라고 불렀어요.”

▲ 지금까지 교회를 개척하려면 당연히 상가에 예배당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가의 예배당은 비기독교인은 물론 기독교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90% 이상 실패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목회자들은 상가에서 교회 개척을 불변의 공식처럼 여기고 있다. 지금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송탄장로교회는 상가에서 개척했지만, 작은도서관으로 주민과 소통하며 자립을 일구었다. 상가 교회 개척의 틀을 깨는 새로운 교회 개척 방식이 보다 많이 나타나야 한다.

폐쇄한 상가에서 개척하는 현실

산소망교회 김철수 목사는 앞뒤로 30미터마다 교회가 있는 그 치열한 곳에서, 명함전도 사탕전도 건빵전도 붕어빵전도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전도를 했다. 매일 3시간씩 기도하며 울부짖었다. 김 목사는 골고다에서 다진 영성의 힘으로 교회 자립을 일궜다.

김철수 목사처럼 지금도 수많은 목회자들이 상가를 얻어서 예배당(과 사택까지)을 만들고 교회개척을 시작한다. 분립개척으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면, 임대보증금과 월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의 상가를 찾을 수밖에 없다. 전국 어느 도시든지 연수1동 골고다 골목처럼, 개척 교회들이 몰리는 지역이 있다.

더 큰 어려움은 그 다음에 닥친다. 상가에 예배당을 마련해도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비기독교인은 물론 기독교인들도 상가 교회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김철수 목사와 같은 사례는 극히 이례적인 성공담일 뿐이다. 결국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보증금을 모두 소진하면, 교회는 폐쇄된다.
교회가 폐쇄된 그 상가에 다시 교회가 들어서는 것이 오늘날 교회개척의 현실이다.

 기독교인도 비기독교인도 안온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과 총회이만교회운동본부에서 주최한 교회개척 세미나에서 만난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공통적으로 “2가지를 오해했다”고 말한다.

첫째는 “내가 개척하면 성도들이 수십 명 출석하고 금방 자립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상가 교회이지만 이렇게 아무도 안 올 줄 몰랐다”는 것이다.

개척 교회 목회자들은 “상가에 예배당이라도 있어야 사람들이 온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어차피 기독교인은 작은 상가교회에 관심이 없고, 비기독교인은 예배 처소가 상가이든 가정집이든 구애를 받지 않았다”고 경험을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들은 나름대로 교회 개척의 대안을 찾았다. 카페교회 작은도서관교회 등 예배당 형태의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하지만 카페와 작은도서관 등은 ‘지역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전도전략의 방법이다. 교회(목회)를 유지하기 위한 대안은 절대 아니다.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카페(작은도서관) 교회를 하면서 “내가 목회자인지 카페사장인지 모르겠다”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결국 상가 예배당처럼, 카페와 작은도서관 역시 폐쇄하고 만다.

지금도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 개척은 상가에서’라는 공식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공식은 틀렸다는 것이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교회 개척의 방식은 무엇일까.

지역과 소통은 개척 성공의 힘

앞서 상가 개척에 실패한 목회자들이 카페와 작은도서관 등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 마저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도 카페와 작은도서관을 통해 자립에 성공하는 개척 교회들이 있다. 카페와 작은도서관을 본래 목적인 ‘지역 주민과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사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카페와 작은도서관을 통해 전도와 자립을 이룬 교회들을 보면, 목사와 사모가 ‘목회’와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역’을 분담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모는 카페와 작은도서관을 통해 지역의 아이들 및 부모들과 소통을 해서 교회로 이끌고, 목회자가 그들을 심방하고 교육하면서 새신자로 등록하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작은도서관 사역으로 자립기반을 이룬 송탄장로교회 권혁철 목사는 “개척교회에서 사모의 역할은 90% 이상,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송탄중앙교회와 같이 자립한 교회들은 카페와 작은도서관을 지역 주민을 섬기는 사역으로 온전히 활용했다. 교회 재정을 투입하면서 운영했다. 이익금을 남겨서 교회재정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교회 개척의 대안으로 카페와 작은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을 준비하고 있다면 △목회자와 사모의 역할분담 △지역 주민을 섬기며 감동을 주는 헌신적인 사역, 이 2가지를 꼭 기억해야 한다.

카페와 작은도서관 등의 사역을 하려면, 유형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최근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교회 개척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교회와 복음의 본질을 깊이 고민한 목회자들은 상가 예배당과 카페 대신 ‘무형의 교회’를 개척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비기독교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최적의 방식’에 집중하면, 유형의 교회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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