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기독미술평론>

제목:공간-하나로부터(Space-from the one), 150x150x150cm, 알루미늄, 우레탄 페인트, 2017

전용환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교육대학원, 이탈리아 Carrara 국립 아카데미아 조소과를 졸업했다. 조선화랑, Mayen 시립미술관, Galerie Monika Beck(독일), Galerie De Lange(네덜란드), Galleria IL PUNTO(이탈리아) 등에서 15회의 개인전을 치렀다. 한국미술협회, 홍익조각회, 한국조각가협회, 성남조각가협회, 내포문화조각가협회 소속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다.

인간에게 조각이란 생애 한번쯤 시도해 봄직한 의미 있는 창작행위이다. 선사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조각예술은 우리 삶에 공간지각을 일깨우며 3차원의 심미안을 갖게 했다. 누구나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점토로 빚은 자신의 흉부상에 대한 즐거운 추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조각이란, 공간을 재해석하여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 촉각예술로 가시적 세계를 통해 비가시적 예술세계로 이끄는 공간 미학이다.

전용환의 입체조형은 삶의 조각조각을 분해, 해체, 응집하여 하나의 열매로 빚어내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사과라는 매개로 인간의 선과 악, 양과 음의 철학적 사유를 제시하며 대중과 소통한다. 흥미로운 것은 심오한 철학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대상의 실재감은 경쾌하고 신선미가 톡톡 튄다는 점이다. 근대 조각의 시조 프랑스아 오퀴스트 르네 로뎅(Francois-Auguste-Rene Rodin)의 발자크 상이 거대한 덩어리 조형으로 내면적 웅대성을 파악 했다면, 그의 조각은 육둔한 양감의 굴레는 벗어버리고, 공간을 화폭삼아 그려낸 산뜻한 수채화 작품으로 보인다.

특히 초록 잔디 위에 빨간색 사과 입체조형이 전시되었을 때 더 선명하게 시선을 압도한다. 그는 “성질이 서로 정반대인 요소, 즉 양과 음에 의한 만물 구성, 생성과 소멸의 반복 순환 등의 두 요소로 이루어진 결과물이 사과”라고 사과 조형물을 만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사과를 통해 자연의 순환과 생각의 무궁무진함이라는 상징성을 암시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현대 조각에 새로운 상징인 빛의 존재를 치밀하게 연구하여 햇살에 비춰지는 빛의 흐름까지 포착한다. 사과를 구성하는 외곽의 박진감 있는 비정형틀과 그 안의 덩어리는 하나의 물성이지만 서로 다른 양면성의 물질로 양과 음의 서로 다른 성질이 질서와 조화를 이룬다고 제시한다.

작업 과정은 용접한 금속조각을 기본 원형 틀로 하여 이중 구조로 작업하는데 ‘청자투각’이 연상되기도 한다. 표면은 자동차용 우레탄 도장 후 UV 투명코팅 마무리까지 치열한 작업이다.
신학적으로 조각예술의 발생과 역사를 살펴본다면 인류 최초의 조각가는 창조주 하나님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2:7)’라고 하였다.

전용환의 사과는 인류의 대표성을 지닌 아담과 이브가 따먹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과실’로도 보인다. 창세기에는 하나님의 창조물인 여자가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따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전용환의 사과 입체조형에 대한 매우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따먹고 싶을 만큼 흠잡을 데 없이 탐스러운 조각이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선악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 사색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결실의 계절, 전용환의 작품을 통해 아집과 죄성에 물든 자아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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