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복음으로 세상에 답하다 ⑤ 성경적 세계관의 핵심은 무엇인가

하나님과 직접 교제할 수 있는 청지기 인간의 삶의 목적은 피조물과 함께 하나님 영광과 기쁨에 참여하는 것

▲ 최재호 목사
·대구성일교회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Ph. D.(변증학)

이전 글에서는 어떤 이유로 기독교세계관이 체계화되었는지를 설명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성경적 세계관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앞에서 “세계관은 사물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 틀” 혹은 “사물을 바라보는 안경”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성경적 세계관은 성경에 의해서 형성되고 점검된 세상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 틀 혹은 안경”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성경이라는 특별계시의 안경을 주셨다. 성경이라는 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 틀이 무엇인지를 세 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하나님의 주권적 창조
성경적 세계관의 첫 번째 원리는 하나님의 주권이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창조의 주인이다. 하나님의 특별계시인 성경은 이렇게 시작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성경은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기 전에 하나님의 존재를 선포한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선포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또 인간이 보고 듣고 경험하며 살아가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성경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사상은 대부분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간이 창조자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인간의 모든 이해와 분석과 해석은 모두 결과론적이다. 주어진 결과를 보고서 그 결과를 가능하게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를 추론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인간의 추론은 전제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진다.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신론적인 전제를 가지고 사물을 보고 분석하고 평가하면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이 도출된다. 모든 만물은 하나님의 창조가 아니라 우연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사물을 보고 분석하고 평가하면 우리 눈앞에 있는 모든 만물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결과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창세기 1장 1절은 하나님의 존재를 전제할 뿐만 아니라, 성경적 세계관의 근본적인 구조를 제시한다. 창세기 1장 1절의 문장 구조를 보면 성경적 세계관의 근본적인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창세기 1장 1절은 주어(S), 동사(V), 목적어(O)로 구성된 3형식의 문장이다. “하나님이(S)+창조하셨다(V)+천지를(O).”

하나님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주어(주인)이고, 하나님 이외의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에 의해서 만들어진 목적어에 해당된다. 이것이 성경이 제시하는 세계관의 근본적인 기초이다. 주어와 목적어를 뒤집으면 안 된다. 주어는 항상 주인의 자리에 있어야 하고, 목적어는 항상 목적어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목적어에 해당되는 우주 만물 중에서 그 어떤 것도 주어의 자리에 올려놓을 수 없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종교적·사회적 병리현상은 주어와 목적어를 뒤집으려는 데서 발생하는 파열음들이다.

창세기 1장 1절은 성경의 모든 유전자정보(DNA)를 포함하고 있다. 구약성경은 율법과 선지자로 요약할 수 있다. 구약의 모든 내용은 목적어인 피조물을 주어의 자리에 올려놓고 우상을 숭배하는 백성들에게 창세기 1장 1절의 질서로 돌아오라고 경고하는 말씀이다. 신약도 마찬가지이다. 율법과 선지자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가르쳤지만 타락한 인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나님이 직접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창세기 1장 1절의 창조질서를 바로 잡으라고 선포하신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신 천국복음이다. 성경적 세계관의 첫 번째 원리는 창세기 1장 1절에서 선포하신 ‘하나님의 주권’이다. 어떤 경우에도 목적어가 주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하나님의 부르심
성경적 세계관의 두 번째 원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의 대리자로 창조하시고 청지기로 부르셨다. 하나님은 인간을 특별하게 창조하셨다. 인간을 창조하시기 전에 먼저 인간 창조의 특별한 계획을 세우셨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창 1:26).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셨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 중에서 인간을 제외한 어떤 것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것은 없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가지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인간은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졌다. 하나님의 창조계획에 나타나 있듯이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이유는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대신하여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대리자로 세우기 위함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대리자로 창조되었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청지기로 부르심을 받은 존재이다(창 1:28).

셋째, 부르심을 받은 자의 사명
성경적 세계관의 세 번째 원리는 하나님의 청지기로 부름을 받은 인간이 수행해야할 사명이다. 청지기로 부름을 받은 인간의 첫 번째 사명은 하나님과 지속적인 교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성경적 세계관은 창조자 하나님과 피조물인 인간 사이에는 분명한 구분이 있다. 다른 세계관과 비교해서 성경적 세계관이 갖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하나님은 창조자이고 인간은 피조물이지만, 하나님과 직접 교제할 수 있는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창조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인간에게 청지기적 사명을 맡기기 위해서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성경적 세계관의 핵심원리는 하나님께서 성령 안에서 인간과 직접 교제 하신다는 것이다. 인간이 하나님과 직접 교제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계시의 말씀을 통하여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다. 기도를 통하여 자신의 모든 생각과 필요를 하나님께 아뢴다. 예배와 찬양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성령이 모든 소통을 가능하게 하신다.

두 번째 사명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청지기적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도록 창조하시고, 그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복을 주셨다. 이런 면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청지기적 사명은 한 개인에게 주신 것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에 주신 사명이다. 하나님의 사명을 맡은 청지기로서 인간 공동체에 대한 섬김의 핵심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하나님의 지혜롭고 진실한 청지기로 준비시키고 세우는 것이다.

세 번째 사명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경작하는 것이다. 모든 세계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뜻이 이루어지도록 자연을 경작하고 관리해야 한다. 경작은 청지기적 섬김의 대상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에게 맡겨진 자연에 대한 청지기적 사명이다.

창세기 1장 28절에서 말하는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은 폭군처럼 군림하고 착취하라는 말이 아니다. 창세기 2장 15절에서 보충 설명하듯이, ‘그것을 경작하고, 지키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사명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지배하고 군림하고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권에 대한 섬김이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자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경작의 사명이다. 따라서 세계에 대한 인간의 청지기적 사명은 정치, 경제, 사회, 학문을 포함한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께서 창조세계 가운데 심어 놓으신 잠재력을 충분히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창조의 잠재력을 충분히 드러내는 경작의 사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하나님이 계획하신 영광으로 충만하게 채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경이 말씀하는 세계관의 기본 구조는 “하나님이(S)+창조하셨다(V)+천지를(O)”이다. 하나님이 있어야할 주어의 자리에 인간을 올려놓으면 인본주의 세계관이 된다. 주어의 자리에 자연을 올려놓으면 자연주의 세계관이 된다. 주어의 자리에 다른 어떤 피조물들을 올려놓은 것이 바로 수많은 형태의 우상 숭배이다. 인간은 하나님과 직접 교제할 수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특별한 존재로 창조되었다.

인간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창조세계를 경작하고 관리하는 청지기적 사명을 부여 받았다. 청지기적 사명을 맡은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목적은 경작의 대상으로 맡겨진 모든 피조물들과 함께 하나님의 영광과 기쁨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말씀하신 창세기 1장 31절은 성경적 세계관의 완성이다. 창세기 1장 1절이 성경적 세계관을 세우는 반석이라면, 창세기 1장 26~28절은 반석 위에 세워진 청지기로 부르심을 받은 자의 사명이라는 세 개의 기둥이며, 창세기 1장 31절은 성경적 세계관이라는 건물을 완성하는 지붕에 비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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