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기독미술평론>

제목:Song of Praise-Nature, 100x80.3cm oil on canvas, 2017

김창희 작가는 세종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과,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목회지도자과정 선교목회학과를 거친 목회자이기도 하다. 세종대 교수와 한국기독인미술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제31회 한국기독교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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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의 회화는 작고 사소한 생명체를 통해서 ‘창조세계의 아름다움’과 ‘창조주의 위대함’을 노래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생명체를 꾸밈없이 묘사하여 빛바랜 추억 사진을 꺼내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작품이다. 화면에는 나비, 개구리, 메뚜기, 실개천, 버들강아지와 갈대 숲, 무심히 흐르는 구름이 보인다. 어릴 적 들판에서 바람결에 나부끼는 강아지풀을 꺾어 친구 귓불에 간지럼을 태우고 도망치던 기억, 나비를 쫓아다니며 날갯짓을 따라하던 기억, 잠자리를 잡겠다고 온 종일 잠자리채를 휘두르며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 기억, 개구리를 맨손으로 잡으려다 물에 빠진 기억, 어느새 놀다보니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때 “그만 놀고 이제 들어와” 엄마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 집으로 달리던 바로 그때 그 시간쯤 풍경이다.

화면은 단색조의 단아한 자태가 본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 곳으로 가야 하는 인생 여정에 대한 소박한 표현이라 유추된다. 작고 미미한 존재들이지만, 이런 부재들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심성의 서정적 공간을 만들어 내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 품의 따스함이 묻어나며 그 곳 본향을 그리워지게 만들고 있다. 구약 이사야서에서는 예수에 대해 예언하기를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아니하시는 분’(마 12:20)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작가는 예수에 대한 이미지와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상징성을 염두에 두고 갈대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 같다. 손을 대면 꺾이기 쉽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지 않을까 추론해 본다.

철학자이며 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은 그의 사상집 <팡세>에서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고 피력했다. 사소한 생명체들 사이에 갈대를 그려 넣음으로 인간이란 대자연 가운데 가냘픈 존재라는 실체를 상징하지만, 생각에 따라서는 이 광대한 우주를 포용하고 다스리는 절대적 존재라는 믿음을 제시하고 있다.

김창희는 그의 작가노트에서 ‘<Song of Praise-Nature>는 생태신학과 예술의 만남으로, 위대한 자연이 아니라 작고 단출한 것들 즉 버들강아지와 나비, 개구리와 메뚜기 등을 통하여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한다’라고 고백한다. 김창희 화백은 작가뿐만 아니라 목사로 현장 목회를 하며 세상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공간을 보랏빛으로 고혹하게 묘출하여, 목회와 인생 여정을 꿈꾸듯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이 극명하다. 그는 작품을 통해서 소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창조주 하나님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본다.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말씀을 성취하는 영성미학의 선교적 작업을 실천하면서 천상까지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믿음의 보폭으로 다가서는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창조되지 않은 것이 없으므로, 인식 가능한 자연세계는 하나님에 더 다가서게 하고, 예술은 하나님을 더 알아가게 하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 하나로 만나는 길인 것이다. 11월 깊은 가을은 자연과 예술을 통해 창조주 하나님을 만날 신적개입의 시간이 구름 가듯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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