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기독미술평론>

▒ 제목:군무(群舞), 50 x 50cm, 세라믹 유약 먹 에나멜 등, 2018

■ 조상연 작가는 단국대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97년 도미, 개인전 15회를 비롯해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다수 출품했다. 대한미국 산업미술가협회 공모전 입상 및 최우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서울신문사 공모전 입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남가주 미술가협회 회원이자 KARO Art studio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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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연은 도자기에 회화를 담아내는 실험성과 독창성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과거 도예는 실용적인 쓰임과 연관성이 있었다면, 현대 도예는 보다 자유로운 묘법을 통해 현대적인 조형성을 나타내고 있다.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실용성의 답습보다는 작가적 독창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인지된다.

소싯적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빈병에 지점토를 덧붙이고 그늘에서 건조하여 알록달록 채색 후 바니쉬로 마감한 연필통 한 두 개쯤은 책상에 놓고 한참을 썼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도예는 실용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는 구운 도자기를 순수 회화의 캔버스 같은 용도로 차용하여 그림을 그려 넣는다.

그가 크래커 모양의 성형 틀에서 빚어 낸 도자기는 굳이 화파로 본다면 추상주의(abstractionism)와 신사실주의(new realism)의 경계를 융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도자기로 빚은 크래커 위에 그리고 굽는 과정 가운데 각종 장르와 기법을 융합하고 재구성하는 진화를 계속한다. 작품 안에는 팝 아트, 추상화, 동양화, 심지어 미국의 시트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도 등장하여 시대정신을 반영하기도 하고, 동양 철학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4개의 크래커형 도자기에 먹을 사용하여 추상적 그림을 그린 후 구워낸 작품의 조합이다. 작품을 주의 깊게 본다면 달빛 아래 군무를 추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손을 잡고 군무를 추는 움직임이 잘 묘사된 작품으로 보인다. 자유로운 곡선에서 부드럽고 여성적이며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굵은 선에서는 힘과 활기, 박진감이 넘친다.

아래 작품에서는 고구려 고분에서 본 듯한 수렵도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말을 탄 것도 같고 무용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도구를 들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추상성을 띤 작품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는 부분이다. 애써 알고 있는 인문학적 지식을 통틀어 감상하는 것은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다.

그는 “심플한 이미지로 인물의 특징을 묘사하거나 컬러유약과 먹물로 그린 작품은 보이는 그대로 추상화이며 여러 차례의 특이한 과정을 거치는 독특한 새로움”이라고 말한다. 크래커라는 소재에 대해서는 “작가 인생에 선물로 받은 ‘만나’ 같은 존재감이다. 모든 이에게 과자의 정서는 즐거움과 유쾌함, 만족감이다. 유년기적 즐거움의 형태에 미술이라는 장르를 접목시켜 쉽게 미술을 이해하고 향유하게 하는 의도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크래커 모형은 흙을 빚어 완성한다. 그 위에 유약과 안료를 사용하여 채색하고, 가마에서 소성한다. 이때는 오롯이 초자연의 힘에 의지하는 순간이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에 온전히 기대는 시간이다. 창조주 하나님은 첫 사람 아담을 흙으로 빚으셨다. 우리도 빚어지고, 그려지고, 성령의 불 속에서 달궈졌을 때 비로소 성화 되어간다. 돌아오는 성탄절에는 새벽송을 도는 교회 청년들을 위해 크래커와 따끈한 차를 준비하는 즐거운 섬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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