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교회, 마을공동체로 들어가야 산다”

소멸 위기 놓인 농촌, ‘사회적 경제조직’ 설립 통해 도농교회 상생 기반 조성해야

2019년 새해를 시작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 조성돈 교수는 “지난 한 해 한국교회는 교회의 새로워짐에 대한 희망과 바닥 모르게 추락하는 좌절이 공존했다”고 평가했다. 확산하는 선교적 교회와 사회적 목회에 대한 열망이 희망을 갖게 했다면, 끊이지 않는 성추문과 비윤리적 행태로 극심한 비판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2019년 역시 한국교회는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경험할 것이다. 올해 한국교회는 좌절보다 희망을 키워갈 수 있을까. 새해를 맞아 연속기획 ‘목회현장 희망찾기’를 4회로 게재한다. 농어촌과 도시에서, 정통교회와 개척교회에서 선교적 교회와 사회적 목회로 희망을 찾아가는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첫 번째 희망의 목회자는 복내전인치유선교센터 원장 이박행 목사이다. 이 목사는 총회교회자립개발원 농어촌교회분과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난하고 척박한 전남 보성에서 목회하며 주민들과 함께 생태마을을 조성하고 마을기업과 영농조합을 만들어 지역을 살리고 있다. <편집자 주>

 

▲ 이박행 목사

이박행 목사가 설명하는 농어촌의 현실은 희망한줌이 없다. 불과 50년 전에 대한민국은 농업을 나라의 근본으로 여기며 전체 인구의 60%가 농업에 종사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현재 농업인구는 전체인구의 5% 정도로 감소했다. 농법 역시 서구식으로 전환했고, 자본주의 유통구조 속에서 농산물이 팔리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경제세계화 속에서 진행된 외환위기와 자유무역협정은 농어촌의 희생을 강요했다.

“농어촌이 간직한 공동체성의 토대는 무너졌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농어업의 가치는 사라졌다. 현재 농어촌은 노인만 사는, 장가를 못가는 노총각들이 모여 있는 별종의 지역이 됐다. 기형적이고 병든 사회가 됐다.”

소멸과 죽음 앞에 선 농어촌

이박행 목사는 농어촌이 당면한 핵심 문제를 2가지로 정리했다. 농어촌 지역이 초고령화 하면서 소멸할 위험, 화학비료 및 유전자조작으로 인한 생명파괴의 위험이다.

“인구 초고령화는 필연적으로 농촌 소멸로 이어질 것이다. 농촌에는 아이들의 울음이 그친지 오래 되었다. 75세 되신 분이 마을청년회 회장이다. 귀농, 귀촌 등으로 새로운 인구유입이 있으나 극소수만이 안정적인 정착을 할 뿐이다.”

현재 농어촌 소멸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외국인 노동자와 여성의 유입뿐이다. 이 목사가 사역하는 보성 복내마을에도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 부부가 한국인의 1명분 급여를 받으며 배추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농장주는 노인만 있는 농촌에서 젊은 노동력을 싼 임금으로 채용해서 만족하고 있다. 이미 농촌은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노동자 외에도 헝가리 출신 여성 노동자까지 일하고 있다. 이박행 목사는 “앞으로 농어촌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변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초고령화로 인한 소멸의 문제와 함께 생산원가를 맞추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화학비료와 유전자를 조작한 종자들은 생명의 문제이다. 어족자원 남획과 미세 플라스틱으로 바다도 황폐화하고 있다. 땅과 바다는 죽어가고 있으며, 죽은 그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각종 질병을 야기하며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농촌은 앞으로 닥칠 4차 산업혁명의 파고도 피할 수 없다. 결국 대부분의 농어민들은 빈농으로 전락할 것이다.” 

▲ 이박행 목사는 25년 동안 전남 보성에서 전인치유사역과 함께 농촌을 살리기 위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이 목사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생태마을을 조성하고 마을기업을 운영(사진 오른쪽)하면서 농어촌 교회의 희망을 확인하고 있다. 이박행 목사는 “이제 농어촌 목회자는 교회 밖 마을로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재건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적 역할만 하던 시대 지났다

농촌은 소멸과 죽음의 위기 앞에 놓여 있다. 농어촌 교회는 농촌보다 앞서서 폐쇄의 길을 걸을 것이다. 농어촌 지역과 교회를 살리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박행 목사는 “농어촌 교회와 목회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과 이해와 사역 모두를 바꿔야 한다.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물음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나라(공동체)와 창조신학(생명) 관점에서 농어촌 교회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통해 농어촌 목회에 대한 선교적 과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목양과 사역의 방안을 개발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박행 목사는 지난 해 신학자와 목회자들과 함께 생명신학포럼을 설립해 농어촌 공동체운동과 생명운동을 연구하고 있다. 생명신학포럼을 통해서 이 시대 농어촌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모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성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사역과 생태농촌사역을 펼치며 실천까지 하고 있다.

“이제 농어촌 교회와 목회자는 영적인 사역에만 갇혀 있으면 안된다. 농촌은 강도를 만나서 죽어가고 있는데, 그 고통을 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교회를 벗어나 마을로 들어가야 한다. 설교와 함께 행동과 삶으로 마을 주민들과 살아야 한다. 흩어지는 교회로서 마을 공동체를 재건하고, 주민들의 고통과 기쁨에 동참해야 한다.”

이박행 목사는 마을 공동체를 재건하고 피폐한 주민들을 살리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조직의 설립’을 제시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마침 지난 103회 총회에서 미자립 교회 목회자의 이중직을 허용하는 결의까지 나왔다.

“사회적 경제조직은 마을에 일자리 창출, 공동체 복원, 생산적 복지를 이루어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다. 농어촌 교회 목회자들이 공공신학에 기반을 두고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여 선교적 교회로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

농어촌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

앞서 이박행 목사는 농어촌에 닥친 공동체와 생명의 위기가 이미 도시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대로 농어촌 공동체가 소멸하고 죽음의 농어업을 진행한다면, 미래에 우리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박행 목사는 그래서 도시교회가 농어촌교회를 적극 지원하고 지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을 통해서 농어촌 목회자의 생활비 보장사업을 정착시키고, 농수산물 온라인직거래 장터를 개설해서 유통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도농교류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시와 농어촌의 교회가 상생하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교단 차원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농어촌 선교(목회)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일단 각 지방의 신학교에 농어촌목회 전문과정을 개설해야 한다. 농어촌의 위기와 변화 앞에서 신학교와 교단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신학교육과 함께 농어촌선교훈련원까지 설립해서 교육과 현장의 연계학습을 진행한다면, 교회가 위기에 처한 농어촌 공동체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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