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령도 교회들은 오랜 기독교 선교 유산을 후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바이블랜드’ 설립을 준비 중이다. 백령 바이블랜드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인천노회장 김주성 목사(오른쪽)와 두무진교회 김태섭 목사(사진 오른쪽 위)가 2001년 개관한 백령기독교역사관(사진 왼쪽)에서 백령도의 기독교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선교역사 계승하고 북한선교 비전 공유 위해 기획
10개 교회 모두 인천노회 소속 “교단적 관심 바란다”

백령도는 지리적 요충지다. 중국과 가까워 역사적으로 크게 쓰임 받았고, 남북이 분단된 지금은 대북 방어의 요충지로 막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또 하나 백령도를 주목하게 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기독교 선교의 관문이었다는 점이다.

“1816년 9월 1일에 영국의 맥스웰 대령이 이끄는 엘세스트호와 바실 홀 중령이 이끄는 리라호가 대청도와 백령도 사이에 정박을 하고, 백령도에 입국해 주민들에게 성경과 선물을 나눠줬어요.”

▲ 백령기독교역사관 전경.

김태섭 목사(두무진교회)의 말대로, 공식적으로 한반도에 복음이 전달되었다고 볼 수 있는 1884년 9월 20일 알렌 선교사의 입국보다 수십 년 앞서 복음의 씨앗이 백령도에 떨어진 것이다. 맥스웰 대령과 바실 홀 중령 일행 이후 1832년 7월에 칼 귀츨라프 선교사가 암허스트호를 타고 백령도에 들어와 주민들에게 성경과 전도지를 나눴고, 1865년 9월에는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가 제너럴셔먼호를 타고 백령도를 찾았다. 선교사들의 기도의 씨앗이 뿌려진 이후 마침내 1898년 10월 9일 백령도에 최초의 교회인 중화동교회가 세워졌다. 중화동교회는 주민들에 의해 세워진 자생교회로, 초대 당회장은 언더우드 선교사였다.

이런 백령도의 선교적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201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백령도는 복음화율이 60%로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백령도가 높은 복음화율을 자랑하는 데는 백령도 교회들의 수고를 빼놓을 수 없다. 군인교회 2곳을 제외하고, 백령도에는 현재 10개 교회가 있는데, 모두 인천노회(노회장:김주성 목사) 소속이다. 백령시찰에 속한 이들 10개 교회는 매년 유초등부 여름성경학교와 중고등부 수련회, 체육대회, 찬양대회 등을 함께 여는 등 탁월한 단합력을 보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10개 교회를 순회하며 연합금요기도회도 열고 있다.

인천노회장 김주성 목사(한사랑교회)는 “중화동교회, 사곶교회, 진촌교회, 화동교회 등 100년이 넘는 교회만 4곳이나 된다”며 “깊은 신앙의 뿌리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에서 가장 복음화율이 높은 백령도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백령도의 기독교적 전통을 후대에 계승하기 위해 백령도 교회들은 2001년에 옹진군과 힘을 합쳐 ‘백령기독교역사관’을 개관했다. 역사관에는 맥스웰 대령의 백령도 선교, 귀츨라프 선교사의 복음 전파, 1865년과 1866년 두 차례에 걸친 토마스 목사의 두무진과 중화동 방문 등의 기록들이 전시돼 후세들에게 교훈이 되고 있다.

백령도교회들은 최근에는 백령도의 선교 역사를 계승하고 북한 선교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백령 바이블랜드’를 기획하고 관계 기관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백령도 중심에 위치한 담수호를 끼고 29만 제곱미터 면적에 4가지 주제가 한데 어우러진 테마공원을 만드는 사업이다. 테마공원은 구체적으로 백령도를 통해 전래된 기독교 선교 역사를 조명하는 ‘범선공원’, 호수길을 아름답게 꾸민 플라워가든과 화훼체험관으로 이루어진 ‘화훼공원’, 다양한 미로를 통해 진리탐구의 길과 시간여행의 길로 꾸며진 ‘미로공원’, 멋진 자연과 문화가 한데 호흡하는 호수공연장과 옛 포구와 전통시장을 재현한 ‘호수공원’ 등으로 조성된다.

김태섭 목사는 “백령도는 전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다는 규조토 해변인 사곶해변과 천연기념물 392호 콩돌해변, 서해의 해금강이란 불리는 두무진 등 관광 자원도 풍부하고 북한 땅도 지척이라 안보관광지로서도 인기가 높다”며 “바이블랜드는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자연스럽게 기독교를 전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령도교회들은 3년 전부터 바이블랜드를 기획해, 옹진군과 함께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재정 지원도 한 상태다.

“백령 바이블랜드는 단순히 백령도만을 알리는 지역문화 콘텐츠가 아니라, 하나님이 한반도를 통해 역사하신 복음의 숨결과 은혜를 그대로 재현해 성경의 역사를 체험하는 기독교 선교문화의 새로운 아이템이 될 거예요.”

김주성 목사는 그러면서 교단적으로도 백령 바이블랜드 조성 사업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인천노회는 지난 103회 총회에 백령 바이블랜드 조성사업과 관련해 3억원을 요청했고, 총회는 이를 재정부에 맡긴 상태다. 김 목사는 “다른 교단들도 우리가 바이블랜드를 만든다고 하니까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총회가 재정 지원은 물론이고 기도도 해주고, 중앙정부와 연결고리도 돼주면 좋겠다”며 “우리 총회가 이 사업에 앞장 설 때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에 나서게 될 것이고, 나아가 북한 동포를 향한 하나님의 복음 사역에 중요한 획을 긋고,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통해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전하는 귀한 선교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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