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는 성경의 앵무새가 되어야 한다”



목사는 힘 다해 연구 전념하여 충실한 영의 양식으로 성도에 보답해야
예화나 자료에 의지하지 말고 죽을 각오로 성경 본문 숨은 뜻 찾아라
목회는 중노동, 건강관리 힘쓰며 ‘설교와 삶 일치’ 경계 늦추지 말아야

새해를 맞아 우리는 또 한 번 한국교회와 교단이 새로워지기를 바라는 희망을 갖는다. ‘어른’들의 권면은 우리에게 피와 살이 되고 믿음의 뼈대를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일생을 목양에 전념해온 원로들과 대담을 통해서 새해 소망을 찾아본다.<편집자 주>

 대담=강석근 편집국장

▲ 박희천 목사(내수동교회 원로)

강석근 국장(이하 강 국장):올해 목사님은 구순을 맞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매우 정정하십니다.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십니까?

박희천 목사(이하 박 목사):목회는 중노동입니다. 교인들은 목회자에게 사랑을 원합니다. 언제든지 필요할 때 달려와주기를 원합니다. 목사는 교인들이 원하면 뛰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꼭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건강관리를 위해 게임을 하는 운동을 하십시오. 운동을 하면 그 시간만큼은 걱정을 잊을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근심이 남아 있으면 병이 됩니다. 꼭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사모와 마당에서 배드민턴이라도 꾸준히 하십시오. 저는 탁구를 많이 쳤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들어서 탁구는 못합니다. 대신 날마다 집에서 20~30분간 체조를 하고 산책을 나가서 4000발자국씩 걷습니다.

운동과 더불어 성경 말씀 속에서 즐거움을 얻어야 합니다. 잠언 17장 22절에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고 하였습니다. 성경을 읽다가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낍니다. 춤을 추고 싶을 정도의 기쁨을 느낍니다. 말씀 속에서 기쁨을 누리십시오.
 
강 국장:교회들이 원로 목사와 담임 목사간 갈등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로목회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박 목사:열왕기상 13장에 벧엘의 늙은 선지자가 나옵니다. 그는 자신이 데리고 온 젊은 선지자가 자신의 체면을 깎았다는 이유로 죽게 했습니다. 저는 이 늙은 선지자 같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은퇴하기 몇 해 전에 세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첫째 은퇴할 때 돈을 거론하지 않겠다. 둘째 은퇴한 후 뒤에서 교인들에게 연락해서 “내가 지금 섭섭하다”는 하소연을 하지 않겠다. 셋째 젊은 후배목사들에게 나를 그들의 교회로 불러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겠다. 이 세 가지를 지켰습니다.
 
강 국장:목회자에게 설교는 가장 중요한 사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사는 설교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박 목사:설교준비는 따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본문을 많이 보면 설교의 재료가 나옵니다. 그런데 성경을 꼭 많이 본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복음 24장을 보면 예수님과 수년간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이 엠마오로 가는 길 내내 예수님과 동행했지만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야기할 정도로 가까이에서 25리길, 약 2시간 30분 정도 함께 걸었는데도 말입니다. 나중에 저녁에 식사할 때 눈이 열려 예수님을 비로소 알아봤습니다.

하나님께서 성령의 은혜를 주시므로 영혼을 밝혀 주셔야 성경 속에 성령의 숨은 뜻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성경을 아무리 봐도 영혼의 눈이 가려져 있으면 소용없습니다. 성령께서 은혜를 주셔야 수백 번 보던 성경이라도 거기에 까맣게 인쇄된 글자 속에 있는 성령님의 뜻을 깨닫게 됩니다. 비싼 외제 안경을 쓰고 레이더망을 동원한다고 깨달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이 안 보여 주시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겸손해야 합니다. 말씀 앞에 낮아져야 합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말씀을 대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살 길입니다.

강 국장:목회자들은 바쁜 일정과 너무 많은 설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연구 여건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박 목사:저는 목회하면서 28년간 학교 강의를 했지만 설교의 고민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교회가 잘못 알고 있는 바가 있습니다. 목사들이 설교 자료 개발 때문에 죽을 고생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자료나 방법을 익히려고 하고 예화집을 찾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성경에 대한 자료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성경 본문을 죽을 정도로 보십시오. 여건을 탓해서는 안됩니다.
 
강 국장:요사이 전통적인 대지 설교뿐만 아니라 귀납적 설교, 내러티브 설교, 영상 설교 등 다양한 설교방법론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박 목사:저는 이런 설교 방법을 모릅니다. 설교자는 성경의 앵무새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 밖에 모릅니다. 성경대로 설교하는 성경 본문의 앵무새가 되십시오.

예화 사전을 의지하지 마십시오. 성경본문에서 대지를 찾고 그 말씀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설명하십시오. 예를 들어 십일조를 하면 어떤 복을 받고, 하지 않으면 화를 당한다는 점을 말씀하십시오. 말씀을 순종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설명하면서 보충설명을 하는 성경구절을 함께 제시하십시오.

저는 성경 구절을 찾을 때 관주, 콘코던스, 그리고 뇌리성경일람표를 이용합니다. 뇌리성경일람표는 성경을 많이 읽어 제 머릿속에 형성된 성경의 내용을 말합니다. 저는 성경을 읽으면서 밑줄을 많이 그었습니다. 성경이 까맣게 되면 다른 성경을 가지고 또 밑줄을 그었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차라리 내 머릿속에 밑줄을 그어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것이 뇌리성경일람표입니다. 이것이 유익한 점이 있습니다. 콘코던스는 단어가 꼭 같아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사어나 반대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 관주에도 반대 구절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뇌리성경일람표는 가능합니다.

예화도 성경에서 찾으십시오. 대지의 긍부정적인 면을 다른 성경본문을 통해 보충 설명하면 예화가 됩니다. 이것이 성경적 예화입니다. 성경은 예화의 보고입니다.

사도행전 7장 38절에 “(모세는) 살아있는 말씀을 받아 우리에게 주던 자”라고 묘사했습니다. 모세 시대에는 설교집도 인터넷도 없었습니다. 모세의 설교의 밑천은 100% 하나님께 받은 것이었습니다. 설교자는 모세처럼 되어야 합니다. 성경을 보다가 하나님이 보여주신 바를 말해야 합니다.

강 국장:목사님은 얼마나 성경을 읽으십니까?

박 목사:저는 책상에 앉아 공부한 것만이 연구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책상에 앉아 있었던 시간을 지금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은퇴 전까지 11시간 30분씩 책상에 앉아서 공부했습니다. 70세가 넘은 뒤 몸이 따라주지 않아 7시간 30분씩 앉아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줄여서 연구할 수밖에 없는 건강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절감하고 저는 막 울었습니다. 목사는 성도들의 귀한 헌금으로 생활을 합니다. 그렇다면 목사는 힘을 다해 연구에 전념하여 충실한 영의 양식으로 보답해야 합니다. 저에게 다른 취미는 없습니다. 밥 먹고 운동하는 외에는 책상에 앉아있습니다.

강 국장:한국교회 성도들은 목회자들의 설교에서 위로를 얻지만 목회자의 인격 때문에 실망하기도 합니다. 목회자가 설교와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까?

박 목사:저에게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강단 생활과 사생활을 같이 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목사도 아담의 자손이며 인간이어서, 잠시라도 주님의 붙드심이 없으면 미련하고 무지하고 약해져서 무슨 죄라도 저지를 수 있는 존재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온 천하가 목사를 떠받들고 존경한다고 하더라도 연약한 인간임을 잊으면 한 순간에 ‘꽝’하고 넘어집니다. 셋째 디모데후서 3장 17절의 말씀처럼 목사는 성경으로 교훈과 책망을 받고 바른 길로 돌아오는 삶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것이 날마다 이뤄져야 합니다. 자동차가 길을 벗어나 계속 가면 사고를 당합니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돌아와야 합니다. 성경 말씀으로 교훈과 책망을 받고 바른 길로 돌아와야 합니다. 성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강 국장:은퇴 이후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박 목사:저는 1998년에 은퇴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매우 바쁩니다. 시간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은퇴 이후 성경강해집을 쓰는 일에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죽는 날까지 그럴 것입니다. <사무엘상>, <사무엘하>, <다윗과 솔로몬의 통일왕국>, <북부 이스라엘>을 썼고 요사이는 <남부 유다>를 저술하고 있습니다. 이 일 때문에 바쁩니다.

예전처럼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성경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저만의 습관이 있는데 1950년 1월 1일부터 성경을 순서대로 읽는 외에 매일 시편 5편과 잠언 1장씩을 읽었습니다. 지난해 연말까지 시편과 잠언을 720번 읽었습니다. 시편과 잠언은 설교 적용에 유익하게 활용됩니다.
 
강 국장:한국교회와 교단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박 목사:우리 교단이 성경 번역 사업을 책임감을 가지고 해주십시오. 조심스런 말씀이지만 개역성경에서 잘못 번역된 부분을 개역개정판 성경의 같은 구절에서 발견됐을 때 참 안타까웠습니다. 성경 원어의 기본 문법만 알아도 그렇게 번역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히브리어를 근거로 번역을 했는지 의구심을 가집니다. 우리 교단은 대교단으로서 책임 있는 성경 번역판을 발간할 사명이 있습니다.

목회자들에게 다시 말씀드립니다. 설교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은 성경 본문을 많이 보는 것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성경을 많이 본 사람의 설교를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다른 목회자의 설교집을 많이 봐서 될 일이 아닙니다. 성경 본문을 많이 보고 본문을 바르게 해석하여 설교하므로 풍성한 꼴을 제공한다면 교회는 소망이 있습니다.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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