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신간] 정용성 목사의 <나사렛 선언>

규모의 가치 탈피, 의도적 작은교회서 찾아야

200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왜곡된 교회론에서 오는 폐단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크고, 화려하고, 세련되고, 체계적인 교회가 성장하고 좋은 교회라 믿고 달려왔다. 하지만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성장 감소의 징조가 2000년을 넘어서면서 본격화되었다. 모델로 삼았던 여러 대형교회들의 역기능적인 현상들도 목도했다.

이런 과정에서 큰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학습했다. 공동체성을 통해 교회 본질을 추구하려는 움직임, 소위 작은교회운동이 조금씩 확산되는 조짐이 있다. 작은교회운동의 흐름에 기성 교회들도 큰 몫을 감당하고 있다. 교회분립개척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작은교회운동의 한계성도 나타나고 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일부에서 작음이 옳고, 큰 것은 나쁘다는 프레임을 구축해 버렸다. 큰 교회는 무조건 해악으로 치부해 교회끼리 대결구도로 만들어 성경이 말하는 공존공생의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보다 궁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이유불문하고 크면 좋다는 규모의 가치가 목회자는 물론 성도들에까지 깊숙이 자리한 터라, 여전히 성장주의는 한국교회의 주류 가치관으로 형성되어 있는 현실 때문이다. 이때야말로 가치의 ‘개선’이 아니라 가치의 ‘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닭장 교회로부터 도망가라>는 책에서 ‘의도적인’ 작은교회운동의 당위성을 알린 정용성 목사(풍경이있는교회·사진)가 후속편 <나사렛 선언>(홍성사)을 통해 의도적 작은교회운동의 성경적 근거를 밝히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어떤 의미로 의도적인 작은교회운동을 ‘나사렛 선언’에 빗대었을까? 저자는 예수님께서 당시 중심부인 로마나 예루살렘이 아니라, 이름도 없는 변방 나사렛의 회당에서 사역을 시작한 것에 주목했다. 나사렛을 성경과 고고학, 문헌적 연구를 통해 나사렛의 의미가 ‘가지’임을 증명했다.

정용성 목사는 “나무의 줄기가 잘려 나가도 그루터기에 생장점이 있으면 다시 가지가 나듯 한국교회에 새로운 가지가 돋으면 희망이 있습니다. 대형화, 성공지상주의를 추구해 오다가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나사렛 선언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정 목사는 ‘가지(나사렛)’인 예수의 삶을 모델로 삼아 하나님 나라 생태계를 회복할 것을 한국교회에 주문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신학이나 콘텐츠, 인프라 부족에 있지 않습니다. 관점과 방향의 문제입니다. 작은 무리에 관심을 가지신 예수님의 가치에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나사렛 정신입니다.”

정 목사는 나사렛 정신을 우리 시대에 의도적인 작은교회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초지일관 강조한다. 하나님 나라는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존과 평화가 이뤄지는 생태계이기 때문이라고. “의도적인 작은교회는 성장과 수평이동을 조장하며 성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숫자와 예산, 프로그램, 사역의 규모를 키우지 않으려고 작정한 교회입니다. 주변 환경과 공동체에 적합성을 유지시키는 겨자씨와 누룩의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의도적인 작은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정용성 목사는 명확하게 답을 준다. 바로 ‘열등감 극복’이다. 다른 말로 ‘분명한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교회는 인적 부족은 물론 모든 것이 대형교회에 비해 열등합니다. 따라서 작은교회의 사회적 정체성 확립이 중요합니다. 나사렛에서도 선한 것이 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가치가 분명하지 않으면 아무리 커도 무가치합니다. 핵심가치와 비전과 운영방식이 설득력을 가진다면 당당하게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선언을 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인 작은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 생태계가 회복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분명한 가치를 세워 목회하라. 그러면 규모의 가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을 의도적인 작은교회에서 찾으면 좋겠다. 이것이 저자 정용성 목사가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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